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조국 조카 결심공판에 '플라톤'이 등장한 이유는
입력: 2020.06.03 00:00 / 수정: 2020.06.03 00:00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사모펀드 키맨 조모 씨의 결심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코링크PE는 익성을 위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남용희 기자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사모펀드 키맨' 조모 씨의 결심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코링크PE는 익성을 위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남용희 기자

"검찰, '코링크 실소유주는 조씨' 대전제부터 잘못"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플라톤의 '국가론'에는 죄수들이 벽면을 향해 묶인 채 앉아 있는 동굴이 등장한다. 죄수들은 벽에 비친 그림자들을 실재라고 여기지만, 족쇄에서 풀려나 밖을 나가면 밝은 태양빛을 볼 수 있다. 풀려나 빛을 본 죄수는 빛이 통과하지 못해 생긴 어두운 허상에 불과한 그림자들이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지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는 우화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모 씨의 결심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동굴 속 그림자에 비유했다. 당초 조씨가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실 운영자라는 왜곡된 관점을 지녔기 때문에 동굴 밖의 빛, 즉 사건의 실체를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조씨는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 실운영자로, 인수한 자회사 WFM과 투자사 웰스씨앤티 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투자한 비용을 바탕으로 코링크PE를 설립했고, 횡령액 중 일부를 정 교수에게 수익으로 줬다고도 본다.

이날 검찰은 "신종 정경유착 범죄"라며 조씨에게 징역6년을 구형했다. 양형의견으로는 "민정수석 배우자로서 투자할 수 없는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에게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피고인은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공적 지위를 사업상 배경으로 활용했다"며 "권력자에게 불법적이고 부당한 이득을 제공하고 본인은 권력과의 유착 관계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득한 정경유착형 범죄"라고 밝혔다.

재판 8개월 만에 최후변론에 나선 변호인단은 '코링크PE 실운영자는 조씨'라는 공소사실 대전제부터 사실이 아니며, 이는 검찰의 왜곡된 관점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모든 공소사실 핵심이 피고인이라는 (검찰의) 왜곡된 관점과 판단이 이 사건 수사 및 공소사실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검찰은 피고인이 코링크PE와 WFM 실소유자로, 익성과는 독립적 사업자 지위로 사업상 파트너 관계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플라톤의 동굴 우화처럼 그림자로만 진실을 판단하는 견해"라고 지적했다. 익성은 코링크PE의 '자금줄'이라는 의혹을 받는 자동차 부품회사다.

변호인은 또 "코링크PE 설립 때부터 여러 사안에 대해 이모 부회장(익성 부회장)이 이모 회장(익성 회장)에게 보고하고 지시받은 내용을 피고인에게 전달한 증거와 언론보도가 있다. 첫 사모펀드 레드코업밸류업 1호 역시 익성의 신사업 추진과 우회 상장을 목적으로 설립된 것이고, 익성이 주도했다는 사실이 이상훈(코링크PE 대표이사) 등의 진술로 뒷받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링크PE는 오로지 익성 회장을 위해 활동했고 이익은 대부분 익성에 귀속되는 방식이었다. 오히려 익성이 피고인을 이용한 것"이라며 "검찰의 주요 근거는 익성 회장·부회장과 전 코링크PE 최대주주 김모 씨의 진술 뿐"이라며 "익성 회장과 부회장은 검찰의 압수수색 당일 모여 상의했고, 김씨는 이들의 친구다. 상식과 괴리된 증언 내용, 답변 회피 등 검찰 수사에 대비한 정황이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조씨 측은 정 교수가 얽힌 WFM 자금 13억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정 교수에게 받은 돈은 투자가 아니라 대여로, (정 교수에게 준) 10억은 이자"라며 "검찰은 당사자들의 문자내역만을 근거로 이 금전거래를 투자와 수익으로 보는데, 투자조건 및 수익율 등 구체적 입증은 부족하다"고 변론했다. 정 교수 지시로 그의 동생 정모 씨 이름이 새겨진 문건을 인멸했다는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공소사실상 정 교수의 행위는 '정○○(정 교수 동생) 이름이 드러나면 큰일난다'는 언동에 불과한데, 이 언동만으로 증거은닉 또는 폐기에 나아갔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여를 가장해 WFM 회사 자금을 7억 원 횡령한 혐의 등 일부 인정한 혐의에 대해서는 "익성과 피고인과의 관계, 피고인의 사내 위치, 일부 피해자 회사에 혐의액을 전면 반환한 점 등을 고려해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처벌받을 각오를 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과오까지 떠안는 것에 대한 억울함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여러 죄인을 처벌하지 못해도 단 한 명의 죄없는 자도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따라 공정하고 관대하게 처분해달라"고 했다.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자금줄 의혹을 받는 충북 음성군 (주)익성 본사 모습. /뉴시스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자금줄' 의혹을 받는 충북 음성군 (주)익성 본사 모습. /뉴시스

조씨 역시 최후진술 시간을 빌어 입을 열었다. 잔뜩 잠긴 목소리의 조씨는 "저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매일 뼈를 깎는 심정으로 반성 중"이라면서도 "이 사건 관련자 중 유일하게 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데, 실제 관련자는 조국 전 장관과 정경심 교수가 아닌 '직접적 연결고리'가 있는 자들이다"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조 전 장관 가족이라는 이유로 부풀려진 공소사실에 한 없이 억울하고 답답했다. 재판부가 조 전 장관 가족이 아닌 제가 저지른 죄만을 판단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조씨의 선고 공판은 6월30일 오후 2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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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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