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성 착취물 제작·유포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부따' 강훈 측이 첫 재판에서 조주빈의 협박으로 범행을 했다며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이새롬 기자

"협박에 시키는 대로 했다" 조주빈 단독 범행 주장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의 공범 '부따' 강훈(18) 측이 첫 재판에서 "조주빈의 지시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조성필 부장판사)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음란물제작배포 등 11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강훈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강 군 측 변호사는 "중대한 범죄에 가담해 죄송하다"면서도 "조주빈과 공모해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했거나, 피해자 협박, 음란행위를 강요한 적 없다. (성 착취물 제작 등은) 조주빈의 단독 범행이고, 가담한 적이 없다"며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에 따르면 강 군은 고3으로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음란 영상을 찾다가 조주빈을 알게됐다. 변호인은 "돈이 없다고 하니 조주빈이 피고인에게 신체 일부 사진을 보내라고 했고, 얼굴이 안 나와 신상 노출이 안 될 것으로 알고 (신체 일부의) 사진을 찍어 조주빈에게 보냈다"며 "조주빈은 피고인의 사진을 친구들에게 뿌리겠다,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두려워서 시키는 대로 한 것"이라 주장했다.

지난해 9월 중순부터 박사방 운영을 본격적으로 맡았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조 씨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고, 범죄 전력이 없다. 조주빈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신상이 공개돼 다시 범행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달라"고 덧붙였다.

강 군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조주빈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며 공범 관계를 거듭 부인했다. /김세정 기자

강 군 측이 조주빈과의 공범 관계를 거듭 부인하는 이유는 범죄단체조직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조 씨가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제작할 목적으로 단체를 조직했다고 판단되면, 범행과 상관없이 조직원 모두 강한 처벌을 받게 된다. 강 군 역시 중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재판을 받고 있는 조 씨와 강 군은 범죄단체조직죄 혐의가 적용되지 않은 상태다. 검찰은 이들을 범죄단체조직죄로 추가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 측은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은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과 함께 아동과 여성을 상대로 잔인한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폭력 범죄를 다시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며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요청했다.

검찰은 강 군이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닉네임 '부따'로 활동하며 출금책 역할을 맡았다고 파악했다. 참여자를 모집·관리하고 범죄수익금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유료 회원들이 입장료 명목으로 암호화폐를 입금하면 이를 현금으로 바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군은 조 씨와 함께 작년 9~11월 피해자 18명을 협박해 성 착취 영상물 등을 제작하고, 텔레그램에 이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 군의 피해자 중에는 미성년자도 7명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둘은 같은 해 11~12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던 윤장현 전 광주시장에서 접근해 2차례에 걸쳐 1천만 원을 받은 사기 혐의도 있다.

지인의 사진을 나체 사진과 합성한 이른바 '딥페이크' 사진을 여러 장 제작하고, 인터넷에 유포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도 받고 있다. 2001년 5월생으로 만 18세인 강 군은 미성년자 가운데 신상 정보가 공개된 첫 사례다.

강 군의 다음 재판은 6월 24일 오후 2시에 열린다. 박사방 연루 의혹이 제기된 전 거제시청 공무원 천 모 씨와 조 씨의 공범으로 지목돼 같이 재판을 받는 전 사회복무요원 강모 씨 등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sejungki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