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양승태 대법원'은 헌법재판소가 언짢았다
입력: 2020.05.07 00:00 / 수정: 2020.05.07 00:00
6일 사법농단 의혹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65차 공판에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휘원회 상임위원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던 양 전 원장이 보석을 허가받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는 모습. /남용희 기자
6일 '사법농단 의혹'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65차 공판에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휘원회 상임위원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던 양 전 원장이 보석을 허가받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는 모습. /남용희 기자

'사법농단' 65차 공판… ‘한정위헌’부터 헌재소장까지 깊은 골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주원 기자] '사법농단 의혹' 정점에 서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양 전 원장이 헌법재판소(헌재)에 언짢은 감정을 가졌다"고 증언했다. 다만 헌재 상대 대법원 위상 강화의 일환으로 조사된 법관 파견과 헌재 내부 자료 보고를 놓고는 "양 전 원장이 직접 보고받은 '장면'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양 전 원장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6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 전 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 고영한 전 대법관의 65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증인석에 앉은 이는 2015년 5월~2017년 4월 제5기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이규진 부장판사였다. 검찰 공소사실상 이 부장판사는 헌재 파견 법관에게 전달받은 각종 내부 문건을 '윗선'에 보고했다.

대법원과 헌재의 갈등은 이 부장판사가 대법원에 오기 꼭 한 달 전인 2015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헌재는 회사의 정리해고에 저항하기 위해 특근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업무방해죄 벌금형이 확정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낸 헌법소원 검토에 한창이었다.

헌재는 이 노동자들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었다. 결정 자체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과 반대되는 내용이기도 했지만, 법조항의 위헌성을 따지는 '단순위헌'과 달리 법조항에 대한 법원의 해석이 "잘못됐다"고 판단한 결정이기도 하다. '사법부 최고기관'이라는 대법원으로서는 자존심이 달린 문제였다.

이듬해 3월에는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한 대법원이 헌법재판관 3명을 지명하는 건 헌법재판관의 민주적 정당성을 희석시킨다"는 박한철 당시 헌재소장의 발언도 나왔다.

이 부장판사는 박 전 소장의 발언이 있은 후 대법원 상황을 "실장회의에서 차장(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께 '대법원장님이 언짢아하신다'고 들었다"고 회고했다.

검찰은 '언짢았던' 양 전 원장이 헌재를 상대로 대법원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법관을 파견해 내부 자료를 빼돌렸다고 본다. 헌재에 계류 중인 사건의 내밀한 정보를 수집해 먼저 대법원에서 선고를 내리는 등 '선제 공격'을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은 최종 결재만 할 뿐, 지법 부장 이하 인사에 관여하지 않은 게 맞냐'는 변호인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헌재에 누가 파견되는지부터 양 전 원장은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당시 헌재에 파견된 법관은 최모 부장판사였다. 최 부장판사는 헌재에 계류 중인 현안부터 차기 소장에 관한 보고서 등을 작성해 대법원에 넘겼다. 이 부장판사는 이같은 문건들이 양 전 원장에게까지 흘러 들어갔냐는 질문에 대부분 "양 전 원장이 직접 보고받았다는 '장면'은 명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최 부장판사가 보낸 일부 헌재 자료에 대해서는 "부적절하다고 느꼈다"고 시인했다. 다만 법을 다루는 기관끼리 자료를 공유할 의도였다고 덧붙였다.

검찰: 헌재에서 "우리꺼, 연구보고서 다 알려줘도 돼" 이렇게 용인하는 정보들입니까?

이 부장판사: 받은 건 부적절하다고 저도 인정했습니다.

검찰: 헌법재판관들의 토론 자료는 외부에 드러나면 안되는 자료죠?

이 부장판사: 외부 유출이 안되는 건 맞는데… 대법원과 헌재는 자료 공유의식이 강합니다. 이건 변명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법원 외부로 유출만 안된다면, 적절한 건 아니지만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최 부장판사에게 헌재 내부 자료를 무리하게 요구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 최 부장판사는 이 법정에서 "(대법원이)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요구하시더니, 자꾸 달라고 하시고 점점 예사가 됐습니다. 필요한 요구를 계속 하시니까…하다 보니…계속 드리게 됐지요"라고 진술했습니다.

이 부장판사: 최 부장에게 부담스러운 요구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헌법정책연구원 인사라던가, 포럼 자료 등 누가 봐도 안 보내도 될 자료까지 최 부장이 자발적으로 보내준 것도 상당수 있습니다. 한 번 물어본 게 전부인 문제를 계속 업데이트해서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검찰: 최 부장판사는 또 "대법원에서 수시로 전화해 평의(헌법재판관 전원 참석 회의)가 어찌 돼 가냐고 자꾸 물어봤다"던데요.

이 부장판사: 제 전화내역 보시면 아실 텐데 전화 자주 안했습니다. 저는 한 달에 1~2번 전화한 걸로 기억해요. 이메일은 자주 했죠.

검찰은 헌법재판소 상대로 대법원 위상을 강화하고 싶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파견 법관을 이용해 내부 자료를 빼돌렸다고 본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남용희 기자
검찰은 헌법재판소 상대로 대법원 위상을 강화하고 싶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파견 법관을 이용해 내부 자료를 빼돌렸다고 본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남용희 기자

이날 검찰이 제시한 최 부장판사의 진술조서에는 "(헌재 내부 자료 전달을) 하고 싶지 않았다. 되게 꺼림칙했다. 이거까지 드리는 건 좀 부담스러웠다"는 당시 심경도 드러났다. 해당 조서를 본 이 부장판사는 "최 부장이 일할 때 부담을 느꼈다고 인식하지 못했다"면서도 "최 부장판사도 기소에 대한 심적 부담이 있는데 과연 진실만 이야기할까 싶다"고 말했다.

최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이 부장판사가 섰던 이 재판 증인석의 마이크를 잡았었다. 당시 최 부장판사는 자신이 "애매한 상황에 놓인 사람"이었다며 "용기를 냈어야 하는데, 후회한다"고 증언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사법농단 의혹의 또 다른 핵심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판 증인석에 앉아서도 "지금 같으면 (대법원 지시를) 거절했을 거다. 후회한다"고 했다.

양 전 원장 등의 속행 공판은 8일 오전 10시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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