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휴대폰으로 전송된 조국 딸의 동양대학교 표창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
정경심 교수 8차 공판…최성해 전 총장 증인석에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주원 기자] 정경심(58) 동양대학교 교수가 자녀 입시를 위해 위조했다는 의혹을 받는 동양대 표창장과 유사한 양식의 또 다른 표창장이 법정에서 제시됐다. 당초 정해진 양식과 다르거나, 상장 대장에 없는데 수여된 상장 역시 여럿 있었다는 증거도 함께 공개됐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최성해(67) 전 동양대 총장은 "정상적인 표창장이 아니다. 위임한 부서가 실수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 제25-2형사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는 30일 오전 10시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의 8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 의혹의 핵심 증인인 최 전 총장이 증언대에 섰다. 최 전 총장은 지난해 의혹이 불거진 시점부터 검찰 조사에 이르기까지 "정 교수 자녀에게 표창장을 준 적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한 인물이다.
최 전 총장은 법정에서도 총장 직인이 찍힌 표창장은 반드시 총장실 결재를 거쳐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최 전 총장은 '상장대장에 기재된, 동양대에서 관리하는 일련번호와 조민 씨 표창장 일련번호에 차이가 있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단체가 아닌 개인에게 주는 표창장은 그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때문에, 조민(29) 씨 등에게 표창장을 준 사실이 없다고 확신했다. 최 전 총장은 "개인에게 주는 표창장은 제가 더 자세히 살펴본다"며 "기억이 안 나는게 아니라 준 사실 자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 제25-2형사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는 30일 정경심(58) 동양대학교 교수의 8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정 교수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는 모습. /이덕인 기자 |
조민 씨가 받은 표창장에는 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봉사기간(2010.12.1.~2012.9.7.), 발급번호 '어학교육원 제2012-2-01호'가 새겨져 있다. 검찰이 동양대 상장 대장에 기재된 정보를 토대로 정식 양식이라고 보는 표창장에는 부서명이 생략돼 있다. 또 수여 연도 네자리와 수여 순번만이 매겨져 있고 수상자의 주민등록번호가 끝까지 명시돼 있지 않다. 직인 대장에도 조민 씨의 표창장과 그의 동생 조모(24) 씨의 수료증이 목록에 없는 것도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최 전 총장은 지난해 9월초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시점 정 교수 측에게 "표창장 수여 권한을 정 교수에게 위임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달라는 요구를 들었다고 밝혔다. 최 전 총장은 "통화 중 전화를 넘겨 받은 조국 전 장관이 '법률 고문을 받아봤는데 총장이 표창장 수여 권한을 정 교수에게 위임했다는 보도자료를 오전 중으로 내달라'고 했다. 그래야 저도 살고 정 교수도 산다고 하더라"고 증언했다. 또 김두관(61) 더불어민주당 의원·유시민(61) 작가에게도 비슷한 내용으로 '회유'를 당했다며 "높은 사람들이 잇따라 말씀하시니 위축됐다"고 덧붙였다.
변호인 반대신문에서는 최 전 총장의 일관된 주장과 다소 차이가 있는 자료들이 제시됐다. 변호인단은 먼저 2012년 3월2일~6월30일 동양대 어학교육원 영어에세이쓰기 영재과정에서 '최우수노력상'을 받은 A씨의 표창장을 제시했다. 제시된 표창장은 조민 씨의 것과 동일한 양식으로, 최 전 총장의 직인이 찍혀 있었다.
최 전 총장은 A씨 표창장에 대해서도 "정상적이지 않다. 맨 위에 어학교육원이라는 것 자체가 들어가면 안된다"고 말했다. 변호인이 '이런 표창장 양식이 가끔 있냐'고 되묻자 "없다. 소송이 붙을텐데"라고 대답했다.
표창장 의혹을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였던 상장 대장의 오류도 지적했다. 변호인은 "2018년 상장 대장에는 대장 기재 내용과 표창장에 인쇄된 일련번호가 똑같지 않다. 또 같은 해 전기 학위수여식 포상 내역은 상장 대장에 일절 적혀 있지 않다"며 "대장, 결재서류와 표창장 일련 번호가 일치해야하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이에 최 전 총장은 "동일해야한다"며 "모르겠다. 졸업식은 교무처에 위임하는데, 그 부서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지난해 9월6일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이 후보자였던 시절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도읍(56)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 교수와 최성해(67) 동양대학교 총장이 주고 받은 문자메세지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뉴시스 |
1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사건인 만큼, 최 전 총장의 기억도 엇갈렸다. 최 전 총장은 2010~2012년 무렵 조민 씨가 활동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없는게 아니라, 아예 들은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반면 반년 남짓 지난 표창장 위조 의혹을 처음 접한 경위에는 말끝을 흐렸다.
"증인 명의의 조민 씨 표창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언제 알았습니까?" (변호인)
"언론보도로 알았습니다." (최 전 총장)
"최초 언론보도는 (2019년) 9월3일이었습니다. 그 전에는 몰랐습니까?" (변호인)
"그 전에, 검찰이 동양대에 압수수색 나왔을 때 알았습니다." (최 전 총장)
"검찰 압수수색도 9월3일입니다." (변호인)
최 전 총장은 "하루이틀 전에 직원들이 알려줬다"고 덧붙였지만, 직원의 이름을 포함해 소속 부서를 특정하지는 못했다.
변호인단은 또 2018년 동양대가 정원을 감축해야 하는 역량강화대학에 지정되는 위기를 맞자, 최 전 총장이 정 교수의 배우자 조국(55)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청탁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의혹을 언급했다. 변호인이 증거로 제출한 '오마이뉴스' 기사에는 동양대 모 교수가 "최 총장이 '이럴 때 정 교수가, 조국이 도와주면 좋은데'라며 정 교수를 만나서 부탁해 보라고 시켰다. 정 교수는 '큰일난다'며 이를 거절했다"고 말한 녹음파일과 녹취록이 실렸다.
정 교수의 속행 공판은 4월8일 오전 10시다.
ilrao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