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요즘 '입만 열면 기사가 되는' 인물이다. 비난과 지지가 엇갈린다. 왜 이렇게 외곬으로 검찰개혁을 밀어붙이는지 궁금증이 커진다. /남윤호 기자 |
연일 윤석열 총장과 대립각…소신·강성·직설 정치인생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저보다 더 개혁적인 장관이 오십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법무부 관계자들에게 사퇴 의사를 밝히며 덧붙였다는 말이다. 당시 '조국보다 더 센 장관'이 누구인지 관심이 집중됐다. 그중 한 명으로 추미애 현 장관도 이름을 올렸다.
추 장관은 요즘 '입만 열면 기사가 되는' 인물이다. 하루하루 살얼음판이다. 왜 이렇게 외곬으로 검찰개혁을 거세게 밀어붙이는지 궁금증이 커진다.
'정치인 추미애'를 지켜봐온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정치인생을 봤을 때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행보라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추 장관이 검찰개혁을 일생일대 화두로 여기고 있다는 건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치 9단' 박지원 전 의원은 1995년 추 장관이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지켜봤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추 장관을 발탁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고등법원 판사가 왜 정치를 하려고 하냐고 물으니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위해서'라고 했다"고 기억했다. 검찰개혁이 정치 입문 동기 가운데 하나였다는 것이다.
추 장관이 1986년 전두환 정권 때 전국 대학가 사회과학 서점 일제 압수수색 영장을 홀로 기각한 일화는 유명하다. 춘천지법에 근무했던 추 장관은 당시 2년차 판사였다. 전국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한 판사는 추 장관이 유일했다. 검찰보다 경찰이 더 권세를 누릴 때였지만 수사기관을 향한 비판의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추 장관은 본격적으로 검찰개혁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검찰 개혁이 국정 제1과제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2016년 '최순실 게이트' 초기 검찰이 자신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 여당 의원들은 불기소하자 '제1야당 대표에 대한 탄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이어 대표적 특수통 검사 출신 최재경 민정수석이 부임하자 "정치검사의 에이스를 피의자가 될 박 대통령이 변호사로 선임한 셈"이라고 날을 세웠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검찰총장인 문무일 총장을 만나 "촛불 정신으로 태어난 이 정부에서 검찰 개혁은 국민이 가장 바라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배정한 기자 |
추 장관은 평소 강성 이미지처럼 직설화법으로도 유명하다. "윤석열 총장이 내 지시 절반을 잘라먹었다"는 발언은 상대적으로 평이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추다르크'라는 별명도 특유의 직설로 얻었다. 199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추 장관은 '잔다르크 유세단'을 이끌고 대구를 방문했다. 영호남 지역감정이 극에 달할 때라 대구 유세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당시 추 장관은 "지역감정의 악령으로부터 대구를 구하자"고 당원들을 독려했다고 한다.
오래 된 일이지만 '취중 막말 파문'도 종종 거론된다. 2001년 7월 기자들과 술자리에서 만취상태로 격론을 벌이다 "이문열 같이 가당치 않은 놈이 X같은 조선일보에 글을 써서..."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이 대화 내용을 녹음해 다음날 신문 2면에 걸쳐 기사를 내보내 파장이 컸다.
'머리 자르기'도 추 장관의 독설 리스트에 포함된다. 2017년 국민의당이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 의혹 제보 조작 사건을 자체조사하자 추 장관은 "당 선대위원장인 박지원 전 대표와 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이 몰랐다는 건 머리 자르기"라고 따졌다가 정국이 급랭하기도 했다.
추 장관은 웬만해서는 본인의 의지를 굽히지 않기로도 잘 알려졌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추미애법'이 대표적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12월 대선 당시 서울 종로 거리유세에서 추 장관을 소개하며 이렇게 외쳤다.
"내가 어물어물하면 내 멱살을 잡고 흔들 ‘대찬 여자’ 추미애가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을 차기 대통령 후보로 추어 올려주기도 했는데도 탄핵 국면에서는 냉정했다. 추 장관은 "노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줄이고 줄여도 책으로 만들 수 있다"며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다. 노 전 대통령이 야당의 대북송금 특검 요구를 수용해 자신의 정치적 탯줄인 DJ계를 배신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2009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시절에는 당 여론을 거스르고 한나라당 의원들과 손잡아 자신이 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른바 '추미애법' 사건이다. 민주당 상임위원장이 민주당 의원의 회의장 출입을 막고 법안 통과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는 진풍경을 낳았다. 추 장관은 이 때문에 당에서 징계를 당했다.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3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종합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취임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과천=이덕인 기자 |
추미애 장관은 '직선'이다. 고집스럽고 비타협적이다. 속내를 감추지 않고 제 갈길을 간다. 정치인생 30년이 가깝지만 한 번도 당적을 바꾼 적이 없고, '친문'도 아니고 특정한 계파도 없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런 추 장관에게 지난 18일 여당 단독으로 연 국회 법사위는 '불을 질렀다'는 후문이다. 검찰 출신 송기헌 의원이 "검사들에게 순치됐느냐"고 따지자 "굉장히 모욕적"이라고 반발했다.
최근 검찰과 윤석열 총장을 향한 공격적 행보를 놓고 대선을 염두에 둔 '빅 픽처'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추 장관 측근 인사의 말이다.
"추 장관이 강력하게 주장을 펼칠 때면 언제나 그런 오해를 받았다. 서울시장 노리느냐, 당 대표 생각하느냐, 대권 욕심이 있냐... 하나를 잡으면 그것만 바라보고 간다. 계산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당 대표를 지낸 사람에게 격이 좀 안 맞다고도 볼 수 있는 법무부 장관을 하기로 결심했을 때는 각오가 있지 않았겠느냐. 추 장관은 칼날 위에 선 심정이다."
요즘 검찰 내에서는 "난생 처음보는 법무부 장관"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추 장관을 반대하든 지지하든 고개를 끄덕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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