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변호사가 미열이 있어서…" 헌재도 못 피해간 코로나19
입력: 2020.03.13 00:00 / 수정: 2020.03.13 00:00
헌법재판소는 12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심재철(62) 원내대표 등 옛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 100여명이 문희상(75) 국회의장과 국회를 상대로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헌법재판소 전경/더팩트 DB
헌법재판소는 12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심재철(62) 원내대표 등 옛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 100여명이 문희상(75) 국회의장과 국회를 상대로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헌법재판소 전경/더팩트 DB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거법 통과 적법성 심판대에

[더팩트ㅣ헌법재판소=송주원 기자] "같이 온 변호사가 미열이 좀 있어서 입장하지 못했습니다. 실물화상기 변론을 준비해 왔는데…양해해 주신다면 실물화상기 옆에서 화면을 띄우며 변론을 진행하겠습니다." (피청구인 측 대리인)

"허용하겠습니다. 다만 변론의 기본적 자세는 유지해주세요." (헌법재판관)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놓고 옛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등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진행됐다. 방문객의 출입과 동선이 엄격히 통제되고 변호사가 미열이 있어 변론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례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헌법재판소는 12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심재철(62) 원내대표 등 옛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 100여명이 문희상(75) 국회의장과 국회를 상대로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각급 법원과 마찬가지로 헌재 역시 코로나19 방역에 한창이었다. 통상 취재진 등 방문객도 중앙 로비 출입구로 드나들 수 있었으나, 우측 출입문만이 개방됐다. 개방된 입구에서도 일회용 체온계로 체온을 측정한 뒤, 열이 없는 방문자만 출입이 허용됐다.

청사 내 모든 직원들이 상시 마스크를 착용했고 곳곳에 손소독제도 비치됐다. 복도에 상주하는 직원은 방문객을 발견하면 방역을 위한 동선 제한을 안내했다. 취재진의 경우 2층 브리핑룸과 같은 복도에 위치한 화장실 이용만 가능했다.

이날 오후 헌재 대심판정에서는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공직선거법 개정 수정안이 통과된 것을 놓고 옛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 의장과 국회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에 대한 공개변론이 진행됐다.

대심판정 광경도 사뭇 달랐다. 심판정 내 실무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고 청구인·피청구인 측 대리인단 역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재판관들을 맞이했다. 대리인들은 심판이 시작되자 마스크를 벗었고, 재판관 9명은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심 의원 등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지난해 12월 문 의장이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된 원안과 다른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고 가결·선포한 것은 무효라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또 같은 달 열린 국회 본회의에 회기를 단축하자는 안건이 제출되자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요구했으나 의장이 이를 거부하고 표결을 거쳐 가결·선포한 것도 위법하다고 본다.

청구인 측은 "국회의장은 의원들이 적법하게 신청한 무제한 토론을 거부하고 회기 단축 안건을 직권으로 상정했다"며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권과 심의·의결권을 침해했다.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국회법이 정한 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 수정안 통과 역시 국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총 의석수는 정당 득표율로 정해지고 지역구 당선자 수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개정 수정안은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 규모인 현재의 국회의원 의석구조에서 비례대표 의석 중 30석에 한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도록 했다.

청구인 측 대리인은 "개정 수정안은 처음 발의된 원안과 근간이 다르다"며 "국회의장이 제1야당 의원들과 토론을 거부한 채 원안과 전혀 다른 수정안을 가결·선포한 건 국회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한국당 의원들의 균등한 참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법 95조5항은 "수정동의는 원안 또는 위원회에서 심사보고한 안의 취지 및 내용과 직접 관련이 있어야 한다. 다만,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를 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한다. 개정 수정안이 '직접 관련'이 없고, 한국당의 무제한 토론을 거부하며 대표의원과 합의된 내용으로도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2월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가 열린 가운데 문희상 국회의장(가운데)이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들에게 항의를 받고 있다. /남윤호 기자
지난해 12월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가 열린 가운데 문희상 국회의장(가운데)이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들에게 항의를 받고 있다. /남윤호 기자

피청구인 측 대리인은 정당이 국회를 상대로 심판을 청구한 것부터 오류라는 입장이다. 피청구인 측 대리인단은 당초 2명의 변호사가 출석해 1명이 실물화상기로 자료를 제시하고, 나머지 한 명이 변론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중 1명이 미열로 입정이 제한되면서 대리인 한 명이 홀로 변론을 진행하게 됐다.

대리인은 "한국당이라는 정당 스스로 청구인이 되고, 국회의장과 더불어 국회 그 자체를 피청구인으로 삼은 특이한 사건"이라며 "헌법에 의해 설치된 기관도 아니고 법조문상 국가기관으로 보기도 모호한 정당이 권한쟁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 국회의장은 몰라도 국회를 상대로 다투는 것 역시 논리상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수정안 통과에 국회법 위반 소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리인은 "국회법 제7조는 회기결정건은 집회 후 즉시 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제한 토론을 통한 의사진행방해를 허용하는 건 필리버스터 제도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회기결정 건마저 무제한 토론 대상이 되면 연중 상시 무제한 토론이 반복돼 입법불능 사태가 야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안과 수정안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지역구·비례대표 의원 수만 현행과 같이 수정했다는 점에서 원안의 취지가 유지됐다"며 "결국 국회의장은 적법한 수정안을 가결·선포한 것으로 헌법과 법률 어느 것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이날 공개변론 내용을 토대로 별도 기일을 정해 최종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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