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검사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유지한다고 22일 밝혔다. /더팩트 DB. |
대법 "위조한 사건기록표지 매우 중요한 문서로 보기 어려워"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고소인이 낸 고소장을 분실한 후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검사가 징역형의 선고유예를 확정받았다.
선고유예는 범죄 정황이 경미할 경우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뤄주는 제도로, 유예일로부터 2년간 사고없이 지내면 형의 선고를 면할 수 있다. 기간이 지나더라도 형의 선고사실 자체가 없어지지 않는 집행유예와 다른점이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검사 A씨의 상고심에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유지한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2월부터 부산지검 공판부 검사로 근무하던 중 같은해 11월 말께 고소인이 접수한 고소장을 분실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실무관을 시켜 고소인이 이전에 제출한 다른 사건 고소장을 복사하고 고소장 표지를 작성하게 한 뒤 1차장 검사 등 상급자 도장을 임의로 찍어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측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무죄임을 주장했다. 변호인은 "통상 담당직원이 차장검사 등의 도장을 소지하며 사건기록표지에 기계적으로 날인하고, 고소장 작성에 대한 검찰 내부 규정이나 지침이 없다"면서 "복구한 차원이지 위조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1·2심 모두에서 A씨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다.
1심 법원은 A씨에 대해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항소심 법원 역시 1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법을 수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검사로서 일반인들보다 더욱 엄격하게 절차 등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고소장 분실이라는 업무상 실수를 감추기 위해 공문서인 사건기록표지를 위조해 행사해 죄질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은 고소장 자체를 위조한 것이 아닌 고소장이 접수돼 주임검사에게 배당됐다는 취지가 적힌 사건기록표지를 위조했고, 이 사건기록표지 자체가 권리·의무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형사절차와 관련한 중요한 문서라고 볼 수 없다"며 선고를 유예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1심 법원은 분실된 고소장의 민원인이 평소 다수의 고소·고발을 반복하는 점도 지적했다. 이 민원인의 기존 고소들들이 모두 각하되거나 취하돼 다시 고소장을 받아 사건을 처리하더라도 유의미한 결정이 나올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결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 사건은 고소인이 문제를 제기한 뒤에야 사실관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A검사는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가 수리되면서 사건이 마무리되는 듯 했으나 시민단체가 고발하면서 수사가 재개됐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2019년 4월 공문서를 위조한 A검사에 대한 징계와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당시 검찰 수뇌부를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수사를 위해 부산지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세 차례 모두 반려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1월 13일 경찰청사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이라 (수사)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입장이라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던 것"이라며 "기관 간의 협조 등을 통해 사안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답함을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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