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替認知·Change)] 코로나 방역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입력: 2020.06.16 00:00 / 수정: 2020.06.16 09:16
지금부터는 코로나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불필요하게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사진은 코스피 지수가 석달 반 만에 2200선을 돌파한 지난 8일 오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이동률 기자
지금부터는 코로나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불필요하게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사진은 코스피 지수가 석달 반 만에 2200선을 돌파한 지난 8일 오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이동률 기자

코로나 팬데믹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석가모니(釋迦牟尼), 공자(孔子), 아리스토텔레스는 BC(기원전) 560년~BC 322년에 이르는 비슷한 시기에 살았지만 활동무대가 달라 왕래는 없었다. 사상을 교류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이들이 주장한 최고의 선이 공히 중용(中庸)사상(불교는 중도(中道)사상)이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중용이 동·서양에 걸쳐 최고선의 덕목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유학 4서(四書) 중의 하나인 중용에서의 내용 설명은 명쾌하다. 중용은 4서 중에서도 대학(大學), 논어(論語), 맹자(孟子)를 배우고 난 뒤 마지막으로 공부하는 유교 철학의 핵심서다. 논어 선진편(先進篇)에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나온다. 공자는 "지나친 것과 미치지 못한 것은 같다"고 했다. 중용 제4장에서는 ‘지혜로운 자는 지나치고, 어리석은 자는 미치지 못한다.’고 설파했다.

과유불급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상태 즉, 중용을 뜻한다. 극한으로 치닫지 않는 삶의 태도를 가리킨다. 삶에 대한 진지하고 적극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예나 지금이나 삶이 극단으로 치우칠 때 닥치는 많은 문제들을 생각해 본다면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 우려가 높아진 코로나 19 문제만 해도 그렇다,

지난 4월에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던 신규 확진자는 이달 들어 매일 30명 이상을 기록하고 50명을 넘어선 날도 나흘이나 있었다. 누적 확진자는 지난 5월 14일 1만1000명에서 지난 주말엔 1만2000명을 넘어섰다. 해외 상황도 좋지 않다. 유럽에서는 2차 대확산이 일어나면 인구 85~90%가 취약하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코로나 2차 확산 억제 여부는 증시 코스피 2200선 안착을 비롯해 우리 경제의 현재와 미래가 걸린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 팬데믹은 이제 시작이라며 2차 유행을 경고하고 있다. 확산을 꺾으려면 연쇄 감염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지난달의 2배 이상 이어지는 지금을 2차 대유행으로 시작으로 보고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대를 통해 밀집도가 높고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감염세가 확산하는 추이와 50대 이상의 감염이 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감염자 재생산지수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 0.45였다가 생활방역으로 낮추자 1.79로 치솟았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정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수도권의 감염추세가 여전히 우려스럽다라고 말하며 거짓 진술로 역학조사를 방해하거나 고의 중과실로 방역수칙을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 관련 법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선화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정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수도권의 감염추세가 여전히 우려스럽다"라고 말하며 "거짓 진술로 역학조사를 방해하거나 고의 중과실로 방역수칙을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 관련 법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선화 기자

개인정보 수집의 대원칙은 중용(中庸)

정부는 지난 10일부터 학원이나 PC방까지 QR코드 기반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을 의무 도입했다. 이어 12일에는 수도권 방역 강화 조치를 무기한 연장했다. 신규 확진자가 한 자릿수로 줄어들 때까지다. 사실상 기한이 없는 셈이다. 방역수칙 강제 적용 대상 업종도 크게 확대했다. 다중 밀집시설은 빠짐없이 포함됐다.

당국의 역학조사는 감염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경제·사회활동을 풀면 감염이 확산되고, 조이면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일상생활과 경제,방역을 모두 잡기 위해 꾸준한 인내심과 절충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문제는 방역이 강력해질수록 절충의 지혜에 고민과 논란이 커진다는 사실이다. 강력하거나 많은 것이 좋은 것만 아니다. 극단으로 갈 우려가 높아진다.

우리의 방역도 효율성이 제기되면서 사생활 침해에 대한 이슈들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는 갓 시행된 QR코드를 활용한 전자출입명부 도입이 사생활 침해 논란의 중심에 선다. 이태원 클럽발 확산을 계기로 고위험시설 명부 작성이 허위 기재로 인해 방역의 실효성이 떨어지면서 등장한 조처다. 사생활 침해이자 과도한 개인정보 공개라는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빅브라더(정보 독점에 따른 사회 통제)에 다름아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개인정보 추적과 같은 통제방식은 종국에는 부정적인 미래사회를 묘사하는 파놉티콘(소수 감시자가 모든 수용자를 감시할 수 있는 형태의 감옥)화 될 수 있다는 게 일각의 주장이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방역을 위한 조치인 만큼 도입 초기인 지금은 전자출입명부를 도입하자는 여론이 훨씬 우세하다. 정부는 프라이버시 역설(Privacy Paradox)의 개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라이버시 역설은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부정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상황을 말한다. 국민의 이같은 태도는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정보가 긍정적인 영향력을 갖거나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상황에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네이버가는 정부가 제공하는 QR코드 기반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에 참여한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더팩트 DB
네이버가는 정부가 제공하는 QR코드 기반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에 참여한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더팩트 DB

다다익선(多多益善)의 참뜻도 과유불급

중국 역사상 최고의 명장으로,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을 도와 천하를 통일한 한신(韓信)의 다다익선(多多益善) 고사도 다름 아니다. 많을수록 좋은 상황은 분명 존재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바뀌면 '과유불급'의 경우가 닥치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금의 상황도 여기에 해당된다.

과유불급과 다다익선은 상호 모순되거나 반대, 안티태제의 개념이다. 이같은 상황은 물리학이나 경제학 등 주위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자 개념이라 놀라운 것은 아니다. 연속적인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경제 발전 초기에는 수요가 거의 무한하기 때문에 많을수록 이득인 현상은 자연스럽다.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면 수요가 한계에 도달해, '지나치면 탈이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지금부터는 코로나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불필요하게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개인정보 노출이라는 사적 영역과 감염병 확산방지라는 공적 영역에서 개인정보 수집범위에 대한 국민적 절충찾기는 꼭 필요하다.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에 좋은 말을 고르는 안목이 뛰어났던 백락(伯樂)의 안도색기(按圖索驥)라는 고사가 떠오른다. 백락의 아들이 좋은 말을 구분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은 전혀 없이 아버지 책에 쓰여 있는 내용을 멋대로 해석, 두꺼비를 좋은 말로 단정해 버렸다는 다소 서글픈 내용이다.

어설픈 정보와 겉핥기 지식에 기반한 원칙만 따지다간 일을 망친다는 경고다. 코로나로 촉발된 뉴노멀(New normal)시대에서는 개인정보 수집 범위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안도색기로는 결코 새로운 잣대가 될 수가 없다.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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