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아버지는 호의, 아들은 뇌물' 유재수 재판에 엇갈린 부자
입력: 2020.04.02 00:00 / 수정: 2020.04.02 00:00
1일 오후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뇌무수수 사건 4차 공판이 열렸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7일 오전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고 있는 유 전 부시장의 모습. /뉴시스
1일 오후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뇌무수수 사건 4차 공판이 열렸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7일 오전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고 있는 유 전 부시장의 모습. /뉴시스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VS "도움 받을 기대"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친척보다 가까운 사이라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랬습니다."(모 신용정보업체 회장 윤모 씨)

"앞으로 회사를 하면서 분명히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그러셨던 것 같습니다."(윤 씨의 장남)

1일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지방법원 501호 법정. 형사합의11부(손주철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뇌물수수 사건 4차 공판에선 부자간의 엇갈린 주장이 오갔다.

하늘색 수의를 입은 유 전 부시장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법정에 들어섰다. 재판부는 국내 모 신용정보업체 회장 윤모(71) 씨와 윤 씨의 장남이자 회사의 대표이사인 윤모(44) 씨를 증인으로 출석시켰다. 유 전 부시장과 윤 회장은 1996년 처음 만나 25년 넘게 친분을 쌓아온 사이다.

윤 회장은 2010년부터 8년여에 걸쳐 2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유 전 부시장에게 제공한 데 대해 "우리 관계는 가족같고 친척보다 더 가까운 사이"라며 친분관계를 이유로 순수하게 베푼 것이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검찰에 따르면 윤 회장은 2010년 초 서울 강남구 소재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도록 유 전 부시장에게 2억5000만원을 무이자로 빌려준 바 있다. 이후 아파트값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2억 4000만원만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윤 회장은 "미국 파견 근무를 앞둔 유 전 부시장에게 집을 사라고 권했고, 2억5000만원을 무이자로 빌려주겠다는 것도 내가 먼저 권했다"며 "막상 당시에 집값이 오히려 떨어져서 미안한 마음에 1000만원은 결국 안 받았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2016년 11월 유 전 부시장의 두 자녀에게 용돈 명목으로 100만원을 주고, 2011년 4월 미국 파견 근무 중 접대비용으로 사용하라며 200만원을 유 전 부시장의 장모 계좌로 송금하기도 했다.

윤 회장은 이러한 용돈이나 책값 대납, 명절 선물을 대리 발송한 이유도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자발적으로 도와준 것"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이덕인 기자
서울동부지방법원 /이덕인 기자

하지만 아들의 생각은 달랐다.

명절 선물을 대리 발송하기도 한 윤 회장의 장남은 '유 전 부시장에게 경제적 도움을 준 이유가 무엇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아버지가) 앞으로 회사를 하면서 도움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을 것이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서 그러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사실상 뇌물을 주고 받았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윤 씨는 "아버지가 20여년 전부터 유 전 부시장과 인간관계를 맺어 친하기는 했다"면서도 "잘못된 행동을 해서 너무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일어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재직 시절을 전후한 2010~2017년 무렵 최씨 등 업계 관계자들에게 초호화 골프텔 무상사용, 고가 골프채, 항공권 구매비용, 오피스텔 사용대금, 동생 취업, 아들 인턴십, 부동산 구입자금 무이자 차용 등 수천 만원가량의 부당한 이익을 수수하고 부정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다음 재판은 4월 10일 열릴 예정이다.

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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