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회식에서 술을 마신 뒤 귀갓길에 무단횡단하다 숨진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 급여 등에 대한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더팩트 DB. |
대법 "업무상 재해" 판단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신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무단횡단하다 사망한 근로자의 사고를 대법원이 사실상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회식 전 열린 중요 행사에 직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회사가 권고했기 때문에, 귀갓길 본인 차량이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다 당한 교통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볼 여지가 있다는 취지다 .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행정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건설회사 현장 안전관리과장으로 근무한 A씨는 2016년 4월 회사가 주최하는 신축 아파트 시연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행사 뒤 이어진 회식의 2차까지 남아있다 밤 11시가 넘어서야 대중교통을 이용해 집으로 향했다. A씨는 귀갓길 중 지하철역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기 위해 왕복 11차선 도로에 걸쳐있는 횡단보도를 건너다 달리던 차량에 치여 숨졌다.
A씨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 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공단이 거부하자 행정소송을 냈다. 공단은 A씨가 만취상태가 아니었고, 횡단보도를 무단횡단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점 등을 근거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1심은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며 A씨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은 "회사가 회식에 참석한 근로자들의 안전한 귀가를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1,2차 회식은 수개월간 준비해 온 품평회의 성공적 마무리를 축하하는 자리라 긴장을 풀고 상당량의 음주를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1심 재판부는 또 "설령 망인의 과실이 있더라도 무과실 책임의 특수한 손해배상의 성격을 가진 산업재해보상보험의 특성상 이 사건 처분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에서 A씨 사고와 업무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 판단은 달랐다. 1심 판결을 취소하고 A씨 유족에게 패소판결을 내렸다. 2심 법원은 "A씨 음주가 본인의 판단과 의사에 기한 것이 아닌 상급자의 권유나 사실상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증명할 수 있는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판시했다.
또 "A씨를 배웅한 목격자가 정상적으로 귀가 가능한 정도였다고 진술했고,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 점 등으로 볼때 과음으로 정상적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법원의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품평회는 회사의 중요한 행사로 자신이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한 행사를 마치고 마련된 회식에서 술을 마시고 퇴근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 사고는 사업주의 지배·관리를 받는 상태에서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볼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2차 회식에는 공사를 총괄한 공사부장 등 A씨가 소속된 안전관리팀 전원이 참석했고, 비용도 법인카드로 결제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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