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산하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TF'가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의 국가배상소송 소장을 접수했다. /김세정 기자 |
52년 전 일가족 사망·중상…"명예회복 기회 되길"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베트남전쟁 중 한국군에 피해를 당한 베트남 민간인이 처음으로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TF' (이하 민변베트남TF)는 21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국가배상소송 소장 접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소송의 원고 응우옌티탄은 8살이던 1968년 2월 베트남 꽝남성 퐁니마을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청룡부대 1대대 1중대 소속 군인들이 쏜 총에 복부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그의 어머니와 언니, 남동생 등 가족들도 모두 죽거나 중상을 입었다.
이날 영상통화를 통해 현장에 함께 한 응우옌티탄은 "이번 소송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가 진실을 인정하길 바란다"고 말하며 "제 개인의 권리와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베트남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소송 제기 소감을 밝혔다.
원고 응우옌티탄 씨가 영상통화를 통해 소송을 제기하게 된 취지를 밝히고 있다. /김세정 기자 |
응우옌티탄은 지난 2015년부터 한국에 방문해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 한국 정부의 사과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지난해 4월에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다른 베트남인 피해자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공식적으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국방부는 같은해 9월 "보유 자료에서는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관련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소송을 대리하는 민변베트남TF의 김남주 변호사는 "국방부의 일방적인 답변이 아닌 대한민국 법정에서 소송절차를 통해 왜 죽였는지, 대한민국 정부는 책임이 없는지 묻겠다"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진실을 찾아가는 길, 평화를 향한 연대의 길에 진지하게 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법원에 제출한 소장은 총 100쪽이 넘는 분량으로 피해자들의 증언과 사진이 담겼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군의 증언과 당시 퐁니마을에 주둔했던 남베트남 민병대원들의 진술도 첨부됐다. 한국군이 민간인을 학살한 내용이 보고된 '주월미군 감찰보고서'와 당시 한국군이 퐁니마을 부근에서 벌인 작전 내용을 담은 국방부 자료 '파월한국군전사'도 포함됐다.
민변베트남TF의 이선경 변호사는 "살아있는 원고의 피해 진술, 경험하지 않았으면 알 수 없는 여러 구체적인 진술과 증언이 들어가 있다"며 다양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sejungki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