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 여호와의 증인 신도라는 이유로 무단결근하는 등 병역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다고 23일 밝혔다. /더팩트 DB. |
대법 "복무하며 종교적 신념 지킬 수 있어"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여호와의 증인 신도라는 이유로 사회복무요원 근무를 거부하며 무단결근한 20대 남성에게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회복무요원 A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다고 23일 밝혔다. 사회복무요원이란 대한민국 병역판정 신체검사에서 신체적, 사회적 조건으로 인해 보충역 처분을 받은 사람으로, 사회기관 및 시설에서 병역의무를 대신한다.
A씨는 군사훈련을 마친 뒤 서울 금천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던 중 지난 2016년 7월 29일부터 10월 21일까지 85일간 무단결근해 정당한 이유없이 8일 이상 복무를 이탈하는 등 병역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병역법 제89조 2항 1조 등에 따르면 사회복무요원이 정당한 사유없이 통틀어 8일 이상 복무를 이탈하거나 해당 분야에 복무하지 아니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자신의 결근은 이른바 '양심적 병역권 거부권'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A씨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그 교리에 따라 전쟁을 전제로 하는 병무청에 더이상 소속되어 있을 수 없다는 신념으로 결근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1심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전과없는 초범이지만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앞으로 다시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어 재범의 위험성이 명백하다"며 실형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항소심 법원도 A씨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미 사회복무요원에게 부과되는 군사훈련을 마치고 금천구청에 소속돼 노인요양시설에 복무하고 있었다"면서 "복무를 계속하더라도 더 이상 군사적 활동에 참여할 의무가 부과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종교적 신념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행해야 할 의무를 조화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역시 A씨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18년 11월 1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해선 안된다는 첫 판결을 내렸다. 헌법 19조 등에 따라 '진정한 양심'에서 나온 병역 거부는 무죄라는 취지로, 14년 만의 변화였다.
대법은 "신념에 따라 불이익을 감수하는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을 강제하고 형사 처벌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난다"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할 경우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 심사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군복무 이후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거나, 입대 후 양심의 발생을 주장하며 전역을 요구하는 경우 등은 심층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법 선고 이후 하급심에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무죄 선고가 잇따랐다. 특히 지난달 대법원은 2018년 11월 양심적 병역 거부 기준을 제시한 뒤 처음으로 원심을 확정한 판결을 내렸다. 대법은 2월 13일 이같은 이유로 병역거부를 선언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 111명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병역법 제88조 1항은 입영 통지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군대 입영 또는 사회복무요원 복무를 거부한 사례는 다수였으나, 이날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한 A씨와 같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라는 이유로 무단결근한 판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별한 사유없이 복무를 이탈한 경우와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로 결근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 전부였다.
20일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2011년 3월 정당한 사유없이 8일 이상의 기간을 무단결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익근무요원(2013년부터 사회복무요원) B씨에 대해 면소 및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B씨는 2009년 1월에 3일, 9월 17일부터 3일, 23일부터 2일 등 통산 8일 이상의 기간 동안 복무를 이탈해 병역법을 위반했으나, 이보다 전인 2008년 12월 중 4일간씩 총 8일을 무단결근한 혐의로 2009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에따라 대법원은 이 판결이 확정된 2009년 5월 16일 전의 복무이탈 혐의는 면소했다. 또 나머지 5일간의 복무이탈 범행만으로는 "통산 8일 이상 복무를 이탈하거나 해당 분야에 복무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로 결론 내렸다.
2014년 4월에는 13일간 복무를 이탈한 C 공익요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 본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유년시절부터 부모님 이혼 등으로 가정불화를 겪으면서 우울증이 발병했고, 전반적인 무의욕 및 무력감 상태를 보이며 자살 위험이 있는 등 이 같은 정신장애는 C씨의 책임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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