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스케치. 자료사진 <사진=남용희 기자/20180604> |
대법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판단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직장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해온 피해자가 직접 거부 의사를 나타낸 것과 상관없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30대 중반으로 과장인 A씨는 직속 부하 직원인 B씨가 수습사원일 때부터 컴퓨터로 음란물을 보여주거나 성적 농담을 해왔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B씨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비비며 "여기를 만져도 느낌이 오냐"고 묻거나 뒤에서 피해자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기도 했다. 이에 당황한 피해자를 바라보며 자신의 입술을 핥으며 '앙, 앙' 소리를 냈다. B씨는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는 등 입사 1년 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위력으로 피해자의 성적 자유의사를 제압한 상태에서 추행한 것으로 합리적 의심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회사가 작은 규모의 회사이고 A씨가 회사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B씨가 직접 A씨에게 불쾌함을 나타내거나 맞대응으로 장난을 치기도 했다며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신체적 접촉도 1~2회에 그쳤고 B씨가 느낀 성적 수치심의 직접 원인은 아니었다고 봤다. B씨가 불쾌감을 느낄 수는 있었겠지만 A씨의 위력에 의사 표현을 제압당한 상태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도 이 회사가 젊은 사원이 많은 등 위계질서가 강하지 않고 A씨가 B씨의 머리카락을 비빈 신체적 접촉도 성적인 의도는 아니었다며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원심 판단과 달리 대법원은 "피고인은 피해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행위를 했다"며 "20대 중반의 미혼 여성인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했고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도덕적 비난을 넘어 추행행위라고 평가할 만하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업무, 고용이나 그밖의 관계로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게 위력으로 추행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lesli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