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경주 스쿨존 사고' 민식이법이냐 특수상해냐(영상)
입력: 2020.05.30 00:00 / 수정: 2020.05.30 10:58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차량으로 자전거를 탄 초등학생을 들이받은 이른바 경주 스쿨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가해 운전자에게 특수상해죄를 적용할지 고심하고 있다. 사진은 민식이법 시행 첫날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초등학교 앞을 한 택시가 규정 속도로 지나가는 모습. /김세정 기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차량으로 자전거를 탄 초등학생을 들이받은 이른바 '경주 스쿨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가해 운전자에게 '특수상해죄'를 적용할지 고심하고 있다. 사진은 '민식이법' 시행 첫날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초등학교 앞을 한 택시가 규정 속도로 지나가는 모습. /김세정 기자

고의성 입증 여부 쟁점...구속영장 신청 여지도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차량으로 자전거를 탄 초등학생을 들이받은 이른바 '경주 스쿨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가해 운전자에게 '특수상해죄'를 적용할지 고심하고 있다.

고의성이 있었는지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사팀 내부에서도 법리적 판단을 놓고 일부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더팩트> 취재 결과 경북 경주경찰서는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를 낸 30대 여성에게 '민식이법'(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또는 특수상해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건 지난 25일 오후 1시 38분. 당시 자전거를 탄 남자아이가 경북 경주시 동천동 인근도로에서 골목으로 커브를 돌며 도망치듯 페달을 밟고 있는 순간 그 아이를 따라오던 흰색 SUV 차량이 뒤에서 들이 받았다. 이 사고로 아이는 중심을 잃고 넘어졌고, 차량은 쓰러진 자전거를 그대로 밟고 지나갔다. 가해 운전자는 피해 아이의 동네친구 어머니로 확인됐다.

경찰은 곧바로 합동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다.

수사의 초점은 고의성 인정 여부. 가해 운전자는 사고 당일 경찰 조사에서 "고의로 낸 사고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피해 아이는 이후 경찰 조사에서 "놀이터에서부터 멈추라면서 승용차로 쫓아와 들이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함께 조사에 동석한 이 아이의 모친은 가해 운전자에 대한 엄벌을 탄원했다고 한다.

현재 경찰은 사고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TV와 사고 차량 블랙박스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고의성이 있을 경우 '특수상해'로,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민식이법'이 적용될 것"이라며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제한속도를 넘었는지 등 여러 제반 사정을 고려해 추가로 적용할 법이 있는지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지에 대해선 "현재로선 그럴 계획은 없다"면서도 "만일 확실한 물증을 통해 고의성이 입증됐는데도 가해 운전자가 계속 혐의를 부인하면 그때 가서 검토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겨뒀다.

서울 성북구 한 초등학교 인근 스쿨존. /더팩트 DB
서울 성북구 한 초등학교 인근 스쿨존. /더팩트 DB

'특수상해'와 '민식이법' 중 어떤 법이 적용되더라도 처벌 수위는 낮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둘 다 형량이 무겁기 때문이다. 특수상해는 벌금형 없이 10년 이하의 징역, 민식이법은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형법 제258조의2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사람을 다치게 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경우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자동차는 '위험한 물건'으로 간주된다.

물론 선고할 수 있는 최고 형량이 높다고 해서 가해 운전자가 일부러 민식이법을 피해 특수상해라는 선택지를 고를 가능성은 없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언론에 나온 사건이라 예단하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민식이법이 적용되면 벌금형이 선고될 것"이라며 "최고 형량만으로 단순 비교해 민식이법이 특수상해보다 더 형량이 높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무지의 소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벌금형이 없고 징역형만 선고가 가능한 특수상해가 형량이 더 높은 것"이라며 "아이가 크게 다치지 않았기 때문에 과실·고의에 따라 형량은 큰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살인 미수까지는 적용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고 당시 영상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한 피해 아이의 누나는 "운전자는 동생에게 '괜찮냐'는 말 한마디 없었고 119 신고도 목격자가 대신했다"며 "이건 명백한 살인행위"라고 주장한 바 있다.

경찰 출신 변호사는 "상해에 대한 미필적 고의까지는 인정할 수 있어도 살인의 고의를 예단하는 건 무리"며 "정서적으로야 그런 주장을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그런 식으로 법을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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