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 연수원 '평화의 궁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관련 논란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가평=이효균 기자 |
고의성·인과관계 모호…"사법적 날 세울수록 숨을 것" 우려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대한 형사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신천지의 미흡한 대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확산을 불러 왔다는 이유다. 대구시가 지난달 28일 신천지 대구 교회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발한 데 이어 1일 서울시는 신천지 지도부 13명을 살인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법률가들은 이 회장을 포함한 지도부들이 감염병 확산이라는 고의를 갖고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은 이상 법적 처벌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박원순(64) 서울시장은 1일 소셜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신천지 지도부가 한시라도 빨리 적극적 조치를 취했다면 다수의 국민이 사망에 이르거나 상해를 입는 일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들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2일 서울중앙지검은 해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코로나19 대응 TF'인 형사2부(이창수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비난할 사안이지만 살인·상해는 아니다"
서울시는 이만희(89) 신천지 총회장과 지파장 등 13명을 살인과 상해, 감염병의예방및관리에관한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시는 이 회장 등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중 절반이 신천지 신도인 상황에서 당국 조치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독려할 의무를 저버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했다고 본다.
사람을 직접 살해하지 않아도 살인죄가 적용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자신의 행위로 사람이 사망할 가능성을 알고도 방치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마땅히 해야할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다.
4·16세월호참사 당시 배를 버리고 도망친 선장 이준석(75) 씨의 경우 탈출하지 못한 승객들의 사망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선장의 의무를 저버리고 도망쳤다며 살인죄가 적용된 바 있다. 이 씨는 2015년 11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인명사고 사건에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인정된 건 최초다.
법조계에서는 신천지 지도부의 행위를 비난할 수는 있지만 형법상 살인과 상해죄를 적용해 형사처벌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천지의 대응이 미흡해 사람이 사망에 이르렀다는 인과관계가 모호하고, 코로나19가 확산해 사망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고의성'을 가졌다고 보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앞서 신천지는 1100개의 시설 명단을 공개하면서 새로운 신도를 포섭할 때 주로 이용하는 문화센터와 복음방 등은 누락하고,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 지부가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정해 구설에 오른 바 있다.
결국 이 사건에 살인죄를 적용하기 위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임을 증명하려면 이만희 회장 등 지도부가 감염병 발생시 신도들이 검사를 받도록 조치하는 등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검찰 출신 법조계 관계자는 "만약 의무가 있었고 수사를 통해 신도들이 검사를 받지 못하도록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정황 등이 밝혀지더라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 적용 정도가 가능하지, 살인이나 상해죄는 기소 가능성부터 낮아 보인다"며 "서울시 고발도 형사처벌을 염두에 뒀다기 보다 당국 조치에 협조하라는 일종의 경고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충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법무법인 해율) 역시 "판례에 따르면 범행 결과에 대한 확실한 예견없이 가능성만 인식해도 미필적 고의에 따라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신천지의 행위는 살인은 물론 상해죄 적용에 있어서도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보인다"며 "결국 사회적, 도덕적으로 비난 가능하고 확산의 중심에 있다고 의심되는 사안이지만 형사책임을 지우기는 어렵다는 것"이라고 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서울시에 위치한 신천지 교회가 전격 폐쇄된 가운데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신천지 교회에서 강서구 방역 관계자들이 방역 작업을 펼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 적용하려면 '고의성' 입증해야
서울시는 이 회장 등에 대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도 적용한 상태다. 일부 내용이 누락된 신도 명단을 제출했고 신도들에게 역학조사를 거부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에 따른 것이다. 현행 감염병예방법 제18조 3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역학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회피하는 행위 △거짓으로 진술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행위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은폐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같은 법 79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신천지 측은 "보건당국에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고 협조 중"이라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특히 성도 명단 누락 관련 의혹의 경우 "단순 교육생 정보를 전달할 수 없었다"고 주장 중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조사를 방해한 행위의 사실관계와 함께 행위의 고의성이 입증돼야 한다. 하지만 감염병예방법에서도 고의성 입증의 벽은 여전히 높다.
의사 출신 정이원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원)는 "신천지 지도부가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했음에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드러나야 한다. 다만 신천지 특성상 소수 신도들에게만 정보를 공유하는 등 비밀스럽게 움직여 왔다는 점에서 감염병 확산을 위해 사실을 은폐할 고의가 있었다고 볼지는 미지수"라며 "또한 사실을 은폐한 시점이 코로나 창궐 초기라 심각성을 인지할 정보가 부족했던 시기라면 고의성을 입증하기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코로나3법'이 시행된다면 뚜렷한 사유없이 보건당국의 검사를 거부하는 신도 개인에 대한 처벌은 가능하다. 코로나3법은 △마스크·손소독제 등 물품의 수출·국외반출 금지와 감염취약계층에게 마스크를 지급하는 근거를 마련한 '감염병예방법 일부개정법률안' △감염병 유행지로부터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게 한 '검역법 일부개정법률안' △환자·보호자·의료기관 종사자 등에게 발생하는 의료기관감염 감시체계를 마련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말한다.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의 경우 환자로 의심되는 사람에게 검사 및 자가격리 등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골자로 삼는다. 정이원 변호사는 "현행법상 병원 검사를 2차례 거절해 논란이 됐던 이른바 '31번 환자' 등 신천지 신도 개인에게도 책임을 묻기는 힘들다. 현행법은 감염이 확인된 환자에게만 입원 및 진료를 강제화하기 때문"이라며 "의심환자에 대한 조치를 강제화한 코로나3법이 시행되고, 31번 환자가 병의 심각성을 인지하고도 검사를 거부한 고의성이 입증된다면 처벌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문제로 서울광장·청계광장·광화문광장 사용이 금지된 가운데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이선화 기자 |
한편 법무부는 지난달 28일 "검찰은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방해와 같은 불법사례가 발생하면 고발이나 수사의뢰가 없더라도 압수수색과 같은 즉각적 강제수사에 착수하고 법률에 따라 구속 수사도 고려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형사고발과 함께 강제·구속 수사 촉구 등 사법적 날을 세우는 분위기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강신업 법무법인 하나 변호사는 "현행법상으로는 인과관계와 고의성 입증이 어려워 형법, 감염병예방법 등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형사고발과 강제수사 등으로 압박하면 (감염 의심이 되는) 신도들이 음지로 숨어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책임 전가보다 협조를 이끌어 내는 것이 코로나19 근절을 위한 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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