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이던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의 딸 조민 씨를 의학 논문 제1저자로 등재한 단국대학교 교수가 법정에 나와 "조씨가 실험한 자료를 논문에 필요한 데이터 분석에 썼다"고 증언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 법정으로 향하는 정 교수의 모습. /김세정 기자 |
정경심 측 "논문 의전원 제출 안 해…체험활동 허위 아냐"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주원 기자] 고교생이던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의 딸 조민 씨를 의학 논문 제1저자로 등재한 단국대학교 교수가 법정에 나와 "조씨가 실험한 자료를 논문에 필요한 데이터 분석에 썼다"고 증언했다. 다만 외국어고에 재학 중인 고교생을 제1저자로 올린 건 부적절했다고 시인했다.
서울중앙지법 제25-2형사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정 교수의 11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정 교수의 딸 조씨가 한영외국어고등학교 1학년이던 2007년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허위 인턴'을 하고 의학 논문 제1저자에 등재됐다는 혐의를 다퉜다. 당시 소장이었던 장영표 교수와 논문 공동저자 현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2007년 7∼8월 같은 한영외고 유학반 학부형이었던 장 교수에게 부탁해 조씨가 2주간 체험활동을 하게 한 뒤,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라는 제목의 영어 논문 제1저자로 등재시켰다고 본다. 해당 논문은 이듬해 12월 대한병리학회지에 제출됐다.
또 검찰은 정 교수의 부탁을 받은 장 교수가 조씨를 대학 진학과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활용하도록 허위 확인서를 만들어줬다고 본다. 정 교수와 조씨가 이를 2013년 서울대학교 의전원 입시에 사용했다며 위조사문서행사와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한 상태다.
먼저 증언대에 선 현씨는 이 논문 관련 실험은 전적으로 자신이 했고 제1저자로 등재된 조씨가 2주간 실험한 데이터는 논문에 전혀 쓰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현씨는 조씨의 논문 기여도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2006년 말, 또는 2007년 봄부터 신생아 혈액에서 추출한 유전자를 증폭시켜 검사하고 그 다양성을 분석하는 실험을 했다"며 "실험은 전적으로 제가 했고, 2주간 체험활동을 한 조씨는 제가 실험하는 걸 참관하고 따라하기만 했다. 조씨의 데이터는 논문에 쓰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여기서 조씨가 담당한 실험은 추출한 유전자 중 일부를 증폭시키는 PCR(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이었다. 증폭된 유전자를 분석해 다형성을 연구한 내용을 토대로 논문이 작성됐는데, 조씨는 실험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 않았고 조씨의 유전자 샘플은 논문에 실리지도 않았다는 설명이다.
뒤이어 증언대에 선 장 교수는 조씨의 PCR 결과물을 놓고 다른 해석을 내놨다. 장 교수는 "조씨의 샘플을 논문에 쓰지 않았다고 해서 그 샘플을 모두 버렸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논문에 쓰려면 최대한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데 '황우석 사태' 이후 샘플 얻기가 힘들던 찰나, 조씨의 샘플을 포함해 여러 데이터를 분석한 뒤 예쁜 피겨(figure)를 뽑아 논문에 실었다"고 설명했다.
고교생인 조씨가 논문 제1저자라는 사실을 공연히 밝히는 건 부적절하게 느껴졌다고 인정했다. 검찰은 연구윤리상 저자의 소속을 명확히 밝혀야 함에도 조씨의 소속을 한영외고가 아닌 단국대 의과학연구소로 표기하고, 논문이 학회지에 실린 시기 연구 실적을 보고할 때 저자 중 조씨만 제외한 이유를 물었다. 이에 장 교수는 "책임저자로서 조씨가 전체적 프로세스를 아는 사람이라 생각해서 1저자로 올렸다"면서도 "(연구 윤리와 관련된) 규정이 많이 강화되던 차라 고등학생 신분을 제1저자로 올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조씨의 이름을 빼거나, 단국대 소속으로 적었다"고 말했다.
다만 장 교수는 전문의 시험을 앞둔 전공의들이나, 논문이 꼭 필요한 제자의 이름을 논문에 올리는게 '관행'이었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저도 괴로운데 사실상 논문은 제가 다 작성한다. 제1저자에는 저를 많이 도와주거나 현실적으로 논문이 필요한 사람을 주로 올렸다"며 "논문 실험과 관련이 없어도 저와 여러 차례 작업한 선생님을 저자에 올리고, 미국에 가야하는 연구원에게 영어 논문 하나가 필요할 것 같아 저자로 올리기도 했다. 보통 이름을 빼서 문제인데 이름을 넣어서 문제가 된 건 처음이라 곤욕스럽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문제의 논문이 어느 의전원에도 제출되지 않아, 단국대에서의 체험활동과 확인서 내용의 진위만 다퉈야 한다는 입장이다.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장 교수는 "조씨는 서울에서 천안까지 와 2주간 오전 9시부터 오후 3~4시까지 체험활동을 했다"며 "첫 날, 그리고 2~3번은 유전자 복제 과정과 신생아 허혈성 뇌손상이라는 질환의 이론적 내용을 강의해 주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장 교수는 이 체험활동을 토대로 쓰인 조씨의 체험활동 확인서와 생활기록부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2013년 6월 조씨의 의전원 입시를 앞두고 자신이 서명한 인턴십 확인서 역시 기재된 내용이 모두 사실임을 확인하고 서명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장 교수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 인턴십 확인서는 정 교수가 이미 작성된 확인서를 장 교수의 배우자에게 보내며 서명을 부탁해 장 교수가 서명하게 됐다. 인턴쉽 확인서에는 기존 확인서에는 없었던 "연구원의 일원으로 참여했다"는 내용이 추가됐는데 이 내용도 사실이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장 교수는 "다른 사람이 이의제기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저는 (사실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며 "학생이 잘됐으면 하는 바람에 부풀려 적은 건 있다"고 답했다.
29일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의 재판에서는 정 교수의 딸 조민 씨가 한영외국어고등학교 1학년이던 2007년 단국대학교 의과학연구소에서 '허위 인턴'을 하고 의학 논문 제1저자에 등재됐다는 혐의를 다퉜다. 사진은 단국대 천안캠퍼스 의과대학의 모습. /뉴시스 |
5시간 이상 진행된 증인신문 뒤 발언권을 얻은 장 교수는 "제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킨 것 같아 죄송하다"며 "조씨도 결과가 어떻게 날지 모르지만,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으니 열심히 공부하고 깊이 생각해 훌륭하고 좋은 의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재판 중 본인을 포함해 배우자와 아들까지 강도높은 조사를 받았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던 검사들과는 "고생이 많다"며 악수를 하고 법정을 떠났다.
한편 28일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도주 우려가 충분히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주된 범죄사실을 심리할 시간을 벌려고 여죄를 찾아 구속하겠다는 의미로만 들린다"며 "전형적인 별건 구속으로, 형사소송법은 물론 헌법에도 반한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5월8일 오후 3시경까지 추가로 구속영장을 발부할지 판단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구속된 정 교수의 구속기한은 내달 1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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