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검찰·정경심, 새 재판부 앞 '불꽃 법정'
입력: 2020.03.12 00:00 / 수정: 2020.03.12 00:00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8)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10월23일 오전 10시30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8)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10월23일 오전 10시30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대등재판부로 첫 심리…병합 논의·보석 심문 등 진행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주원 기자] 재판부 교체 뒤 처음으로 진행된 정경심(58) 동양대학교 교수의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의 날선 공방이 4시간 내내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는 11일 오후 2시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의 5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새 재판부는 사법연수원 기수와 경력이 비슷한 부장판사 3명으로 구성된 대등재판부다. 재판장은 임정엽(50·사법연수원 28기) 부장판사가 맡았고 주심은 권성수 부장판사(49·29기)다.

법관 인사이동 뒤 첫 재판이라 공판절차 갱신이 이뤄졌다. 공판절차 갱신이란 검찰과 피고인 양 측의 모두진술과 지금까지 진행된 재판 내용을 요약하는 절차를 말한다.

맨 먼저 바통을 잡은 검찰은 피고인 구속기간이 연장되기까지 했지만, 증거조사가 늦어져 신속한 재판 진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판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 "지금이라도 검찰 의견에 귀 기울여달라"고 새 재판부에 호소했다.

"재판부 아시는 바와 같이 입시비리 관련 공소사실은 구속기간이 연장되도록 단 한 명의 증인신문은커녕 입증계획도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동의된 증거만으로는 수박겉핥기식 조사밖에 안됩니다. 사모펀드 관련 혐의는 미루고 입시비리 관련 핵심 증인과 참고인을 불러 신속히 조사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검찰 의견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강일민 검사)

정 교수 측은 즉각 반발했다. 강 검사가 신속한 조사를 촉구하는 근거로 재판 지연을 들었는데, 그 책임을 '다른 이'에 돌리고 있다는 이유다.

유지원 변호사는 "사모펀드 의혹이 먼저 진행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검찰에서 변호인단에 사모펀드 기록부터 줬기 때문이다. 입시비리건은 (지난해) 12월말에서야 받아볼 수 있었다"며 "사모펀드건은 증거조사 1~2번이면 끝날텐데 위법수집증거 논란도 있는 입시비리건부터 진행하는게 재판의 효율성과 신속성 어디에 부합하는지 심히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검찰이 정 교수와 배우자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공모 정황을 구체화해 신청한 공소장 변경건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양측의 공방은 멈추지 않았다. 검찰은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이 공모한 내용이 있고, 증인들도 겹치는 만큼 같은 법원 제21형사부(김미리 부장판사)에서 심리 중인 정 교수 부부와 노환중 부산의료원장 사건 병합도 요청한 상태다.

김종보 변호사는 "입시비리든 사모펀드든 조 전 장관과 공모했다고 기소한 내용은 근거가 대단히 약하다. 공소장 내용을 봐도 피고인이 남편과 수시로 통화했다는 내용을 덧붙였는데, 이를 공모라 추정해서 만든 공소장"이라며 "두 사건 분량 모두 방대한데 이를 병합하면 재판 진행이 더 열악해진다. 무엇보다 자녀가 증인대에 설 수도 있는데 부부를 같은 법정에 세우는 게 맞는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 측이 적법성을 따지는 증거는 앞서 검찰이 동양대학교 강사 휴게실에서 확보한 컴퓨터다. 디지털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정보 주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검찰은 휴게실에 있던 조교의 동의로 확보했다. 유 변호사는 "입시비리 뿐만이 아니라 사모펀드 관련 증거도 별건에 대한 강제수사 중 확보한 자료가 포함돼 있어 위법 수집 여지가 있다"며 "결국 이 사건에 대해서는 위법수집증거에 따른 무죄 선고가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임 재판부가 보류했던 보석 청구에 대한 심리도 이뤄졌다. 지난 1월8일 정 교수 측은 피고인 방어권을 이유로 보석을 청구했지만 같은 달 22일 1차 공판기일에서 "증거조사를 못했는데 보석 청구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건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재판에 넘겨진 뒤 말을 아꼈던 정 교수도 보석 심문 때에는 재판부에 직접 호소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제가 몸이 안 좋아서 다 말씀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저는 59세로 내일 모레 60이다. 몸도 안 좋은데 공소장 내용이나 참고인 진술 조서를 보면 제 기억과 다른 내용이 많은데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입시비리는 13년전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데 과거의 자료를 좀 자유롭게 보고 싶다. 보석을 허락해 주신다면 전자팔찌든 뭐든 어떤 조건이라도 받아들이겠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 등 사건과의 병합과 공소장 변경 여부는 다음 공판기일 전까지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보석 심문에 대해서는 피고인 방어권 문제가 걸린 만큼 최대한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동양대학교 총장 명의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8) 동양대학교 교수의 공소장이 국회에 제출된 지난해 9월17일 경북 영주시 동양대학교 정 교수 연구실 앞 복도에 적막감이 돌고 있다. /뉴시스
동양대학교 총장 명의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8) 동양대학교 교수의 공소장이 국회에 제출된 지난해 9월17일 경북 영주시 동양대학교 정 교수 연구실 앞 복도에 적막감이 돌고 있다. /뉴시스

이날 재판에서는 새 재판장인 임 부장판사의 꼼꼼한 재판 진행이 돋보이기도 했다. 임 부장판사는 변론에 앞서 실명을 밝히라고 당부했고, 변론이 끝날 때마다 재판 조서에 어떤 취지로 옮겨질지 복기했다.

검찰과 변호인을 포함해 피고인 역시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앉아서 재판에 임하게 했다. 부득이하게 피고인을 일어나게 할 때는 "형식적 행위지만 일어서서 말씀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또 휴정 뒤 재개정으로 재판부가 다시 입정할 때는 방청객들이 일어서서 인사를 하지 못하게 했다. 경위가 반사적으로 방청석을 향해 "일어나 주십시오"라고 외치자 "경위님, 죄송한데 재입정 때는 일어나서 인사하면 안됩니다"라고 말렸다.

정 교수의 속행 공판은 18일 오후 2시로, 자녀 입시비리와 관련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 정 모 씨의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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