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막내부터 반장까지…조국 특감반원 줄줄이 법정에
입력: 2020.06.20 00:00 / 수정: 2020.06.20 00:00
감찰무마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감찰무마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반발 있었지만 수석 권한" 공통 증언…검찰과 사전면담 논란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이 한 꺼풀 벗겨지고 있다.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의 재판에 나온 특별감찰반(특감반) 반원들은 "내부 반발이 있었지만 최종 결정 권한은 민정수석에게 있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놓았다. 이같은 증언은 재판부가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권리방해죄 혐의를 판단할 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유 전 부시장의 첩보를 최초로 입수한 전 특감반원 이모 씨와, 이같은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은 "감찰 무마는 부당했다"고 각각 법정과 검찰에서 진술한 상태다. 하지만 법원 출석 전 검찰과 사전 면담을 하거나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의혹을 받는 등 진술 신빙성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감반 막내 "유재수 비위, 중징계감이지만…"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공판에는 사건 당시 특감반원 A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당시 특감반 막내였던 A씨는 간식 거리 구매와 서무 등을 주로 담당했다. 그러던 중 그는 유 전 부시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를 분석하는데 동원됐다. 유 전 부시장이 장기간 병가를 내 조사나 자료 제출 요구 등에 불응하던 시기였다. A씨는 포렌식 자료 분석 과정에서 고급 외제차 사진이 있었고, 특정 업체 관계자에게 숙박과 골프 접대 등을 제공받는 문자 등을 발견해 '중징계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검찰이 '당시 증인은 골프 접대와 관련해 이것만 보고도 중징계 사안이라고 생각했다는데 맞느냐'고 묻자 A씨는 "제 느낌은 그랬다"고 대답했다.

또 A씨는 감찰 중단 지시를 명시적으로 듣지 못했지만 "사건을 이렇게 마무리해도 되는 걸까. 진짜 세다", "유재수가 문자 보낸 사람만 봐도 현정부 실세가 많았는데 그래서 이런 식으로 사건 접는구나" 등의 생각이 들었다고 검찰 조사 당시 진술한 바 있다. A씨는 법정에서도 "당시 특감반 분위기는 공개적으로 말할 기회가 없어서 모르겠다"면서도, 검찰에서 이같이 진술한 사실은 인정했다.

조 전 장관 측은 유 전 부시장이 병가를 낸 뒤 수사권도 없는 민정수석실에서 감찰을 더 진행하는 건 무리였기 때문에, 민정수석으로서 감찰 중단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A씨 역시 '유 전 부시장이 병가를 낸 뒤 이 전 반원이 감찰을 진행한 사안이 있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병가 뒤에는 없는 걸로 안다"고 대답했다. '이 전 반원이 유 전 부시장과 관련해 앞으로의 감찰 진행과 조치 등에 대해 증인과 상의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도 A씨는 "없다"고 답했다.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이 지난해 12월27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모습. /뉴시스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이 지난해 12월27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모습. /뉴시스

◆특감반장·데스크 "내홍 있었지만 최종 결정은 윗선이"

앞서 재판에 나왔던 특감반원들도 유사한 취지의 증언을 내놨다.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의혹이 상당했으며, 감찰이 중단되자 내부 반발이 일기도 했지만 이같은 최종 결정 권한은 민정수석에게 있다는 설명이다.

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 특감반 데스크 김모 씨는 유 전 부시장의 감찰 중단 지시를 받은 뒤 "유재수가 소위 '백'이 좋은 사람인 걸 그때 알았다. 한창 조사를 하고 있는데 위에서 감찰을 그만 하라니 어이가 없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사실을 인정했다. 또 "팀 꾸려지고 첫 감찰 대상이었는데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아 좀 그랬다. 반원들도 대놓고 말은 못했지만 얘기가 좀 돌았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하지만 변호인 반대신문에 이르러서는 "(유 전 부시장 병가 뒤) 향응을 제공한 회사가 무슨 회사인지 인터넷 검색 정도 했다"며 "최종 보고서에 '조치 의견'을 담기는 하는데, 윗선에서 조치 의견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 전 부시장의 조사 불응으로 사실상 감찰이 불가능했으며, 최종 결정 권한은 민정수석을 포함한 '윗선'에 있다는 취지다.

이 재판 첫 증인이었던 이인걸 당시 특감반장 역시 감찰 중단에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면서도 최종 결정은 민정수석의 권한이라고 증언했다. 이 전 반장은 검찰 주신문에서 유 전 부시장의 감찰 중단 지시를 놓고 "통상적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이같은 중단 사실을 반원들에게 이야기할 때 "더 확인(감찰)해야 하는데 못해서 화가 났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하지만 '특감반장은 특감반원이 보고서를 올리면 채택 여부만 결정하고, 처리 권한은 민정수석에게 있지 않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는 "그렇다"고 시인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제기한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지난 1월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제기한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지난 1월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정권 실세라 감찰 무력화" 증언도…신빙성은 '글쎄'

비위 의혹을 확인할 방안이 여럿 있었는데도 석연찮게 감찰이 중단됐다는 조 전 장관 등의 혐의를 뒷받침할만한 증언도 나왔다. 5일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던 유 전 부시장의 첩보를 최초로 입수했던 이 전 반원의 주장이다. 그는 "유 전 부시장이 정권 실세임을 이용해 특감반의 감찰을 무력화한 것"이라며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바 있다. 그는 법정에 나와서도 "감찰이 중단되지 않았다면 유 전 부시장 첩보를 감사원에 보내든지, 수사의뢰를 보내게 됐을 거라 생각한다. 검찰 조사 때는 말씀을 못 드렸는데,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항공사 직원을 조사하거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공문을 보내 자료를 받아도 됐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씨가 법정에 나오기 전 검찰과 '사전 면담'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진술의 신빙성에 논란이 일었다. 5일 재판 당시 변호인단이 '항공사 직원이나 FIU 얘기를 검찰에서 꺼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냐. 혹시 법정에 나오기 전 검찰에 갔느냐'고 추궁하자 이 전 반원은 "진술 조서를 확인하러 한 번 간 적 있다"고 털어놨다. 당시 재판부는 "법정에 나오기 전 증인들이 검사실에 가서 조서를 확인하는게 가능한 일이냐. 이런 증인은 처음 본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19일 재판에서 검찰이 "검사가 적절한 증인신문을 위해 증인을 사전 면담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와 입법례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재판부는 "사무규칙도 따져볼 부분이 있다. 앞으로 유의해달라"며 주의를 줬다.

감찰 무마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김태우 전 수사관 역시 증인신문 전부터 진술의 신빙성이 도마에 오른 상태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재판에 출석하며 취재진과 만나 "지난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김태우 씨 고발을 기화로 검찰은 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다 작년 하반기 전격적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미뤄 짐작하실 수 있을 것"이라며 직접 의문을 제기했다. '검찰개혁'을 저지하려는 등 정치적 목적을 가진 검찰이 야권 인사의 고발건을 접수한 뒤 자신에 대한 과도한 수사를 벌여 기소했다는 취지다. 조 전 장관의 변호인 역시 재판에서 "김 전 수사관은 특감반에서 직위해제된 뒤 연일 언론에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수사관은 19일 재판에 증인신문이 예정됐으나 자신의 형사재판 일정과 겹쳐 불출석했다. 법원은 다음 달 3일로 김 전 수사관 증인신문 기일을 다시 잡은 상태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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