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23일 오전 10시 30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
"논문 초록 기여 안 했지만 제3저자 올려" 증언도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주원 기자]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 재판에서 10여년 전 딸 조민 씨가 공주대학교 인턴으로 활동할 당시 얼마나 실험에 기여했는지를 놓고 격돌이 벌어졌다. 변호인단은 학회 활동을 한 사실 자체가 분명해 허위가 아니라 주장했고, 검찰은 낮은 기여도에 비해 부풀려진 '허위 스펙'이라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제25-2형사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교수의 10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조씨가 고교시절 공주대에서 체험활동을 할 당시 석사과정을 밟았던 최모 씨와 지도교수였던 김모 공주대 생물학과 교수가 증인으로 나왔다. 김 교수는 정 교수와 대학 동문이다. 검찰은 정 교수가 딸의 입시를 위해 동문인 김 교수에게 부탁해 조씨를 논문 초록 공동저자로 등재시키고, 허위 확인서도 발급했다고 본다.
검찰은 김 교수가 발급한 확인서 4장은 과장됐다는 내용을 입증하기 위해 조씨의 기여도에 신문을 집중했다. 먼저 증인석에 앉은 이는 최씨였다. 최씨가 대학원생이었던 2009년 3월 논문 초록에는 최씨가 제1저자로, 조씨가 제3저자로 등재됐다. 같은 해 8월 동일한 주제로 일본에서 열린 국제 학회에 조씨와 동행한 인물이기도 하다.
최씨는 일본 학회를 앞둔 2009년 5~6월경 조씨를 처음 만났다고 증언했다. 최씨의 기억에 따르면 조씨는 주말마다 공주대 연구실에서 3~4시간 가량 일했으며, 주 업무는 최씨의 지도 아래 일본 학회 연구 주제인 홍조식물(해초의 일종)의 물을 갈아주는 것이었다.
이에 앞서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조씨는 공주대에서 최씨처럼 여성 연구원은 본 적이 없다고 증언해 최씨가 조씨와 일한 사람이 맞는지 공방이 있었지만, 재판부는 "조씨가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최씨는 검찰 측 신문에서 "3월 논문 초록에 조씨를 제3저자로 등재시킨 건 김 교수의 지시였다"고 증언했다. 최씨는 '5월경에서야 처음 본 조씨의 이름을 왜 3월 논문 초록 저자로 올렸냐'는 검찰의 질문에 "교수님이 '조씨가 학회에 가고 싶다는데 아무 명목없이 데려갈 수 없다'며 홍조식물 배양을 가르쳐 돕도록 하고, 포스터에 같이 기재하자고 했다"며 "학술 저자에 들어가는 건 아니니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조씨가 한 물갈이를 놓고 "물갈이라 하니 쉽게 들리는데, 시간을 많이 잡아먹어 배양에 어려움이 많았다. 저도 마침 손이 필요하던 시기였다"고도 했다.
8월 일본 학회에 대해서도 "(조씨가) 연구 주제를 100% 이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제가 설명하다 영어가 막히면 (조씨가) 한두 단어 정도 알려줬다"고 말했다.
최씨에 이어 당시 지도교수였던 김 교수도 증인석에 섰다.
검찰은 조씨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열중하던 2013년 8월 김 교수와의 대화 녹취 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했다. 녹취에 따르면 김 교수는 조씨에게 "수정률을 조사하는 아르바이트를 성실히 해 포스터와 논문에 이름이 들어갔고, 연구한 언니가 영어를 잘 못해 영어를 잘하는 네가 발표했다고 (의전원 면접에서) 말해라"고 조언했다
녹취 제시에 변호인단이 "2009년의 공소사실을 다투고 있는데 2013년 의전원 면접 준비 당시 녹취를 제시하는 건 비약이 심하다"고 이의를 제기하자 검찰은 "여섯 글자로 입증 취지를 답하겠다. '거짓말 리허설'"이라고 힘주어 말해 법정 분위기가 얼어붙기도 했다. 당초 조씨가 사실상 '허드렛일'만 했기 때문에 의전원 면접을 앞두고 지도교수였던 김 교수의 도움을 추가로 받았다는 취지다.
검찰과 변호인단의 공방을 지켜본 김 교수는 "일본 학회에서 조민이 포스터 옆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고 했다.
검찰: 조민이 일본 학회에서 논문 프레젠테이션을 맡아 논문 초록에 들어간 건 사실이 아닌데, 프레젠테이션을 맡아 논문 저자로 들어갔다 말하라고 시킨 겁니까?
김 교수: 프레젠테이션을 참여한 건 사실인데 영어로 번역하지 않았다고 (프레젠테이션 자체를) 안했다는 건 어폐인 것 같습니다.
검찰: (팔을 뻗어 손으로 건너편 스크린을 가리키며) 아니 교수님이시니까, 프레젠테이션이 뭔지 저보다 더 잘 아실 것 아닙니까? 프레젠테이션이라는 건 저렇게 스크린을 띄워놓고!
김 교수: 학회에서 포스터 프레젠테이션이란 옆에 서 있는 겁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물어보면 답해주는 거지, 계속 말하는 그런 발표가 아닙니다.
이어 '포스터 옆에 서 있었다고 적어야지, 논문에 참여해 포스터 발표했다는 내용은 허위 아니냐'는 검찰의 질문에 김 교수는 "주례사를 할 때 (신랑·신부가) 정말 착해서 착하다고 말하겠냐. 좋게 써주고 싶어서 다소 과장했다"고 답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09년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에서 3주 가량 인턴을 한 후 국제조류학회 발표초록에 제3저자로 등재된 것이 적절했는지 등을 검토하는 윤리위원회가 지난해 8월23일 오전 충남 공주대에서 열린 가운데, 회의를 마친 윤리위원들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
김 교수는 변호인 신문에 이르러 '학회에서 포스터를 발표할 때 조씨가 참여한 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거듭 "그렇다"고 답했다. 또 포스터 옆을 교대로 지킬 수는 있지만, 저녁식사 시간인 '방켓'에 조씨가 있었던 건 확실하다며 "학회에서 방켓은 그냥 밥먹는 시간이 아니라 포스터장 내에서 맥주를 들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대화하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다들 꼭 (방켓에) 참석하는 조건으로 데려간다"고 강조했다.
조씨가 본격적으로 연구소를 드나들기 전 논문 초록에 이름을 올린 배경은 제자 최씨의 증언과 같았다. 김 교수는 "실험에 기여하지 않은 조씨의 이름을 올리고, 성실하게 인턴을 하면 학회에 논문 발표자로도 넣어주겠다고 말했던 것 같다"고 했다. 다만 2008년 7~8월경부터 이메일로 조씨에게 식물 키우기와 독후감 등 숙제를 내줬는데 성실하게 이행했다고 덧붙였다.
또 김 교수는 해당 초록이 아쉽게도 연구 재단에 등록되지 못해 연구실 제자들에게는 "입시나 취업에는 쓰지마라"고 당부했다고 했다. 이 초록은 지난해 8월 의혹이 불거져 공주대 윤리위원회에 회부됐으나 '문제없음' 결론이 내려진 바 있다.
5시간에 걸친 증인신문 뒤 김 교수는 잠긴 목소리로 "당시 교내 모든 조직이 학생들을 국제 학회에 보내기 위해 지원하고 있었다. 저도 제가 딱 학생들 나이였을 때 국제 학회 가는게 꿈이었는데 그러지 못했어서 최소한의 성실함만 갖추면 (학생을 국제 학회에) 데려가주고 싶었다"며 "초심과 달리 대입에 활용되고 그러다보니…제가 더 엄정하게 서류도 하나하나 따지고 했어야 하는데 선생으로서 깊이 반성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 교수의 공판은 29일 오전 10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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