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웰컴 투 비디오' 손정우, 미국 가면 중형 가능성↑
입력: 2020.05.07 05:00 / 수정: 2020.05.15 16:55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의 미국 송환 여부가 오는 19일 결정된다. /남용희 기자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의 미국 송환 여부가 오는 19일 결정된다. /남용희 기자

'국제자금세탁'만으로도 엄벌…"국내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마련해야"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24) 씨가 미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가 미국 법정에 선다면 어떤 처벌을 받을지도 관심사다.

손 씨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약 2년 8개월간 IP 추적이 불가능한 '다크웹'에서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하며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20만여 건을 배포한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살았다. 하지만 미국 정부도 그를 넘겨받기를 바랐다. 워싱턴 DC 연방 대배심원이 한국에서 출소를 앞둔 손 씨를 9개의 혐의로 기소했고,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송환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한 것이다.

이에 서울고검은 만기 출소를 앞둔 손 씨를 재구속한 뒤 법원에 범죄인 인도 심사를 청구했다. 범죄인 인도는 정치범을 제외하고는 허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국내에서 형을 마친 손 씨가 성범죄, 특히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종신형 등 중형으로 처벌하는 미국에 송환된다면 어떻게 될까.

◆ 국내 처벌받아 미국서는 어렵다?…자금세탁만으로도 중형

미국은 손 씨를 아동 성 착취물 배포와 광고, 자금세탁 등 9건의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은 아동·청소년이 등장한 음란물을 갖고만 있어도 5년에서 20년의 징역에 처한다. 실제 웰컴 투 비디오에서 아동 음란물을 다운로드한 사람은 징역 15년 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손 씨의 경우 사이트를 직접 운영했고 아동 음란물을 배포했기 때문에 20년 이상의 중형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손씨는 아동 성 착취물 유포 및 판매로 1년 6개월을 이미 복역했다. 같은 범죄로 미국에서 다시 처벌하는 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한미 정부 간의 범죄인인도조약 5조에는 "요청을 받은 해당 인물이 그 나라에서 이미 해당 범죄로 유죄 또는 무죄 선고를 받았다면 (범죄인 인도가)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명시됐다.

법무부 역시 이런 상황을 고려했다. 미국 인도 요청의 대상 범죄 중 국내 법원의 유죄 판결과 중복되지 않는 '국제자금세탁' 부분만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미 국내에서 처벌을 받은 죄명이라면 미국에서 다시 처벌하긴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미국에서도 손 씨의 음란물 배포로 피해자가 존재한다면 처벌이 가능할 수도 있다"며 기소 가능성은 열어뒀다.

서울고법이 범죄인인도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손정우는 구치소에서 미국 강제송환 절차를 기다리는 중이다. / 남용희 기자
서울고법이 범죄인인도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손정우는 구치소에서 미국 강제송환 절차를 기다리는 중이다. / 남용희 기자

손 씨는 성범죄를 피해 '국제자금세탁'으로만 기소돼도 중형이 불가피하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자금세탁은 미국 연방 형법에 따라 최대 20년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라 설명했다.

손 씨는 비트코인으로 4억 원이 넘는 수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2018년 8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16만 4000 달러 가량(한화 약 2억 2000만 원)을 비트코인 거래로 세탁해 3년 5개월의 징역을 선고받고, 미국 정부에 몰수당한 판례가 있다.

◆ 영미권은 다운만 해도 중형국내는 '솜 방망이'

미국에서 처벌 문제를 떠나 손 씨가 국내에서 받은 1년 6개월 형량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솜 방망이 처벌' 논란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이수연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손정우가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하면서 직접 범죄행위를 저질렀는데도 처벌 수위가 낮다. 미국, 영국의 경우 (웰컴 투 비디오의) 영상을 다운만 해도 중형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아동·청소년 음란물의 경우에도 처벌이 미약했던 게 사실"이라며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씨 측은 미국 송환이 가혹하다는 입장이다. 손 씨는 자신에게 발부된 범죄인 인도 구속영장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구속적부심사를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손 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미국 송환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승재현 연구위원은 "손정우의 범죄는 반문명적, 반인륜적이고 피해 청소년과 어린이들의 미래를 낱낱이 지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손 씨의 미국 송환이) 범죄인 인도조약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요구한다"며 손 씨의 송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손 씨를 미국에 송환할지 결정하는 범죄인 인도심사 심문은 19일 서울고법 형사20부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서울고법이 인도 결정을 내리고 법무부 장관이 승인하면 미국 집행기관이 손 씨를 직접 데려간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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