'관악구 모자 살인' 남편 "진범 밝혀달라"…2심서 무죄 주장
입력: 2020.07.02 12:07 / 수정: 2020.07.02 12:07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와 아들을 살해한 이른바 관악구 모자 살인사건으로 기소된 남편이 항소심에서 제3자에 의한 범죄 가능성을 제기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새롬 기자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와 아들을 살해한 이른바 '관악구 모자 살인사건'으로 기소된 남편이 항소심에서 '제3자에 의한 범죄 가능성'을 제기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새롬 기자

제3자 범죄 가능성 제기…"위 내용물로 사망시간 추정 어려워"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와 아들을 살해한 이른바 '관악구 모자 살인사건'으로 기소된 남편이 항소심에서 '제3자 범죄 가능성'을 제기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함상훈 부장판사)는 2일 오전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도예가 조모(42) 씨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조 씨는 물론 검찰 역시 항소했다.

검찰 측은 "피고인의 범행이 반인륜적이고, 수사부터 판결 선고 시까지 참회 모습이 없었다"며 1심 무기징역 선고가 부족해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아내 박 씨와 아들 조 군의 시신이 발견됐을 당시 위에 남아 있던 음식물 상태를 근거로 조 씨와 함께 있던 시간에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 박 씨와 조 군은 사건 당일 오후 7시 30분경 닭곰탕과 토마토 스파게티를 먹었는데 부검 결과 토마토 등이 위에 소량 남아 있었다.

이날 조 씨 측은 1심 재판부가 위 내용물을 신빙성 있는 증거로 채택하자 법리 오인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사망 증거는 시반, 시신 온도, 위 내용물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데 변수가 많아 부정확하다"며 "아내 박 씨가 다이어트로 소화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고, 아들이 스파게티를 과식했을 수도 있다. 수사기관의 일방적 추정에 따른 전제 사실로 부정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위 내용물 확인은 부검 수개월 후에 이뤄져 정확성이 의심된다. 위 내용물로 사망 시간 추정은 유죄 증거가 될 수 없다"며 법의학자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변호인은 "국내 법의학자는 국내 수사기관과의 관계 때문에 공정한 증언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외국 법의학자를 섭외해보겠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직접 증거가 없다며 '제3자 범행 가능성'도 주장했다. 특히 당시 집 세면대 가장자리에서 DNA가 발견됐는데 수사 관계자나 박 씨, 조 씨의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근거로 "3자 범행 가능성을 철저히 조사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조 씨가 거주하던 빌라는 출입문에 통제 장치가 없어 외부인의 출입이 자유로웠고, 폐쇄회로(CC)TV가 세 대 있었지만 모든 시간 촬영이 불가능했다며 인근 거주자들이 담을 넘거나 내부 계단 등으로 이동이 가능한 점을 지적했다. 이어 "조 씨가 집을 나올 무렵 아내의 휴대폰이 켜져 충전기에서 분리됐다"며 당시 아내와 아들이 살아있었을 가능성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진범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길 바란다. 1심의 오판 바로 잡고 무죄 선고를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 역시 "피고인 측에서 주장하는 세면대 가장자리의 DNA 부분을 한 번 더 수사할 수 있으면 점검해달라"고 검찰 측에 요청했다.

이날 조 씨 측은 1심 재판부가 아내와 아들의 위 내용물을 신빙성 있는 증거로 채택한 것은 법리 오인이라고 했다. 제3자 범행 가능성 역시 지적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사진은 해당 사건을 방영한 SBS 그것이 알고싶다 갈무리. /SBS 그것이 알고싶다
이날 조 씨 측은 1심 재판부가 아내와 아들의 위 내용물을 신빙성 있는 증거로 채택한 것은 법리 오인이라고 했다. '제3자 범행 가능성' 역시 지적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사진은 해당 사건을 방영한 SBS '그것이 알고싶다' 갈무리. /SBS '그것이 알고싶다'

조 씨는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봉천동 소재 다세대주택에서 아내와 아들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딸과 연락이 닿지 않자 직접 집을 찾은 조 씨의 장인이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범행 도구나 폐쇄회로(CC)TV 영상도 없었고, 범인의 지문과 발자국 등 명백한 증거가 없었지만,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현장 감식 자료와 감정 등을 토대로 남편 조 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외부 침입 흔적이 없었고, 사망 추정 시간에 있었던 사람은 조 씨가 유일하다는 점에서 조 씨를 유력 용의자로 봤다.

검찰은 조 씨가 외도로 가정에 소홀히 했던 점, 경마에 빠져 돈이 필요했고, 공방 운영비를 대던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며 지원을 끊은 점 등을 토대로 조 씨가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봤다. 또 조 씨가 진범이 무혐의 처분을 받는 내용의 영화 등을 집중적으로 보고, 보험금 수령을 할 수 있는지 인터넷 검색을 한 사실도 정황 증거로 판단했다.

그러나 조 씨 측은 범행 도구나 폐쇄회로 영상 등 직접 증거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범행을 전면 부인해왔다.

검찰은 1심 결심공판에서 "잔혹한 수법으로 피해자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더이상 인간다움을 찾아볼 수 없는 조 씨에게 상응한 책임을 묻는 게 수사기관과 사법부가 할 일"이라며 조 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당시 조 씨는 "억울하다. 억장이 무너진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사망 시점으로 추정되는 시간 동안 외부 침입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제3자 범인이 존재한다는 합리적 의심이 어렵다. 유족들은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으나 피고인은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조 씨의 다음 재판은 내달 27일 열린다. 재판부는 조 씨의 누나와 법의학자를 증인 신문하기로 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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