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양육비 체크카드로만 써라?…대법원이 제동
입력: 2020.06.01 12:00 / 수정: 2020.06.01 12:00
법원이 이혼한 양육권자의 양육비 사용방법까지 정한다면 재량권 침해이며 오히려 추가 분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남용희 기자/20180604>
법원이 이혼한 양육권자의 양육비 사용방법까지 정한다면 재량권 침해이며 오히려 추가 분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남용희 기자/20180604>

대법 "양육자 재량 지나치게 제한…분담액만 결정해야"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이혼한 엄마가 새 통장을 만든다. 이 통장에 아빠가 매달 양육비를 넣는다. 엄마는 이 통장 체크카드로만 유치원비, 학원비 등 양육비를 낸다. 지출내역은 분기별로 아빠에게 알려줘야 한다.

한 부부의 이혼 소송에서 2심 법원이 내린 양육비 부분 판결 내용이다.

법원이 이혼한 양육권자의 양육비 사용방법까지 지정한다면 재량권 침해이며 오히려 추가 분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와 남편 B씨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양육비 부분 판결을 깨고 사건을 인천가정법원에 되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A씨와 B씨는 결혼해 자녀 1명을 뒀으나 1년여 만에 이혼 소송에 이르렀다. 1심은 이혼 청구를 인용하고 A씨에게 친권과 양육권을 줬지만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양 측은 판결에 불복해 각각 항소했다.

2심은 두사람이 분담하는 양육비를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예금계좌를 만들어 운용하면 분쟁을 사전예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양육비 유용이나 채권자가 된 B씨의 강제집행 등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나 자녀 이름으로 통장을 개설하고 B씨는 여기로 매달 자신 몫의 양육비를 입금하도록 했다. 정부가 지급하는 양육수당 등 각종 수당도 이 계좌로 받도록 했다. A씨는 체크카드로 양육비를 지출하고 계좌 거래내역을 매년 분기별 마지막날에 옛 남편에게 알려주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양육비 부분 판결을 파기했다. 이혼한 부부 중 한쪽이 양육비를 청구한다면 가정법원은 분담액만 결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양육비를 받기 위해 A씨나 자녀 이름의 계좌를 만들라는 판결은 명확성을 갖추지 못 했다고 봤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판결 주문은 집행에 의문이 없도록 내용을 빈틈없이 특정해야 한다. 계좌를 만들 자격은 양육자로 지정된 A씨에게 있는데 원심은 자녀 이름의 계좌를 만들라고 판결하는 등 추가 분쟁의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양육비를 체크카드로만 지출하고 거래내역을 매 분기 옛 남편에게 알려주라는 판결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양육자는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게 양육할 권리가 있다"며 "양육비 사용방법을 특정하는 것은 양육자의 재량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조치가 두사람의 추가분쟁을 막을 수 있다는 2심 판단도 "두사람이 구체적인 양육비 사용방법을 합의하지 못한 상태에서 계좌 거래내역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면 예방보다 추가 분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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