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혹 떼려다 혹 붙인' 성추행범 형소법이 살렸다
입력: 2020.06.02 06:00 / 수정: 2020.06.02 06:00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되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남용희 기자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되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남용희 기자

대법, '불이익변경금지원칙' 적용해 원심 파기환송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피고인만이 항소한 사건에 취업제한 명령을 더해 선고했다면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어긋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되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8월 지하철 1호선 전동차 안에서 B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1심은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120시간,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수강, 3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A씨는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고 형도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A씨 기대와 달리 2심은 1심과 같은 형을 선고하면서 3년간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명령을 추가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장애인복지법이 적용되는 성범죄에 해당돼 피고인에게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을 제한하는 명령을 선고하거나 면제할지 판단해야 하는데 1심이 이를 누락했다"고 설명했다.

2019년 6월 시행된 장애인복지법 제59조는 법원이 피고인에게 성범죄로 형이나 치료감호를 선고하면 일정기간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을 제한하는 명령을 함께 내리도록 규정했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를 면제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옛 장애인복지법은 성폭력범죄처벌법과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성범죄로 형이나 치료감호를 선고받은 사람은 10년간 장애인복지시설에 취업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이 조항은 일률적으로 10년간 취업을 제한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가 위헌을 결정해 개정됐다.

2심은 이 개정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A씨에게 3년간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 명령을 추가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불이익변경금지원칙' 위반이라고 봤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고인만이 항소한 사건은 1심 판결 형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이것이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다.

재판부는 "1심 판결 선고 당시 피고인은 개정 법률에 따라 법원 판결에 따라서만 취업제한을 받게되는데 1심이 이를 선고하지 않은 이상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봐야한다"며 "피고인만이 항소한 사건에서 원심이 취업제한 명령을 더한 것은 1심 판결을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른 형은 원심을 유지했지만 취업제한 명령은 선고에 따른 부수처분이기 때문에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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