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증언대 선 정경심 "투자 아닌 대여…익성이 코링크 지배"
입력: 2020.04.28 00:00 / 수정: 2020.04.28 00:00
정경심(55) 동양대학교 교수가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실소유 의혹을 받는 시조카 조모(37) 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코링크PE에 들어간 돈은 투자가 아닌 대여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 법정으로 향하는 정 교수의 모습. /김세정 기자
정경심(55) 동양대학교 교수가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실소유 의혹을 받는 시조카 조모(37) 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코링크PE에 들어간 돈은 투자가 아닌 대여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 법정으로 향하는 정 교수의 모습. /김세정 기자

"사적인 내용으로 언론 플레이" 검찰 비판하기도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주원 기자] 정경심(55) 동양대학교 교수가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실소유 의혹을 받는 시조카 조모(37) 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코링크PE에 들어간 돈은 투자가 아닌 대여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익성이 코링크PE 경영에 지배적 역할을 했다는 등 조씨에게 유리한 진술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제24형사부(소병석 부장판사)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씨의 13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정 교수는 동생과 함께 2016~2017년 코링크PE에 총 10억원을 투자한 뒤 최소 수익금을 보전받으려고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어 매달 860만원씩 1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공소사실상 시조카 조씨와는 공범 관계다. 앞서 정 교수 측은 자신의 재판에서 해당 혐의를 놓고 10억원은 투자가 아닌 대여금으로, 이자수익 10% 가량을 받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조씨 측 역시 정 교수에게 준 1억5000만원은 "실질적으로 5억을 대여한 것에 대해 지급한 이자"라며 횡령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정 교수는 자신의 공소사실과 연관된 내용에는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 한편, 코링크PE에 전한 10억원은 투자가 아닌 대여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검찰은 정 교수와 조씨가 주고 받은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내역을 제시했다. 내역에 따르면 2016년 8월 정 교수는 조씨에게 "좋은 투자 상품 없냐"고 물었고 2017년 2월에는 조씨가 정 교수에게 "이번 수요일 시간되시냐. 투자금 출자에 대해 나눌 말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달 정 교수는 "투자 자금 영수증을 떼달라"고 조씨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정 교수와 조씨가 10억원에 관한 대화를 나눌 때마다 대여금이 아닌 투자금으로 표현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취지다. 이에 정 교수는 "문학도로서 언어 적응력이 높다는 말을 들었다. 사투리를 쓰는 사람과 만나면 사투리도 따라한다"며 "왜 피고인(조씨)이 투자라는 표현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피고인이 매번 투자라 언급해 따라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검찰은 정 교수가 2017년 7월 작성한 휴대전화 메모 앱 일부를 법정에서 제시했다. 메모에는 블루펀드(웰스씨앤티) 1호 예상 수익의 최대치와 최고치 등이 기재돼 있었는데, 구체적 수익률을 따로 계산하기까지 한 정황에 비춰 대여보다는 투자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서도 정 교수는 "저만 볼 수 있는 메모장에 '최대로 잘 된다면, 최악으로 나빠지면 이렇게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쓴 메모"라며 "문학도로서 어렸을 때부터 상상력이 많아 오만 상상을 (메모 앱에) 다 했다. 지극히 내밀한 메모가 유·무죄 증거로 사용되는 걸 이해할 수도 없고, 마음이 많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이 조씨의 재판에서 정 교수의 '투자금'으로 조씨가 횡령을 했다는 혐의를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했던 대화 내용에 대해서도 모두 반박했다. 2016년 8월 '조카님, 잘 계시죠? 우리 돈도 잘 크고 있죠?'라는 정 교수의 질문에 조씨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습니다'라고 답한 점에 대해서는 "돈을 맡겼으니 잘 관리하고 있냐는 비유적 표현"이라고 했다.

정 교수의 투자 배경을 설명하기 위한 증거자료였던 "내 꿈은 강남 건물주" 발언에는 억울한 심정을 내비쳤다. 정 교수는 "역삼동에서 피고인과 커피를 마시다 건물이 아담하고 예쁘길래 가격을 물어보니 40억~50억원 정도라며 '하나 사라'고 하더라. 저도 마음이 업(up)되서 동생에게 이야기 한 것"이라며 "평소 제가 케어하던 동생과 같이 살고 싶어서 꺼낸 이야기였다. 굉장히, 지극히 사적인 대화인데 언론플레이를 해서 세상 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정 교수는 검찰이 확보한 녹취록에 나타난 "조씨가 도와주는 것도 우리 남편이 잡고 있는 스탠스를 보고 하는 것"이라는 발언도 '언론플레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정치적 스탠스가 아닌 집안의 기둥이라는 의미"라며 "남편은 제가 남편 통장에서 돈을 꺼내 제 동생 집을 사줘도 나중에야 사정을 물어보고 '잘했다'라고 말할 정도로 돈에 관심이 전혀 없다"라고 항변했다.

허위 컨설팅 계약 의혹에 대해서도 정 교수 측은 코링크PE 직원도 아닌 정 교수가 계약에 얽힌 구체적 내용은 알지 못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날 재판에서도 정 교수는 "WFM은 이번에 알게 됐다. 사정을 모른 채 펀드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물어봐서도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제 공소사실과 연관돼 답변하지 않으려 했지만, 양심에 맹세코 WFM에 대해 물어본 적도 없고, 어디에 투자됐는지도 몰랐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정 교수와 조씨를 공모관계로 보는 또 다른 혐의는 증거인멸 교사다. 지난해 8월 정 교수의 배우자인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이 후보자 시절 사모펀드 관련 의혹이 불거지자 조씨를 포함한 코링크PE 측에 관련 자료를 없애라고 지시했다는 혐의다.

검찰은 지난해 8월13~14일 조 전 장관, 조씨와 수차례 통화한 내역을 제시하며 '조 전 장관에게 해명에 필요한 내용을 듣고 이를 조씨에게 전달한게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정 교수는 "어머니와 전남 여수에 여행을 간 날이었다"며 "마침 인사청문회 준비단에서 보고서가 들어왔고 아는 게 없었던 저는 폭탄을 맞은 심정으로 피고인에게, 그리고 담당자에게 이것저것 물어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수사 단계에서는 (검찰이) 증거인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으면서 기소했다"고 덧붙였다.

변호인 신문에서는 "(투자가 아니라) 빌려준 게 확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씨 측 변호인단은 2015년 12월 작성된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제시했다. '피고인에게 준 돈은 빌려준거냐'는 변호인 질문에 정 교수는 "한국투자증권에 투자했던 주식이 손실이 컸던 뒤로 안정적인 것만 추구하게 됐다"며 "저는 빌려준 게 너무 확실하다. 대여였다"라고 답했다. 또 이 분야에 깊은 지식이 없어 대여와 투자 개념을 명확히 구별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정 교수는 조씨와 공모해 실제로는 사모펀드에 14억원을 출자했으면서 금융 당국에 100억원으로 부풀려 허위 공시를 통해 주가 부양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지난해 11월 공판준비 절차에서 "변호사 자문에 따른 결정"이라며 범의를 부인했다.

정 교수 역시 '피고인과 공시에 대해 논의한 적 있냐'는 변호인 질문에 "공시 자체가 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논의하겠냐"고 답했다.

27일 서울중앙지법 제24형사부 심리로 열린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오촌 조카 조모(37) 씨 재판에는 익성이 코링크PE 경영에 지배적 역할을 했다는 유리한 진술도 나왔다. 사진은 지난 8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조국 인사청문회 대책TF 1차회의에서 김도읍 의원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코링크PE 관계도를 보는 모습. /뉴시스
27일 서울중앙지법 제24형사부 심리로 열린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오촌 조카 조모(37) 씨 재판에는 "익성이 코링크PE 경영에 지배적 역할을 했다"는 유리한 진술도 나왔다. 사진은 지난 8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조국 인사청문회 대책TF 1차회의에서 김도읍 의원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코링크PE 관계도를 보는 모습. /뉴시스

이날 정 교수는 "익성이 코링크PE에서 지배적 역할을 했다"며 조씨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기도 했다. 익성과 코링크PE의 관계를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정 교수는 "경영권 행사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익성이라는 회사가 탄탄한 곳이고 (익성 회장의) 아들이 와서 일하고 있길래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익성이 코링크PE를 지배했다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대여라고 주장하긴 했지만 조씨와 나눈 대화에서 '투자금'과 '좋은 수익률' 등의 표현이 지속적으로 오간 증거가 확실하다며 "명백한 대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또 "대여인지, 투자인지는 문자 내역만이 아닌 기존 판례를 종합해 정의할 것"이라며 "나아가 허위 컨설팅 등 불법적 수단을 활용해 형법상 횡령을 저질렀다는 범죄사실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 역시 "이 사건은 민사 재판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대여에서 나아가 코링크PE에서 빠져 나간 돈이 횡령이냐, 아니냐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조씨의 결심 공판이 5월 하순으로 잡히며 이날 열띤 공방이 오갔던 '투자냐, 대여냐' 의혹과 더불어 횡령에 대한 판단도 내달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5월11일 피고인 신문을 한 뒤 같은 달 18일 서증조사를 마치고 25일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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