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서울대 사무국장 "세미나에 '조국 교수 딸' 왔다"
입력: 2020.05.15 00:00 / 수정: 2020.05.15 00:00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14일 오전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후 처음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이새롬 기자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14일 오전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후 처음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이새롬 기자

정경심 첫 불구속 재판…제자·부산 호텔 사장도 증언대에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주원 기자]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의 재판에 나온 전 서울대학교 공익인권법센터 사무국장이 "세미나에 여자 고등학생이 참석했고 자신을 '조국 교수님 딸'이라고 소개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딸이 이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았는데도 허위로 확인서를 받아 의전원 입시에 이용했다고 주장해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는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교수의 13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정 교수가 딸 조민 씨의 인턴 확인서 등을 허위로 발급받아 대학교·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사용했다는 입시비리 관련 혐의에 대한 심리가 이뤄졌다.

입시비리 의혹 중 하나는 2009년 5월 한영외국어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조씨가 아버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교수로 근무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주최한 세미나 인턴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받았다는 것이다. 조씨는 "2009. 5.1~15 기간 동안 고등학생 인턴으로 활동하였음을 증명한다"는 취지의 인턴십 확인서를 발급받아 의전원 입시에 사용했다. 검찰은 실제로 조씨가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았는데도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받아 의전원 입시 업무를 방해했다고 본다.

이 세미나는 동북아시아 사형제도를 다룬 국제 학술회의였다. 당시 공익인권법센터 사무국장을 지내며 세미나 개최에도 일조한 김모 씨는 이날 증인석에 서 "교복을 입은 남자 고등학생 1명, 사복을 입은 남녀 고등학생 1명이 각각 세미나에 참석했다"고 증언했다. 교복을 입은 남학생은 지난 7일 증인으로 나왔던 조씨의 친구 박모 씨로, 서울 모 외국어고에 재학 중이었다. 김 전 국장은 박씨가 다니는 외국어고 교복을 원래 알고 있어 분명히 기억난다고 덧붙였다.

사복 차림의 여학생은 정 교수의 딸 조씨라는 취지로 일관된 증언을 했다. 김 전 국장은 "여학생이 세미나 뒤 뒷풀이 장소에 따라갔다. '조민'이라는 이름을 들은 기억은 없지만 자신이 조국 교수님의 딸이라고 소개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뒷풀이가 열린 장소에 대해서도 "서울대에서 내려와 낙성대 교수회관 근처에서 1시간~1시간30분 정도 식사했다"며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정 교수의 제자 A씨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동양대 영어영재교육센터장을 지낸 2013년 5~12월 딸 조씨와 A씨를 보조연구원으로 두고, 경북교육청에서 지원한 연구비를 지급했다고 공소사실을 구성했다. 조씨와 A씨 모두 실제로 연구 보조를 하지 않았는데도 허위 경력을 쌓게 하고 돈을 줬다며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 위반,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160만원 상당의 연구비가 2013년 12월31일 당시 동양대 4학년이던 A씨의 계좌로 들어갔다. 이듬해 2월 A씨는 이 돈을 조씨 계좌로 송금했다.

A씨는 검찰 측 신문에서 "동양대에서 조씨를 한번도 본 적 없다"며 "2013년 11월경, 원어민 교수님 동생이 한국에 와서 한국을 소개하기 위해 서울에 갔다가 조씨를 처음 봤는데, 그 때 만난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또 "정 교수에게 보조연구원으로 일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 없다"며 "(연구비 지급이) 왜 이뤄졌는지 구체적 설명도 듣지 못했고, 정 교수가 조씨 계좌를 알려주며 돈을 송금하라고 지시해 이체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정 교수가 제자 A씨를 아꼈던 점을 들어, A씨를 보조연구원으로 삼기로 결심하고 연구비를 미리 지급받게 했다는 입장이다. A씨의 사정의 여의치 않자 딸 조씨를 데려와 보조연구원으로 일하게 하고, A씨 계좌에 있던 연구비를 조씨에게 보내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변호인 반대신문 내용을 종합하면, 정 교수는 우등생이었던 A씨를 유난히 아껴 아르바이트 장소까지 데려다 주고, 외국 대학교 입시를 위한 추천서를 써줬다.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간 A씨가 기존 6개월인 교환 기간을 1년으로 늘리고 싶어 하자, 직접 그 대학교를 방문해 추가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A씨 역시 '피고인이 증인을 무척 예뻐해 다른 학생들이 시샘하기도 했다는 게 사실이냐'는 변호인 질문에 "그랬던 것 같다"고 인정했다. 연구비가 오간 구체적 배경을 아냐는 질문에는 "몰랐다"고 답했다.

조씨가 고교 시절 2년여간 부산 아쿠아팰리스호텔에서 인턴을 했다며 허위 확인서를 발급받았다는 혐의와 관련해, 호텔 총괄 사장 B씨에 대한 증인신문도 이뤄졌다. B 사장은 확인서상 조씨가 인턴 활동을 한 2007~2009년 해당 호텔 식음료사업부 소사장(본청과 도급계약을 맺은 경영주체)으로 재직 중이었다.

B 사장은 "부산 소재 대학교에서 호텔경영을 전공한 실습생을 받은 기억은 있지만, 고등학생 인턴을 본 적은 없다. 소규모 호텔이라 소문이 빠를텐데 서울에서 온 고등학생이 왔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다만 검찰 조사에서 본 인턴 확인서에 찍힌 직인은 육안상 당시 대표이사 직인과 유사해보였다고 증언했다. 이날 재판내용을 종합하면 당시 대표이사는 지역 유지였던 김모 씨로, 지금은 작고했다.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4일 오전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첫 재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새롬 기자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4일 오전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첫 재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새롬 기자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 조사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검찰 진술조서와 법정 진술 내용이 상반돼 관련 질문이 집중됐던 김 전 국장은 "몇 시간 조사를 받았지만 조서를 확인하고 서명할 시간은 약 20분이었다. 제가 한 말을 다 기억하고 그대로 기재했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증인신문 방식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정 교수는 검찰 조사 당시 "○○(증인)이 보조연구원으로 일할 거라 기대하고 돈을 줬는데, ○○이가 아무 일도 안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검찰은 이를 놓고 "피고인은 증인이 불성실한 학생인 것처럼 주장했다", "피고인 주장처럼 증인이 수당만 받아 챙기고 일은 안 한, 불성실한 학생이었다면…" 등의 발언을 했다. A씨가 수석으로 졸업할 당시 받은 표창장을 검찰에 제출한 것을 놓고 "(정 교수가) 수석으로 졸업한 증인을 불성실했다는 식으로 말한 것에 상처받아서 제출한 거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정 교수의 진술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A씨에게 연구비를 지급했다가 돌려 받은 사실관계를 진술했을 뿐인데, 검찰이 왜곡한 의미를 전제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는 취지다. 변호인은 "검찰 조사 중에도 '피고인 주장처럼 증인이 불성실한 학생이라면'이라고 가정한 질문을 들은 적 있냐"고 물었고 A씨는 "그런 질문을 들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날 재판은 정 교수가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뒤 처음으로 받는 불구속 재판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해 추가 구속 영장을 발부하지 않은 건 무죄나 집행유예 선고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피고인이 증인 등에 대해 허위진술을 강요하는 행위 등에 대해서는 언제든 추가로 구속영장을 발부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재판부는 이날 증인신문이 예정됐지만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한 한모 서울대 교수에 대해 "법을 전공한 공직자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며 과태로 500만원을 부과하고, 또 불출석할 경우 구인영장을 발부하겠다고 경고했다. 한 교수는 조씨의 참석 여부를 다투는 동북아시아 사형제도 세미나 개최 당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장이었다.

정 교수의 속행 공판은 21일 오전 10시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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