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집단성폭행 혐의' 정준영의 반성문은 진실일까
입력: 2020.05.17 00:00 / 수정: 2020.05.17 00:00
집단 성폭행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준영(사진 위)과 최종훈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정준영은 진지한 반성을 했고, 최종훈은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덕인·이선화 기자
집단 성폭행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준영(사진 위)과 최종훈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정준영은 '진지한 반성'을 했고, 최종훈은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덕인·이선화 기자

합의 없이 형량 1년 줄어…최종훈, '반성+합의'에 형량 절반 줄어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집단 성폭행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준영(31)과 최종훈(30)이 항소심에서 징역 5년과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심 각각 징역 6년과 5년 선고에 비해 정준영은 1년, 최종훈은 절반이 감형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고법 형사12부(윤종구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특수준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준영과 최종훈 등 5인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정준영에게 징역 5년, 최종훈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형량이 반으로 대폭 깎인 최종훈의 경우 "피해자와 합의는 했으나 피고인이 공소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 진지한 반성 요건에 부족하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최종훈의 혐의인 특수준강간의 경우 형량이)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이고, 최저가 2년 6개월"이라 덧붙였다. 최종훈이 진지한 반성을 하지 않았음에도 합의가 됐으니 최저 형량으로 감형했다는 셈이다.

최종훈 측은 지난 6일 합의서 제출로 선고 공판을 한차례 연기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최근 성폭력 사건에서는 합의가 절대적인 양형 기준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지만 감형 사유로 삼았다.

피해자와의 합의서를 제출한 최종훈은 징역 5년에서 2년 6개월으로 형량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몇몇 변호사들은 합의가 최종훈의 감형에 절대적이었다고 의견을 냈다. /김세정 기자
피해자와의 합의서를 제출한 최종훈은 징역 5년에서 2년 6개월으로 형량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몇몇 변호사들은 "합의가 최종훈의 감형에 절대적이었다"고 의견을 냈다. /김세정 기자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합의가 최종훈의 감형에 절대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며 "명백히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이고, 피해자에게 큰 위해를 가한 사건인데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은 것'이라 재판부 역시 참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설명했다.

법무법인 LF의 손병구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뿐만 아니라 통상적인 형사사건에서 합의서의 효력이 크다"며 "대개 재판부에 합의서를 제출할 때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처벌불원서가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성범죄 사건 양형기준에서는 '처벌불원'을 특별감경인자로 고려하고 있다.

이어 "최종훈의 합의가 감형에 절대적인 사유라고 볼 수밖에 없다. 기존 양형기준에 맞춰 판결하는데 합의서가 제출됐기 때문에 임의로 판결을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라 언급했다.

최종훈과 달리 정준영은 합의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1년을 감형하며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자신이 한 행동을 진지하게 반성한다는 점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정준영은 선고 기일 직전에 두 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에서 1년 감형받은 정준영은 판결에 불복하고, 선고 하루만인 13일 상고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해 3월 15일 정준영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조사를 마치고 취재진을 피해 이동하는 모습. /이덕인 기자
항소심에서 1년 감형받은 정준영은 판결에 불복하고, 선고 하루만인 13일 상고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해 3월 15일 정준영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조사를 마치고 취재진을 피해 이동하는 모습. /이덕인 기자

정준영이 제출한 반성문은 진실이었을까. 선고 후 정준영의 '진지한 반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정준영 측은 재판 내내 "피해자와 합의하에 한 성관계"라며 혐의를 부인했고, 증거로 채택된 카카오톡 대화내역이 자신의 동의 없이 불법적으로 수집됐다며 "효력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항소심 선고 하루 만인 13일 상고장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에서 법리적 판단을 받겠다는 것이다. 정준영이 진지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여성의전화 출신인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13일 국회에서 열린 '젠더폭력근절대책TF 2차 회의 전문가간담회'에서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정준영이 '진지한 반성'을 이유로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적합한 양형이었는지 의문"이라며 판결을 비판했다.

정준영의 감형 사유인 피고인의 '진지한 반성 여부'도 성범죄 양형기준에 포함된다. 텔레그램 'n번방' 관련자들이 최근 거듭 반성문을 제출하는 이유 역시 형량을 낮추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정준영이 반성으로 형량을 낮춘 이상 이들의 반성문 역시 양형에 참작될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강력 성범죄가 계속 발생해도 합의와 반성만으로 감형이 된다면 동종범죄 발생에 대한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정준영과 최종훈은 2016년 1월 강원도 홍천군에서, 같은 해 3월 대구에서 여성들을 만취시키고 집단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준영은 2015년 말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상대방 동의 없이 몰래 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11차례 유포한 혐의도 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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