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임종헌(61·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이 이달 본격화된다. 사진은 지난 16일 보석(조건부 석방)으로 풀려난 뒤 처음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는 임 전 차장의 모습. /뉴시스 |
'헌재 상대 대법 위상 강화'부터 심리…증인신문은 5월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사법농단' 사태 핵심 인물 임종헌(61·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이 본격화된다. 지난 9일 8개월만에 재판이 재개됐지만 보석심문 등으로 미뤄졌던 사건 심리가 30일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검찰 서증조사와 이에 관한 변호인 의견진술 시간만 약 40시간으로 잡혔다.
서울중앙지법 제36형사부(윤종섭 부장판사)는 23일 오후 2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전 차장의 27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직전 공판에서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겹치는 사건 진행 경과를 고려해 △헌법재판소 상대 대법원 위상 강화 △통합진보당 관련 재판 개입 △국제인권법연구회·인권보장을위한사법제도소모임(인사모) 와해 순으로 사건을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은 해당 순서에 따라 서증조사 계획을 세워 왔다. 헌재건 11시간, 통진당 소송과 잔여재산 가압류 재판 개입건에 각각 7시간, 2시간30분을 배분했다. 법관 모임 와해건은 6시간으로 총 26시간30분의 서증조사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통상 형사재판이 시작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점심시간을 뺀 6시간을 꼬박 써도 5일을 잡아야 할 분량이다. 임 전 차장 측 역시 검찰 서증조사에 관한 의견진술 시간을 똑같이 달라고 요청했다.
의견 차이는 있었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72·2기) 전 대법원장과 각급 법원 법관들 사이 연결고리였던 만큼, 같은 사건으로 기소돼 진행 중인 사건이 많았다. 공소사실이 겹치는 만큼 증인도 겹쳤다. 이에 따라 검찰은 서증조사 때 관련 사건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던 이들의 증인신문조서를 함께 다루길 원했다.
반면 임 전 차장 측은 필요한 증언이 있다면 해당 증인을 이 재판에 세워 물어보면 될 일이라는 입장이었다. 변호인은 "증인이 같다고 해서 매 재판마다 같은 말을 하리란 법도 없다"며 "증인신문에 앞서 서증조사에서 증인의 말을 보면 예단 형성이 불가피해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증인신문조서에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맞섰다. 검찰은 "증인신문조서는 변호인 측 증거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채택이 가능한 서류"라며 "이민걸 등 사건의 경우 재판부는 다르지만 결국 같은 재판장이 심리하는 재판이다. 법적으로도, 재판 진행 차원에서도 서증조사에서 다루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한 듯 휴정시간을 갖고 논의에 들어갔다. 휴정 50여분만에 재판을 재개정한 재판부는 헌재건과 통진당건에 한해서만 증인신문조서를 서증조사 때 다루지 않기로 결정했다. 미뤄진 조서들은 향후 동의된 증거조사가 끝난 뒤 조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당초 검찰이 제시한 서증조사 시간보다 약 4시간을 아끼게 됐다. 변호인단 의견진술 시간을 합쳐도 7회 기일 내로 서증조사를 마치게 됐다.
양승태(72·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은 헌법재판소를 상대로 대법원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헌재에 파견된 법관에게 내부 문건 보고를 지시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의혹을 받는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남용희 기자 |
검찰과 변호인단 양 측 주장을 갈음한 재판부가 이날 재판에서 지정한 기일에 따르면 본격적인 증인신문은 5월 중순에야 이뤄질 예정이다. 30일과 31일, 4월6일은 헌재 대상 대법원 위상 강화 관련 서증조사가 진행된다. 다음달 7일과 13일은 통진당 재판 개입 관련 조사가, 14일과 20일은 법관 모임 와해 의혹에 관한 서증조사가 진행된다. 7회에 걸친 약 40시간 분량의 서증조사가 끝난 뒤 5월4일에는 쟁점정리기일을 가진다.
같은 달 12일에는 재판 재개 뒤 첫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1년여만에 증인석에 설 증인이 누구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재판이 장기간 중단되기 직전 출석한 증인은 헌재에 파견된 기간동안 내부 문건을 대법원에 전달한 현직 법관 최모 씨였다. 지난해 5월29일 임 전 차장 측 재판부 기피 신청으로 재판이 중단되기 직전 증인석에 섰던 최 씨는 피고인 지시로 헌재 자료를 대법원에 전달한 사실을 시인하며 "지금이었다면 거절했을 거다. (당시 행동을) 후회한다"고 증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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