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로 극단선택 소방관…법원 "순직 인정"
  • 김세정 기자
  • 입력: 2020.06.28 09:00 / 수정: 2020.06.28 11:31
서울행정법원은 소방공무원으로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A 씨의 배우자가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제기한 순직유족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더팩트 DB
서울행정법원은 소방공무원으로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A 씨의 배우자가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제기한 순직유족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더팩트 DB

"극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질환으로 사망"[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공황장애로 극단 선택을 한 소방공무원에 대해 순직이 인정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2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김국현)는 사망한 소방공무원 A 씨의 배우자가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제기한 순직유족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1992년 9월 임용된 A 씨는 약 22년 7개월 동안 소방공무원으로 일했다. 화재진압 업무를 하던 A 씨는 2001년 7월 지방소방교로 승진하며 구급 업무도 함께 했다. 구급 업무는 화재진압 업무보다 출동 건수도 많고 늘 긴장 상태로 대기하기 때문에 소방공무원 사이에서 힘든 업무로 꼽힌다.

특히 2010년 한 해 동안 A 씨는 20회 이상 참혹한 현장에 투입돼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를 받았다. 같은 해 12월 정신과를 방문해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2014년까지 총 38회의 정신과 치료를 받은 A 씨는 특수건강검진 결과에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고위험군으로 진단되기도 했다.

A 씨는 구급 업무에서 벗어나고자 근무부서 조정을 요청했고, 화재진압 업무로 배치돼 기뻐했다. 그러나 상부는 A 씨가 응급구조사 2급 자격증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2015년 2월 다시 구급 업무로 배치한다. 전보 조치로 심각한 우울에 빠진 A 씨는 결국 2015년 4월 28일 세상을 떠났다.

A 씨의 배우자는 A 씨가 업무 스트레스로 극단 선택을 했다며 순직을 인정해달라고 했지만 2019년 2월 인사혁신처는 "사망 전날 배우자에게 경제적 문제를 언급하며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직무와 관련해 직접적 극단선택 계기로 볼 수 있는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순직유족급여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배우자가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 씨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은 A 씨가 정상적 인식능력이나 정신적 억제력이 저하돼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에 공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봤다. 감정의 의견에 따라 재판부는 A 씨가 공황장애뿐만 아니라 입소공포증, 강박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불면증, 우울증 등 여러 정신질환을 함께 앓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언제 출동할지 모르는 업무 특성상 정신적으로 몹시 긴장하고 불안, 초조한 상태가 지속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합리적인 판단능력을 상실한 A 씨의 정신 상태와 이에 따른 사망의 결과 모두 극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질환이 영향을 미쳤다"고 판시했다.

인사혁신처가 주장한 '경제적 문제'에 대해서도 "(A 씨의 사망에) 일부 개입됐을 수는 있어도 부수적이고, 경제적 어려움 또한 정신질환의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병합됐을 때 자살 시도율이 43%에 이른다"며 A 씨의 순직을 인정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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