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닭갈비집 사장 한마디에 김경수 법정 '술렁'
입력: 2020.06.23 00:00 / 수정: 2020.06.23 00:00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보석으로 풀려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8차 공판에 출석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보석으로 풀려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8차 공판에 출석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드루킹 일행, 닭갈비 포장해갔다"…'킹크랩 시연회 부인' 김 지사 측 힘 실어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재판에서 '닭갈비집 사장님'의 증언에 희비가 교차했다. '식사하느라 킹크랩 시연을 못 봤다'는 김 지사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2부(함상훈 부장판사)는 22일 김 지사에 대한 18차 항소심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드루킹 김동원 씨의 친동생 김모 씨와 경공모(경제적공진화를위한모임) 회원 조모 씨, 닭갈비집 사장 홍모 씨 등 3명의 증인이 나왔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경기도 파주시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해 오후 8시 7~23분 드루킹 김동원의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을 보고 개발을 승인했다고 본다. 1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고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김 지사 측은 방문한 것은 맞지만 킹크랩 시연을 보지 않았다며 증거로 '닭갈비 식사'를 들고 있다. 그날 오후 5시 50분 파주시의 한 닭갈비 전문 식당에서 닭갈비 15인분을 사와 7시쯤 산채에 도착했고, 경공모 회원들과 한시간가량 식사를 했다고 주장한다. 식사 후에는 김동원 씨가 경공모를 소개하는 브리핑을 역시 1시간쯤 듣고 오후 9시가 조금 넘어 떠났다는 설명이다. 김 지사 측 말대로 식사를 했다면 킹크랩 시연회를 볼 시간이 없다.

특검 측은 김동원 씨와 경공모 회원들이 김 지사와 식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테이블 번호 25번'과 '닭갈비 15인분'이 찍힌 영수증을 증거로 '경공모 회원끼리 따로 식당에서 식사한 것'이라 주장해왔다. 김 지사 측은 25번 테이블은 포장용 주문 영수증에 찍히는 번호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날 재판에 출석한 닭갈비집 사장 홍 씨가 '25번 테이블'의 열쇠를 쥔 증인으로 주목받았다.

홍 씨는 "우리 가게 테이블은 2~19번은 정통 닭갈비 테이블이고, 20~25번은 가상의 테이블이다. 포장하거나 예약할 때는 25번 테이블을 쓴다"며 김 지사 측에 결정적인 증언을 했다. 그는 "닭갈비 15인분만으로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없다. 코스 메뉴가 저렴하기 때문"이라며 "밥, 볶음밥을 안 먹고 닭갈비만 먹을 순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장해간 분들이) 저희 가게에 자주 오셨던 분들이다. 금방 식사를 하고, 주류를 드시지 않는다"며 "가공의 25번 테이블 데이터는 포장이 맞고, 총 23인분 정도를 포장해드렸다. '2+1'이라서 20~25명이 식사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증언했다. 사장의 확신에 찬 증언에 법정이 술렁였다. 결정적 증언을 얻은 김 지사의 변호인은 증인신문 순서를 바로 끝냈다.

홍 씨는 저희 가게 테이블은 2번부터 19번까지 정통 닭갈비 테이블이고, 20번부터 25번은 가상의 테이블이다. 포장하거나 예약할 때는 25번 테이블을 쓴다며 김 지사 측에 결정적인 증언을 했다. / 이동률 기자
홍 씨는 "저희 가게 테이블은 2번부터 19번까지 정통 닭갈비 테이블이고, 20번부터 25번은 가상의 테이블이다. 포장하거나 예약할 때는 25번 테이블을 쓴다"며 김 지사 측에 결정적인 증언을 했다. / 이동률 기자

반면 이날 재판에서 '경공모' 회원 조 씨와 드루킹 동생 김 씨는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산채'에 방문했을 때 식사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특검 측의 주장과 일치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의 증언에 의문을 제기했다.

조 씨는 특검 조사와 1심에서는 저녁을 먹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입장을 바꿔 "여러 번 다시 생각을 해봤는데, 저녁을 먹지 않았던 것 같다"고 증언했다. 변호인은 "그럼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서 증언했냐"고 캐물었다. 이에 조 씨는 "그 당시 기억할 때는 그렇게 기억했는데, 그때도 먹었는지 확실하지 않았지만 대답은 그렇게 했다"고 답했다.

조 씨는 '킹크랩'을 놓고도 특검 조사에서는 "'선플 운동' 과 기계로 한 댓글 운동(킹크랩) 두 가지 작업을 병행하는 내용을 알았냐"는 질문에 "알고는 있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날 법정에서는 '댓글 기계는 몰랐다'며 "드루킹이 연행되고 나서야 산채 사람들에게 어떻게 된 건지 이야기를 듣고 나서 알았다"고 언급했다.

이에 재판부가 조 씨에게 "1심, 2심의 증언이 다르면 신빙성이 없어질 가능성이 있다.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며 경고하기도 했다.

드루킹 동생 김 씨도 김경수 지사 방문 당시 "김 지사가 늦게 온다고 해서 저녁을 준비하지 않았다"며 식사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씨에게도 '위증죄'를 경고했다. 재판부가 "산채가 조직적으로 '선플 운동' 을 했냐"고 묻자 김 씨는 "잘 모른다"고 답했지만 "산채에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 '선플 운동'을 했냐"는 질문에는 "했다"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검은 이날 '역작업'과 관련된 공소장 변경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역작업'은 드루킹 김동원이 자신의 인사 추천 요구가 거절되자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에 공감을 누른 작업을 수행한 것을 뜻한다. 재판부는 이 '역작업'이 해당 사건과 무관하다고 보고, 공소장을 변경할 것인지 특검에 확인 요청한 바 있다. 이에 특검은 "모든 작업은 공모 관계 이탈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 소지가 있더라도 공소장 변경 소지가 없다"고 답했다.

김 지사의 다음 공판은 7월 2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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