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지방정부 vs 폐기물 매립업자...최후 승자는?
입력: 2020.02.28 06:00 / 수정: 2020.02.28 06:00
대법원이 건설폐기물을 토사매립한 처리업자가 적법처리 이용완료보고서 제출 조치를 명령한 울주군수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의 상고심에서, 업자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2월 1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폐기물 재활용 업체에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 /임세준 기자.
대법원이 건설폐기물을 토사매립한 처리업자가 '적법처리 이용완료보고서 제출 조치'를 명령한 울주군수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의 상고심에서, 업자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2월 1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폐기물 재활용 업체에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 /임세준 기자.

대법원, 울주군 승소 취지 파기환송..."예외규정 엄격판단해야"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건설폐기물을 토사 매립한 처리업자의 폐기물처리법 위반 행위에 대해 '적법처리 이용완료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조치한 울주군의 명령이 적법하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법상 '농작물의 경작 등에 적합한 흙'에 해당될 경우 건설 폐기물을 처리해 만든 토사를 성토용 등으로 재사용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지만, 산성도를 가늠하는 척도인 pH 농도 11의 강알칼리성인 이 사건 토사를 농작에 적합한 흙으로 볼 수는 없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건설폐기물 처리업자 A씨가 '적법처리 이용완료보고서 제출'을 조치·명령한 울주군수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의 상고심에서, A씨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자 A씨는 2017년 10월부터 11월까지 건설폐기물을 중간처리하는 과정에서 약 5336톤 상당의 토사를 폐기물처리시설이 아닌 울산 울주군 서생면과 온양읍 일부 토지에 매립했다. 이에 울주군은 A씨가 이 토사를 2018년 3월까지 적법하게 처리하고 이행완료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조치명령을 했다.

하지만 A씨는 건설폐기물을 재활용한 것이지 불법 매립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A씨는 "건설폐기물을 법에 따라 적합하게 처리해 순환토사를 만들어 농지개량을 위한 성토용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순환토사는 건설공사로 발생되는 건설폐토석(건설공사 등에서 발생되거나 건설폐기물을 중간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된 자연상태의 것을 제외한 흙·모래·자갈 등)을 건설폐기물의 처리기준에 따라 적합하게 처리한 토사를 의미한다.

앞서 1심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울주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의 토사가 건설폐기물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설사 일부를 건설폐기물로 본다고 해도 이를 A씨가 반출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토사를 운반해 매립·성토한 당사자가 "10월 초순께 트럭 130대로 토사를 운반해 해당 토지에 매립·성토할 당시, A씨로부터 가져온 것은 약70대 정도 된다"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2심 역시 업자 승소로 판단했다. 항소심에서 울주군은 이 토사가 강알칼리성(pH 농도 11) 이어서, 인근 농지의 관개·배수·통풍을 비롯해 농작업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새롭게 주장했다. 울산시 농업기술센터와 국립농업과학원 등에 따르면 농작물이 성장하기 위해 가장 적절한 pH 농도는 6에서 7이다. 용액의 수소이온지수인 pH 농도가 8.5 이상인 토사는 농작물의 경작 속도가 느리고, 토사 아래 경반층(논, 밭 표토 20~30cm아래)이 형성돼 뿌리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양 기관이 'pH 농도 11인 토사는 농작물 경작에 부적합하다'는 취지로 회신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 결과만으로 강알칼리성 토양으로 성토하는 것이 농지의 생산성 향상이나 인근 농지의 농작업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또 A씨는 건설폐기물 처리업체를 이용한 B,C씨의 요청으로 토사를 반출했을 뿐 토사 매립에 관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이 사건 매립지는 산지와 농지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처리시설이 아닌 곳에 신고한 폐기물을 매립해서는 안된다는 폐기물관리법을 위반했다는 취지다. 폐기물관리법 제8조 2항에서는 '신고한 폐기물은 처리시설이 아닌 곳에 매립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농작물의 경작 등에 적합한 흙'에 해당할 경우에 한해 건설 폐기물을 처리해 만든 토사를 성토용 또는 복토용으로 다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지만, pH농도 11인 강알칼리성의 토사가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예외규정은 엄격히 적용해야 함을 분명히했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예외 규정의 해석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원칙으로 돌아가야 하고, 예외 규정을 확장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 판단에는 농지법상 농지 개념과 산지관리법상 산지개념, 폐기물관리법상 조치명령의 요건, 건설폐기물법상 건설폐기물 재활용의 허용요건, 재량권의 일탈, 남용의 증명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happy@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