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돈 받으면 최고 무기징역'…부당하다는 은행간부
입력: 2020.04.05 09:00 / 수정: 2020.04.05 09:00
헌법재판소는 금융회사 등 임직원이 그 직무에 관해 금품 등을 수수·요구·약속할 경우 형사처벌 하도록 정하고 있는 특경법 제5조 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더팩트 DB.
헌법재판소는 금융회사 등 임직원이 그 직무에 관해 금품 등을 수수·요구·약속할 경우 형사처벌 하도록 정하고 있는 특경법 제5조 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더팩트 DB.

헌재, 특경법 합헌 결정…"금융기관 투명성 중요"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금융회사 임직원이 금품을 받았다면 대가성이 아니더라도 가중처벌하도록 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징역 5년이하 또는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한 법률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특경법 제5조 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을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다만 헌재는 특경법 제5조 4항 1호는 재판관 4대 5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유남석·이선애·이석태·이영진·문형배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냈지만 위헌 결정을 위한 정족수(6인)에 이르지 못해 가까스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특경법 제5조 1항에 따르면 금융회사 임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요구·약속·수수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한다. 제5조 4항 1호는 수수액이 5000만원에서 1억원 미만일 때는 7년 이상의 징역, 1억원 이상일 경우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조항이다.

청구인 윤모 씨는 지난 2008년부터 은행 2곳에서 부동산사업장 관리팀장 등으로 근무하면서 분양대행업체 대표에게 2억원이 넘는 돈을 5차례 수수했다. 결국 징역 5년에 벌금 22억 및 추징금 2억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윤씨는 해당 조항은 "형벌과 책임의 비례원칙과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해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며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 조항은 금융기관 임직원 등이 금품 등을 수수하기만 하면 부정한 청탁이 없는 경우에도 형사처벌 하도록 했고, 법정형도 지나치게 높게 규정됐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청구인 양모씨는 한 금융회사 특수금융개선팀장으로 일하는 동안 분양대행업체 대표로부터 7회에 걸쳐 19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벌금만 4000만원에 이르자 양씨는 헌법재판소에 특경법 5조 1항 등을 놓고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국민의 경제와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집행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는 매우 중요한 공익"이라며 "현재 금융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업무 및 상품도 다양화돼 특경법이 제정된 30여년 전보다 오히려 지금이 금융회사 임직원의 직무와 관한 수제행위를 엄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강조했다.

1억원이 넘으면 가중처벌하게 한 점은 "비록 수수액의 많고 적음만이 죄의 경중을 가늠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지만, 수수액이 형벌의 범위를 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틀림없다"고 봤다. 또 1억원 이상의 금품을 받았을 때 법정형의 하한을 징역 10년 이상으로 높인 것도 특경법 입법취지 등에 비춰볼 때 수긍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유남석·이선애·이석태·이영진·문형배 재판관 판단은 달랐다. 범인의 성행과 전과유무, 범행 동기 등 죄질 등을 고려해 처벌을 가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문형배 재판관 등은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못하도록 해 법관의 양형재량의 범위를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작량감경은 범죄의 사정 등을 고려해 비난을 경감할 만한 사유가 있을 시 법관의 재량으로 형량을 줄여주는 제도이다.

이들은 또 "공무원과 금융회사 임직원이 수행하는 업무와 책임, 신분보장의 정도엔 현저한 차이가 있다"며 "공무원과 동일하게 가중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시했다. 특히 변호사나 회계사와 비교해도 과도해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및 회계사법상 판·검사에게 금품을 제공한 변호사에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회계사는 징역 5년 이하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4항 등에 따르면 금융기관 등 임직원이 그 직무에 관해 받은 수수액이 5000만원에서 1억원 미만일 경우 7년 이상의 징역, 1억원 이상일땐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팩트 DB.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4항 등에 따르면 금융기관 등 임직원이 그 직무에 관해 받은 수수액이 5000만원에서 1억원 미만일 경우 7년 이상의 징역, 1억원 이상일땐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팩트 DB.

이날 헌재는 수수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을 함께 물리도록 한 특경법 제5조 5항 중 4항 1호 등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이선애·이석태·이영진 재판관이 반대 의견을 냈다.

헌재는 "범죄수익의 박탈은 물론 막대한 경제적 손실까지 입을 수 있다는 경고를 통해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관이 작량감경을 통해 벌금형을 감액할 수 있어 선고유예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석태 재판관 등 3명은 "벌금을 감당할 재력이 없어 환형처분을 받게 되면 징역형 외 별도의 징역형을 추가로 선고받는 것과 다름없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형법상 노역장 유치조항은 선고 벌금이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경우 300일 이상,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땐 500일 이상으로 유치기간을 규정하고 있다. 환형처분은 벌금 등을 내지 못한 사람을 일정기간 교도소 안에 마련한 노역장에서 매일 일정시간 노역에 종사하게 하는 제도다.

수수액이 1억원 이상이어서 가중처벌 받게 되는 행위자는 법정형 기준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과 함께 최소한 2억원(1억원X2배) 이상의 벌금형도 부과하게 된다. 벌금을 내지 못할 경우 최소 300일 이상의 징역형을 추가로 선고받은 것과 마찬가지다.

세 재판관은 "개별 사건의 특수성과 다양한 양형요소들에 따라 법관이 벌금형의 병과 여부 및 적정한 벌금액을 정할 수 있도록 벌금형을 임의적 병과로 변경하고, 벌금의 상한액을 두거나 위반행위로 얻은 이득액에 따라 벌금액의 상한을 단계화시키는 방안 등을 도입하는 대안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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