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다크웹 성착취물' 손정우, 미국이 두려운 이유
입력: 2020.05.11 05:00 / 수정: 2020.05.16 15:47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한 손정우(24) 씨의 미국 송환 여부가 오는 19일 결정된다. /남용희 기자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한 손정우(24) 씨의 미국 송환 여부가 오는 19일 결정된다. /남용희 기자

미국 '아동 성범죄' 법안 강화 추세…재처벌 가능성 있어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자금세탁과 음란물 소지죄만 해도 (징역) 50년, 한국 재판은 별개라고 해도 100년 이상인데 어떻게 사지의 나라(미국)로 보낼 수 있겠느냐."

IP 추적이 불가능한 '다크웹'에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한 손정우(24) 씨의 아버지가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 내용 일부다.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20만여 건 이상을 배포해 4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혐의를 받는 손 씨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을 마쳤다. 그러나 미국 법무부가 출소를 앞둔 손 씨를 아동 성 착취물 배포와 광고, 국제자금세탁 등 9개의 혐의로 기소했고,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송환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법무부는 미국 측 의사를 받아들여 미국이 인도 요청한 대상 범죄 중 국내 법원의 유죄 판결과 중복되지 않는 '국제자금세탁' 부분만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손 씨 측이 미국 송환을 한사코 반대하는 이유는 징역 1년 6월을 선고한 국내 법원에 견줘 미국에서는 중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팩트>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박예안 미국 변호사와 손 씨의 미국 송환과 실제 처벌 가능성을 짚어봤다.

◆ 손정우 미국 송환 가능성? "높다"

최근 손 씨의 아버지는 "한국에서 처벌을 받도록 미국 송환을 불허해달라"는 취지로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아버지 손 씨는 "원래 천성이 악한 아이가 아니고 강도·살인, 강간미수 등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라며 "선처를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여죄를 한국에서 형을 받게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손 씨 측은 '중한 범죄나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닌 이상 타국으로 인도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자국민 불인도 원칙을 근거로 인도 거부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대한민국은 적극적으로 범죄인 인도 제도를 청구하는 나라"라며 손 씨의 미국 송환 가능성을 매우 높게 전망했다.

실제 2010~2019년 10년간 국내 법원서 심사한 30건의 인도 신청 중 거절 결정은 1건에 불과했다. 지난 2013년 일본 정부가 야스쿠니 신사에 화염병을 던지고 한국으로 도피한 중국인 류창 씨를 인도 요청했지만 거절한 사례다. 당시 법원은 류씨를 정치범으로 판단하고 '정치범 인도 불가' 원칙에 따라 거절했다.

손 씨의 경우 명백한 범죄 행위를 저질렀고, 국내 법원에서 판단하지 않은 '국제자금세탁' 혐의로 인도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송환될 가능성이 높다.

박 변호사는 "최근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국민적 관심이 높은 상태인 것을 고려한다면 (손 씨의 미국 송환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덧붙였다.

박예안 변호사는 최근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과 관련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높아져 있는 상태인 것을 고려한다면 손정우의 미국 송환 가능성 높다고 말했다. 사진은 성 착취물 제작 및 유포로 재판에 넘겨진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검찰에 송치되는 모습. /김세정 기자
박예안 변호사는 "최근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과 관련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높아져 있는 상태인 것을 고려한다면 손정우의 미국 송환 가능성 높다"고 말했다. 사진은 성 착취물 제작 및 유포로 재판에 넘겨진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검찰에 송치되는 모습. /김세정 기자

◆ 성범죄로 재처벌 받을 가능성? "있다"

처벌한 혐의로 다시 처벌하지 않는 것이 원칙인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이미 한국에서 아동 음란물 배포 혐의로 형을 마친 손 씨가 미국으로 가서 같은 혐의로 처벌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원론적으로는 불가하다. 추측하기 조심스러우나 미국이 아동 성착취 영상 범죄의 처벌에 강력한 의지가 있다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며 재처벌 가능성을 조심스레 언급했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미국은 연방법에서 처벌을 받았더라도 주(州)법으로 다시 기소될 수 있다. 여러 주에 피해자가 있는 상황이라면 주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성범죄 기소를 떠나서 국제 자금세탁 혐의만으로도 만만치 않다. 박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마약이나 테러와 관련해 자금세탁이 중범죄로 처벌된다"며 국제자금세탁 혐의만으로 충분히 중형 선고가 가능하다 설명했다.

실제 미국에서 자금세탁은 최대 징역 20년형에 처할 수 있다. 비트코인으로 4억 원이 넘는 수익을 챙긴 손 씨의 경우 실형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이어 "손정우는 가상화폐를 이용해서 수사망의 눈을 피하고자 노력한 정황이 적지않아 가중 처벌의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손 씨는 미국의 비트코인 거래소에 계좌를 열어 회원들에게 비트코인으로 다운로드 요금을 받았다. 128만 회원의 개별 비트코인 계좌를 모두 만드는 등 추적을 피하기 위해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웰컴 투 비디오'는 아동 성범죄 영상물 매매에 암호화폐를 사용한 첫 번째 사례다. 박 변호사는 "아동 성 착취 영상을 판매하기 위해 자금세탁을 한 점이 고려된다면 형량이 가중될 것"이라 설명했다.

◆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범죄 양상의 집합체"

이 사건은 세계적으로 관심이 큰 범죄라는 점에서도 엄벌 전망이 나온다. 박 변호사는 "'웰컴 투 비디오 사건'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범죄 양상을 다 합친 범죄"라며 '일벌백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미국이 아동 성범죄 관련 법안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실제 미국 뉴욕타임스의 5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의회가 아동 성 착취물 단속을 위해 약 50억 달러를 투입해 강력한 법안을 입법한다고 예고했다. 따라서 손 씨의 처벌은 미국에서도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손 씨를 미국에 송환할지 결정하는 범죄인 인도심사 심문은 오는 19일 서울고법 형사20부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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