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박사방' 재판 본격화…범죄단체조직죄 인정될까
입력: 2020.05.06 05:00 / 수정: 2020.05.06 05:00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지난 3월 25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호송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지난 3월 25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호송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조주빈 등 신상공개 3인 재판 시작…공모 여부도 쟁점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텔레그램을 이용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의 얼굴이 공개된 지 40여 일이 지났다. 조주빈과 '박사방' 일당의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혐의가 방대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 신상공개된 3인방 '박사', '부따', '이기야'

'박사' 조주빈은 박사방을 공동 운영했다고 주장하며 공범으로 '부따' 강훈과 '이기야' 이원호 육군 일병, '사마귀'를 지목했다. 이들 중 조주빈과 강훈, 이원호 3명의 신상은 모두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거쳐 공개됐다.

박사방 3인의 신상공개 과정은 모두 '최초' 타이틀을 달았다. 주범 조주빈은 지난 3월 24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살인죄가 아닌 성폭력 범죄로는 최초로 피의자 신상이 공개됐다. 2001년 5월생으로 만 18세인 '부따' 강훈은 미성년자 가운데 신상 정보가 공개된 첫 사례다. 지난달 28일 신상이 공개된 육군 일병 '이기야' 이원호는 군이 신상공개를 결정한 최초 사례다.

우선 조주빈의 혐의는 14개에 달한다. 조주빈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여성 피해자 25명을 협박, 성 착취 영상을 제작한 뒤 텔레그램 '박사방'을 통해 이를 판매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8명은 아동과 청소년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15세 피해자에게 나체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뒤 박사방 '직원' 한 모 씨에게 피해자를 직접 만나 강간을 시도하고 음란행위를 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한 5명의 피해자에게 박사방 홍보 영상을 촬영하도록 한 혐의와 프리랜서 기자 김웅 씨를 속여 1500만원을 받아낸 혐의도 있다.

'부따' 강훈은 박사방에서 '출금책' 역할을 맡았다. 참여자를 모집·관리하고 범죄수익금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유료 회원들이 암호화폐를 입장료 명목으로 입금하면 이를 현금으로 바꿔 조주빈에게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또한 지인의 사진을 나체 사진과 합성한 이른바 '딥페이크' 사진을 제작·유포한 혐의도 받는다.

강훈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음란물제작·배포 등을 비롯한 9개 죄목으로 지난 달 17일 검찰 송치됐다.

'이기야' 이원호 육군 일병은 박사방에서 홍보 담당으로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 착취물을 제작, 유포하고 외부에 박사방을 홍보해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군 검찰에 구속기소 됐다.

오는 6일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부따 강훈의 경우 이번주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새롬 기자
오는 6일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부따' 강훈의 경우 이번주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새롬 기자

◆ 조주빈 28일 정식 재판…'부따'는 기소 임박

조주빈의 재판은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현우)의 심리로 처음 열렸다. 이날은 공판준비기일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었지만 조 씨는 예상과 달리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조 씨 측 변호인은 음란물 제작 및 배포 등 공소사실 일부는 인정하나 아동·청소년을 강제 추행한 혐의와 몰래카메라를 찍게 강요한 혐의, 박사방 '직원' 한 모 씨와 함께 저지른 유사 성행위, 강간미수 등 혐의 일부는 부인했다.

앞서 피해자 측 변호인들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재판 전체를 비공개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재판부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일부는 공개하고,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나머지는 비공개하기로 했다.

조 씨의 재판은 오는 14일 오후 2시에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연 후 28일부터 정식 재판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6일 구속 기간이 만료되는 '부따' 강훈의 경우 이번주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4일 강 군의 구속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한 검찰은 오는 6일 이전 구속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주거지 압수수색도 마친 상태다.

지난 1일 군 검찰에 구속기소된 '이기야' 이원호의 재판은 이르면 2~3주 뒤에, 늦으면 이달 말 수도방위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며 원칙에 따라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조주빈과 강훈, 이원호 등 박사방 관련 인물들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 17일 부따 강훈이 검찰로 송치될 때 종로경찰서 앞에서 시민들이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조주빈과 강훈, 이원호 등 박사방 관련 인물들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 17일 '부따' 강훈이 검찰로 송치될 때 종로경찰서 앞에서 시민들이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 또다른 공범 '사마귀'는 어디에?

현재 조주빈, 강훈, 이원호를 포함 박사방 관련자 14명 가운데 9명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고, 여럿이 수사받는 상태다.

박사방 연루 의혹이 있는 전 거제시청 공무원 천 모 씨와 박사방에서 일명 '직원'으로 활동한 한 모 씨, '태평양 원정대' 이 모 군, 전직 사회복무요원 강 모 씨 등의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천 씨는 미성년자를 포함한 다수의 여성을 상대로 성 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주빈이 검거된 후 천 씨가 박사방에서 유료회원을 모집하는 등 범행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드러나 현재 조사 중에 있다. 8급 공무원이던 천 씨는 파면 처분을 받은 상태다.

한 씨는 조주빈의 지시로 아동·청소년 피해자를 성폭행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치고, 피해자를 성적으로 학대하는 영상을 촬영해 조 씨에게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천 씨와 한 씨는 조주빈과 따로 재판을 받고 있으나 검찰은 조 씨의 재판과 병합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평양' 이 군과 강 씨의 재판은 조주빈의 재판과 병합돼 함께 열리고 있다. 이 군은 조 씨의 지시로 피해자 17명의 성 착취 영상물을 박사방에 게시하고, '태평양 원정대'라는 별도의 대화방을 운영해 성 착취 영상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 씨는 지난해 12월 조 씨에게 자신의 고등학교 담임교사의 딸을 살인해달라고 청부하면서 주소 등 개인정보를 알려주고 400만 원을 준 혐의를 받는다.

조주빈에게 피해자에 관한 개인정보를 제공한 전 송파구 사회복무요원 최 모 씨 역시 구속기소되며 향후 박사방 관련 인물들의 재판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조주빈에게 범죄수익을 환전해줘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가상화폐 환전상 박 모 씨의 경우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검찰은 박 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한편 '부따', '이기야'와 함께 조주빈이 박사방 운영 공범으로 지목한 대화명 '사마귀'는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경찰은 '사마귀' 추적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씨의 공범과 박사방 유료회원 중 범행에 깊이 관여한 정황이 있는 인물들을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 피의자로 정식 입건한 상태로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여부에 집중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검찰은 조 씨의 공범과 박사방 유료회원 중 범행에 깊이 관여한 정황이 있는 인물들을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 피의자로 정식 입건한 상태로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여부에 집중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쟁점은 공모 여부와 '범죄단체조직죄'

재판에 넘겨진 이들 중 일부는 조주빈과의 공범 관계를 부인한다. '부따' 강훈 측은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공동 운영과 범죄 수익금 배분 등에서 주범의 위치가 아니었다며 조주빈 측 주장을 반박했다. 조 씨와 함께 재판을 받는 사회복무요원 강 씨 역시 대부분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공모 관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형법 제30조에 따른 공범으로 인정될 경우 공범에 가담한 자 모두 같은 형량으로 처벌되고, 향후 공모관계 이탈 등 혐의 부인이 힘들기 때문으로 보인다.

범죄단체조직죄 또한 핵심 쟁점이다. 헌법 114조에 명시된 범죄단체조직죄는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또는 병역·납세의 의무를 거부할 목적으로 단체를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하는 죄다. 유죄로 인정되면 조직원 모두 목적한 범죄의 형량과 같은 형량으로 처벌할 수 있다.

조주빈이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제작할 목적으로 단체를 조직했다고 판단되면 범행 여부와 상관없이 조직원 모두 강한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검찰은 조 씨의 공범과 박사방 유료회원 중 범행에 깊이 관여한 정황이 있는 인물들을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 피의자로 정식 입건한 상태다.

조주빈 측 변호인은 지난달 29일 첫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영상물 배포 등 대부분의 범죄 사실을 인정하지만, 성범죄의 원인이 협박 등으로 이뤄지지 않은 부분은 부인했다"며 일부 혐의는 부인했다.

그러면서 "형사 소송이라는 것은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며 "추후 양형 변론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덧붙였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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