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만취한 여성 나체 촬영한 60대 결국 '유죄'
입력: 2020.03.01 09:00 / 수정: 2020.03.01 09:00
대법원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사진은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한 상가 개방화장실에 불법 촬영기기 설치 여부를 점검 중임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여진 모습. / 더팩트 DB.
대법원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사진은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한 상가 개방화장실에 불법 촬영기기 설치 여부를 점검 중임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여진 모습. / 더팩트 DB.

대법 "피해자가 촬영 동의했다고 볼 수 없어"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30대 여성의 신체 사진을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에 대해 대법원이 "피해자가 거부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해서 촬영에 동의한 것으로 쉽게 단정해서는 안된다"며 유죄 취지로 판단하고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A씨에 대해 1심은 유죄를 선고한 반면 원심은 무죄로 판단했다.

A씨는 2017년 4월 새벽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B씨를 본인 아파트로 데리고가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해 B씨 하반신 나체 등 두 장의 사진을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촬영 전 B씨의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B씨는 촬영을 허락한 사실이 없다고 줄곧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치료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촬영당시 B씨는 잠들거나 잠들기 직전으로 술에 상당히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B씨가 설사 술에 취한 상태에서 '사진을 나중에 촬영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해도 촬영할 사진이 무엇을 피사체로 하는지, 심한 수위의 사진을 찍어도 괜찮은지 등에 관해 분명한 허락을 한 적이 없는 이상 사진 촬영에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유죄로 판단한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항소심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B씨 동의없이 사진을 촬영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B씨)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재판에까지 사건 당일 A씨의 집에 갔을 때 술에 만취한 상태여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면서 "이런 정황으로 볼때 피해자가 사진 촬영에 동의했음에도 이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어 A씨 혐의를 유죄 취지로 판단해 사건을 의정부지법에 돌려보냈다. 원심 판단이 의심할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대법원. / 더팩트 DB.
대법원. / 더팩트 DB.

대법원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가질만한 사정을 찾기 어려운데도 원심은 합리적 근거가 없는 의심만으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며 "원심의 판단은 이러한 증거법칙에 위배해 자유심증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은 사건 이후 두 사람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B씨가 A씨가 사진을 찍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음이 분명하고, 두번째 사진을 보면 B씨가 잠든 상태에서 하반신을 찍은 것이어서 피해자가 A씨의 촬영에 동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을 근거로 꼽았다.

또 검찰 조사에서 A씨가 '내일 술이 깨면 어제 일이 기억 안난다고 할테니, 너의 행동이 어떤지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겠다'고 B씨에게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볼 때 "피해자는 사건 당시 술에 만취해 판단능력이나 대처능력을 결여한 상태에 있었음이 분명하고, A씨는 B씨가 이러한 상태에 있음을 알았으므로 촬영행위가 B씨의 진정한 의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봄이 옳다"고 설명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 따르면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happy@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