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스케치. 자료사진 <사진=남용희 기자/20180604> |
대법, "오래 교류 없었어도 정서적 애착 있다면 친생자 인정"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이들을 법적인 어머니와 딸로 인정해 줄 수 있을까.
A씨는 태어나자마자 자녀가 없던 한 부부에 친생자로 입양됐다. 행복은 짧았다. 5살 때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혼했다.
아버지 손에 자라던 A씨는 한시도 어머니 B씨를 잊지않았다. 스무살 성인이 되던 해 할머니에 부탁해 그리던 어머니를 찾아갔다.
15년 만의 재회였다. B씨는 그 사이 재혼했다가 다시 이혼한 뒤였다.
친모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됐지만 어머니를 향한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다.
A씨는 결혼해 두 아이를 낳았다. 할머니가 된 B씨는 성남에서 익산까지 음식을 싸들고 산후조리원을 찾아왔다. 손자의 돌잔치에서도 말했다.
"외가로는 딸만 낳았는데, A가 아들을 낳아 기분이 좋네."
그렇게 15년 만에 만난 어머니는 딱 이별했던 세월 만큼인 15년 후 눈을 감고 영원한 안녕을 고했다.
입양조건에 하자가 있고 장기간 왕래가 끊겼더라도 정서적 애착과 실질적 생활관계가 회복됐다면 친생자 관계가 인정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A씨의 양이모가 제기한 A씨와 B씨가 친생자 관계가 아님을 확인해달라는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전주지방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1심 재판부는 "양어머니 B씨가 A씨를 파양하지 않고 사망한 이상 제3자인 양이모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청구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다만 A씨의 생부모는 누군지도, 입양을 승낙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15세 미만의 아이가 입양되는데 필요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셈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승낙 없이 입양됐다면 자가 입양의 승낙능력이 생긴 15세 이후에도 입양자를 부모로 여기고 생활관계를 유지해야 친생자 관계 효력이 인정된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15년간 B씨와 전혀 교류가 없었고 스무살 때부터 가끔 왕래했을 뿐이기 때문에 이같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고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B씨는 이혼 후에도 가족관계등록부에 딸로 남은 A씨를 파양하지 않았다. 스무살이 된 A씨가 찾아오자 다시 왕래를 시작했다. 양친자 관계를 이어가려는 의사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성년이 되자마자 B씨를 찾았고 친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듣고도 교류를 지속했다. 소송 중에도 B씨를 어머니로 생각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두 사람 모두 양친자 관계를 유지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부모와 자식 사이 관계는 현실에서 다양하게 실현된다. 양친자의 신분적 생활관계 또한 다양한 사정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동거 및 감호․양육 여부를 주된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고,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감정 내지 정서적 애착과 태도 등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심은 그 경위 등을 전체적으로 살펴보지 않은 채 B씨가 이혼해 A씨와 왕래하지 않았던 사정만 중시해 양친자의 신분적 생활관계가 단절됐다고 단정했다"며 "입양의 실질적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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