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잔뜩 움츠린 강훈, "죄송합니다"...미성년 첫 신상공개
입력: 2020.04.17 11:10 / 수정: 2020.04.17 11:10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을 이용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의 공동 운영자 강훈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호송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을 이용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의 공동 운영자 강훈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호송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경찰·법원 판단에 비판 목소리도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17일 얼굴을 드러낸 '부따' 강훈(18) 군은 예상대로 앳된 모습이었다. 고개를 숙인 채 미리 준비한 듯한 사과만 연신 하던 그의 목소리는 분명 떨렸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의 공범으로 알려진 '부따' 강훈(18) 군이 검찰로 넘겨졌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이날 아동 및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강 군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신상공개가 결정된 강 군은 입감 중인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며 1층 현관 포토라인에 섰다. 그는 "죄송하다.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성년자로 첫 신상공개 대상인데 부당하다고 생각하나', '죄책감을 느끼고 있느냐', '조주빈의 지시를 받고 움직였나'는 등 후속 질문엔 묵묵부답이었다. 계속해서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잔뜩 움츠린 채 고개를 숙이고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강 군은 30초 정도 포토라인에 선 뒤 곧바로 호송차를 타고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17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와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대화방 운영·관리에 관여한 공범 부따 강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17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와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대화방 운영·관리에 관여한 공범 '부따' 강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그 순간 종로경찰서 앞에서 기다리던 일부 여성들이 '그 방에 입장한 너흰 모두 살인자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날 현장에 나온 한 20대 여성은 "박사방이든 n번방이든 그러한 성착취가 일어난 채팅방에 입장했던 모든 사람들의 신원을 공개해야 한다"며 "그래야 대한민국에 만연한 강간문화가 없어질 수 있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 군은 텔레그램 채팅방 '박사방' 참여자들을 관리하며 범죄 수익금을 조주빈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유료 회원들이 입금한 암호화폐를 현금화해 조주빈에게 전달하는 일종의 '자금책'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주빈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강 군을 포함해 텔레그램 닉네임 '사마귀' '이기야' 등 3명을 박사방 공동 관리자로 지목한 바 있다.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을 이용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의 공동 운영자 강훈 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호송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을 이용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의 공동 운영자 강훈 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호송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경찰은 '죄질이 매우 나쁘다'는 점 등을 이유로 강 군의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의 신상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상 공개 범위는 얼굴과 이름, 나이 등 세가지다. 이후 강 군이 경찰의 신상공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냈으나 기각됐다.

가처분을 기각한 재판부는 "신상공개의 원인이 된 신청인의 행위, 해당 행위로 인한 피해자들의 극심한 피해, 그 행위에 대한 비난가능성의 정도, 동일한 유형의 범행을 방지해야 할 사회적 필요성이 매우 긴요한 점 등을 고려하면, 공공의 정보에 관한 이익이 신청인의 명예, 미성년자인 신청인의 장래 등 사익에 비하여 압도적으로 우월하다"고 판단했다.

관련 기사의 댓글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경찰과 법원의 결정을 지지하며 강 군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무죄추정 원칙과 미성년 범죄자에 대한 교화 차원에서 우려도 적잖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우리가 어렵게 쌓아 온 '기본권'이라는 개념이 너무나 무너지고 있다"며 "재판도 받지 않은 미성년자의 신원을 공개하면서 공익과 정의를 운운하는 판사가 있다는 것이 대한민국 사법부의 현주소"라고 지적했다.

기자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모 뉴스통신사 기자가 블라인드에 "신상공개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심각한 위배"라며 "경찰과 언론이 이런 식으로 인민재판을 해서는 안 된다"고 글을 올리자 공감댓글이 줄을 이었다.

모 방송사 기자 역시 "이게 강준만이 말한 해장국 저널리즘이냐"며 "대중들이 속시원해하면 끝이고, 원칙을 지키면 바보가 된다"고 탄식했다.

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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