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피고인 된 차장, 수형자 된 행정관…법정서 재회
입력: 2020.05.26 00:00 / 수정: 2020.05.26 00:00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40차 공판을 열고 전 법원행정처 행정관 유모 씨와 심의관 이모 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사진은 지난 18일 속행 공판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는 임 전 차장의 모습. /이덕인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40차 공판을 열고 전 법원행정처 행정관 유모 씨와 심의관 이모 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사진은 지난 18일 속행 공판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는 임 전 차장의 모습. /이덕인 기자

임종헌 40차 공판…'코트넷 검색 제외' 집중 심리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주원 기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40차 공판에는 기결수를 의미하는 암청회색 수의를 입은 증인이 등장했다. 그의 재판 증인들은 대부분 참고인 신분의 현직 법관들로, 보석 석방 뒤 임 전 차장처럼 말쑥한 정장 차림이었던 만큼 생소한 광경이었다. 수형자가 된 그는 전직 법원행정처 행정관으로, 다른 형사사건에 연루돼 실형이 확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2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 전 차장의 40차 공판을 열고 전 법원행정처 행정관 유모 씨와 심의관 이모 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유 전 행정관과 이 전 심의관은 임 전 차장의 공소사실 중 '코트넷 검색 제외' 혐의의 핵심 증인이다. 검찰은 지난 2015년 4월 헌법재판소(헌재)를 상대로 대법원 위상 강화를 꾀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대법원 고위 법관이 서울남부지법의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을 취소하고, 결정문을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서 검색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본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이란 재판부가 특정 법률이 위헌인지 판단해달라고 헌재에 심판을 신청하는 결정이다. 한정위헌은 조항의 위헌성만이 아닌 법원의 법률 해석에 잘못이 있다는 일종의 평가적 의미가 담긴 판단이다. 양 전 원장 등으로서는 법원의 해석 오류를 지적하는 취지의 한정위헌 결정을 특히 경계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당시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 행정관을 지낸 유 전 행정관은 해당 결정문을 검색 제외 조치한 인물이다. 그는 전자법정 입찰 정보를 빼돌려 특정 업체만 입찰이 가능하도록 특혜를 제공하고 금전을 취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되자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유 전 행정관은 심의관들의 지시에 따라 실무 처리만 했을 뿐 결정문의 취지 등은 자세히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의사 결정할 지위는 아니어도 검색 제외 사유에 대해 판단할 수 있지는 않냐"는 검찰의 질문에 유 전 행정관은 "제가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이어진 "그 판단은 심의관이 하는 건가"라는 질문에도 "네"라고 답했다. 다만 이 사건처럼 기획조정실을 거치지 않고 담당 재판부에게 받은 공문만으로 검색 제외 조치를 한 선례는 없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판결문, 결정문 등에 대한 검색 제외 조치는 이 건 외에는 특별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예외적인 경우였다고 인정했다.

이어진 증인은 당시 전산정보관리국 정보화 심의관이었던 이 전 심의관이었다. 이 전 심의관 역시 담당 재판부의 공문을 받아 실무자들에게 검색 제외를 지시했을 뿐, 대법원의 헌재 상대 위상 강화라는 배경은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검찰: 행정처 내에서 원 결정, 한정위헌 취지 결정을 이대로 헌재에 보낼 수는 없다는 이야기 못 들었습니까?

이 전 심의관: 헌재요?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제 기억이 맞을 겁니다. 그런 이야기 듣지도 않은 걸로 기억하고 송부 문제도 말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검찰은 당시 사법정책심의관으로, 서울남부지법 결정을 대법원에 최초로 보고한 문모 씨가 이 전 심의관에게 보낸 이메일을 제시했다. 2015년 4월14일 오후 11시8분께 보낸 이메일에는 "이번 사태 수습에 너무 많은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마무리를 향해 치닫는 느낌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 한정위헌 결정을 직권 취소하기로 한 사실과 관련해 증인도 '사태의 심각성'을 공유한 걸로 보이는데요.

이 전 심의관: 공유를 했는지 이 문장만으로 판단할 수 없고요. '급한 불 껐나'라고 생각했죠. 전산정보관리국 자체가 행정처에서도 말단입니다. 저희에게 배경이나 정책 방향을 알려주고 업무처리를 지시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판결문이 아닌 결정문의 경우 '무게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코트넷에 반드시 공개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담당 재판부가 검색 제외를 원할 시 명백히 규정에 반하지 않으면 재판부 의사를 따른다고 강조했다.

검찰: (공문에) 검색에서 제외해야할 사유를 아무것도 적지 않았는데요. '우리가 공문 보낼테니 검색 제외 해주시오' 하면 해줍니까?

이 전 심의관: 그런 선례가 있었던 건 아닌데요. 저희 전산정책상 문제가 없으면 해줄 수 있는 겁니다. 케이스바이케이스(case by case)예요.

검찰: 재판부가 '우리 판결문 부끄러우니 제외 조치 해주시오' 하면 해줍니까?

이 전 심의관: 판결문은 다 나오지만 결정문은 100% 검색 시스템에 나오지 않습니다. 무게감이나 이런게 떨어지거든요. 명백히 규정에 반하지 않으면 최대한 재판부 의사대로 합니다.

검찰: 제가 말씀드린 건…

이 전 심의관: 말 끝까지 할게요. '그 정도 사안'이라 생각합니다.

반대신문에 나선 임 전 차장 측 역시 "담당 재판부 결정에 따라 한정위헌 취지의 결정문을 검색에서 제외시켰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재판부가 (결정문 코트넷 공개를) 직권 취소해 그 후속조치로 검색에서 제외됐다"며 "(한정위헌 취지의) 원 결정을 바꾸게 돼 앞선 불필요한 결정문들은 제외하고 최종 결정문만 남기겠다는 재판부 판단"이라고 변론했다. 이 전 심의관의 증언처럼 담당 재판부가 결정문 검색 제외를 원했고, 전산정보관리국 심의관과 실무관 등은 재판부 의사를 따랐을 뿐 위법한 목적은 없었다는 취지다.

이같은 변호인의 설명을 들은 유 전 행정관은 "(이런 내용을) 지금 처음 듣는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검찰 조사에서 유사한 취지의 진술을 했던 이 전 심의관은 "(이런 진술을) 한게 맞다. 판결문은 무조건 공개돼야 하지만, 결정문은 성범죄 관련 사건 등 사생활적 성격이 강한 경우 등 검색제외 요청이 있고, 업무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검색 제외가) 가능하다"라고 했다.

앞서 증인으로 나온 유 전 행정관, 보석 석방 뒤 자택으로 주거지가 제한된 임 전 차장처럼 이 전 심의관 역시 법원을 떠난 상태다. 지난 2월 그는 법원에 사표를 제출했고 교수로 재직 중이다. 당시 법원을 떠난 이 중에는 임 전 차장 재판의 첫 증인으로, 법원행정처 제1심의관을 지낸 시모 씨도 포함됐다.

검찰은 지난 2015년 4월 헌법재판소(헌재)를 상대로 대법원 위상 강화를 꾀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대법원 고위 구성원들이 서울남부지법의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을 취소하고, 결정문을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서 검색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본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남용희 기자
검찰은 지난 2015년 4월 헌법재판소(헌재)를 상대로 대법원 위상 강화를 꾀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대법원 고위 구성원들이 서울남부지법의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을 취소하고, 결정문을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서 검색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본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남용희 기자

양 전 원장 등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내달부터 약 10회 기일에 걸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던 임 전 차장에 대한 신문 계획을 모두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이 이날 자신의 공판에서 "해당 재판부에서 직권으로 취소한 것이냐"고 묻자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를 고려해 재판부가 일단 증인 신문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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