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행정조사면 충분?…신천지 수사 신중한 검찰
입력: 2020.03.09 05:00 / 수정: 2020.03.09 05:00
지난달 28일 법무부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에 대한 강제수사를 검찰에 지시했지만, 검찰은 신중론을 고수 중이다. 사진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월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본관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는 모습. /임세준 기자
지난달 28일 법무부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에 대한 강제수사를 검찰에 지시했지만, 검찰은 '신중론'을 고수 중이다. 사진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월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본관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는 모습. /임세준 기자

법조계 "형사 개입은 최후의 보루"…'진작 수사할 일' 의견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산 진원지로 꼽히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강제수사에 검찰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중 보건당국이 직접 행정조사에 착수했다. 논란이 됐던 신도 명단 등을 확보하면서 강제수사 필요성 논란이 재점화된 모양새다. 강제수사 없이도 주요 자료를 확보했으니 필요성이 줄었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국가위기상황에 검찰이 진작 나섰어야 한다는 비판론도 제기된다.

법무부와 당국은 검찰 강제수사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지난달 2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각급 검찰청에 신천지가 방역 당국 조사에 비협조적이면 강제수사에 나서라고 지시했다.

당초 방역 당국은 강제수사가 오히려 방역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강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법무부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4일 추 장관은 대정부질문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강제적 조치를 취해달라고 직접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1총괄조정관 역시 같은 자리에서 "강제적 조치를 취할 권한과 판단은 수사기관의 몫이지만 출입국와 예배 출입 관련 정보를 알게 된다면 방역에 만전을 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크게 보면 법무부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서울시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을 살인죄 등으로 고발한 사건을 형사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하면서도, 강제수사는 신중한 태도를 고수 중이다.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극심한 지역으로 꼽히는 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지난달 28일과 지난 4일 2차례나 신천지 대구교회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대구지검은 모두 기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서울시에 위치한 신천지 교회가 전격 폐쇄된 가운데 지난해 2월21일 오후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신천지 교회에서 강서구 방역 관계자들이 방역 작업을 펼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서울시에 위치한 신천지 교회가 전격 폐쇄된 가운데 지난해 2월21일 오후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신천지 교회에서 강서구 방역 관계자들이 방역 작업을 펼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런 상황에서 중대본은 행정조사기본법에 근거해 지난 5일 오전 경기도 과천 신천지교회 본부를 방문해 행정조사를 벌였다. 중대본은 △신천지 신도·교육생 명단 △예배 출석 기록 △신천지 시설 전체 주소 정보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신천지 측에서 제출한 신도 명단과 시설현황은 일부 내용이 누락돼 논란이 된 부분이다. 코로나19 확산 진원지로 꼽히자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위조된 자료를 당국에 제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여권과 당국 등에서 검찰에 강제수사를 촉구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행정조사에서 신천지 측 협조 아래 관련 자료가 확보되면서 법조계에서는 강제수사 필요성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 여상원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강제수사는 혐의 경중보다 조사대상자의 태도가 중요하다. 당국 역학조사부터 행정조사에 이르기까지 자료 제출 요구에 대체로 응하기는 해서 강제수사를 강행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신천지라는 종교 특성상 강압적 조치를 취할 경우 역효과가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역시 이같은 위험 부담까지 안고 강제수사를 벌일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근절이 최우선인 상황에서 절차가 복잡한 강제수사보다 행정조사를 벌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제언도 나온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행정조사는 행정기관에서 조사대상자를 선정한 뒤 수립한 계획에 따라 대상자에게 출석이나 진술·자료 제출 등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반면 검찰 강제수사의 경우 긴급체포 등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 반드시 법원의 영장 발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 수사 범위는 영장에 기재된 장소와 물품 등으로만 한정된다.

익명을 요청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압수수색의 경우 영장에 기재된 범위 내에서만 수색해야 하고, 현장에서 더 의심스러운 부분을 발견해도 영장 기재 범위가 아니라 철수할 때도 있다. 반면 행정조사는 이런 절차적 제한이 없으니 지금같은 시국에에 더 효과적인 조사 방식"이라고 봤다.

일각에서는 촉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검찰이 법무부 지시에 따라 강제수사에 즉시 착수했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뒤늦게나마 행정조사로 확보된 명단을 토대로 신천지 측이 관계 법령을 위반하지 않았는지 수사가 필요하다고도 지적한다. 기존 신천지가 제출한 자료와 내용 차이가 크다면 고의로 사실을 은폐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다. 이필우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입법발전소)는 "국가위기상황에서 명단 누락이나 연락 두절같은 사안은 서둘러 수사했어야 할 일이다. 단순 과실인지, 공모를 통한 고의적인 행위인지는 일단 수사해서 밝힐 일"이라고 강조했다.

ilraoh@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