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고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김세정 기자 |
법원 "죄질 나쁘지만 피해자가 처벌 원하지 않아"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비서,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준기(76) 전 동부(현 DB)그룹 회장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준민 판사는 김 전 회장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40시간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아동청소년·장애인 복지시설 각 5년간 취업제한 명령도 내렸다.
이준민 판사는 가사도우미와 연인 관계였다는 김 전 회장 측의 주장을 놓고 "피고인은 피해자와 당시 간음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 했고 별장 밖에서 연인처럼 지낸 사실도 없다"며 "피해자 폭로 경위에 무고 목적이 없고 허위사실을 지어내 진술할 동기가 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고 강제추행·위력간음 혐의 모두를 유죄로 판단했다.
비서 추행 혐의 역시 "피해자 진술은 직접 달력에 표시한 흔적이나 추행 당시 작성한 일기, 녹취록 증거 등으로 신빙성이 뒷받침된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와 연인 사이였다고 하지만 나이차가 상당히 크고 회사 밖에서 연인관계로 발전한 자료도 없다. 피해자의 폭로 경위가 자연스럽고 무고할 동기나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사회에 모범을 보여야 할 대기업 총수로서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나쁘다는 점을 강조했다. 피해자가 모두 김 전 회장에게 순종해야 하는 취약한 처지에 있다는 점을 악용해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피해자들이 치료를 받는 등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김 전 회장이 미국에 장기간 머물면서 수사에 제대로 응하지않은 점도 지적했다. 다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김 전회장이 성폭력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김 전 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김 전 회장은 가사도우미였던 A씨를 2016년부터 1년여간 경기도 남양주의 별장에서 성폭행(피감독자간음·강제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자신의 비서를 이듬해 2월부터 6개월간 상습적으로 성추행(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한 혐의도 있다.
김 전 회장은 2017년 7월 질병 치료를 이유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았다. 이후 경찰이 인터폴 적색수배 등의 송환 조치를 신청하자 지난해 10월 23일 자진귀국해 인천공항에서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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