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투숙객을 살해해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장대호의 2심 재판에서 피해자 유족이 사형 선고를 내려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는 장 씨의 모습. /배정한 기자 |
"사형 집행 안 되더라도 사형 선고 해달라"
[더팩트ㅣ서울고법=송주원 기자] 모텔 투숙객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장대호의 항소심 재판에서 피해자 어머니와 부인이 "사형 집행이 안 되는 건 알고 있지만 사형을 내려 달라"며 오열했다.
서울고법 제3형사부(배준현 부장판사)는 27일 오전 11시 살인 혐의 등을 받는 장 씨의 2심 2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피해자 어머니 A씨와 부인 B씨의 피해자 진술이 진행됐다. 조선족 출신의 유족을 위해 통역인이 함께 자리했다. 재판부 역시 중국어로 진술할 것을 수차례 권했지만 유족들은 대부분 시간을 한국어로 직접 진술했다.
피해자 어머니 A씨는 "아들이 16살 때 한국에 와 고생스럽게 살았는데 이렇게 잔인하게 죽었다. 아들은 착실하게 살았던 사람이자 한 가정의 책임자였고 부모에게 효도도 잘하는 아들이었다"며 "항상 자기보다 남을 우선하는 인정이 많고 좋은 사람이었는데 말 한마디 잘못했다는 이유로 20분도 채 안되는 시간동안 잔인하게 살해당한 것이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같은 법정에 앉아 있는 피고인 장 씨를 놓고는 "장 씨가 자수했다고 하시는데 경찰 부실수사로 만들어진 자수"라며 "경찰이 바로 모텔에 가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5시간이나 지나서 모텔에 갔지만 장대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 사이 시신이 발견되니 경찰에 가서 자수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잔인하게 사람을 죽여 놓고 반성 하나없이 장난치고 손 흔드는, 마치 영웅처럼 행동하는 모습이…정말 용서할 수 없다"며 "사형 집행 안되는 것 안다. 하지만 저같은 피해자가 더 생기지 않도록 더 강한 처벌, 사형 선고를 내려달라"고 했다.
시어머니에 이어 진술을 하게 된 피해자의 부인 B씨는 "남편이 살해당하는 그 장면만 머릿속에서 자꾸 맴돌아 너무 고통스럽다. 살기 힘들지만 어린 자식 생각에 어떻게든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다"며 "제 남편을 끔찍하게 살해한 살인자와 같은 하늘 아래 살아야 한다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다. 계획에 의해 살인을 저지르고도 반성의 기미가 없는 장대호에게 사형이라는 엄벌을 내려 달라"고 말했다.
재판부의 "더 하고 싶으신 말씀은 중국어로 하시라"는 말에 B씨는 옆에 앉은 통역인에게 고개를 돌리더니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남편이 살아있을 때 주말마다 가족여행도 가고 했었는데 매일매일 아빠를 찾는 아이에게 어떻게 말을 해줘야할지 모르겠다"며 "우리 가족은 행복한 가정이었는데 지금은 풍비박산이 났다. 장대호가 혹시라도 나오면 우리 아이를 위협할까봐 그것이 너무 두렵다"고 통역을 빌어 전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장 씨가 피해자를 살해한 뒤 도구를 이용해 시신을 훼손한 과정을 구체화하는 취지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범행 도구 등이 구체화되긴 했지만 사실관계 자체에 큰 변화는 없다"며 속행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일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황색 수의를 입고 하늘색 마스크를 쓴 채 재판에 임한 장 씨는 재판 내내 눈을 질끈 감고 묵묵히 재판에 임했다. 이날 변호인이 밝힌 바에 따르면 장 씨는 피해자 유족에게 전할 편지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날 재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진행됐다. 수십여명이 자리한 방청석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또한 법정 내 모든 마이크에 덮개가 씌워졌다.
지난 해 8월 장 씨는 자신이 일하던 서울 구로구 소재 숙박업소에 투숙한 30대 투숙객을 둔기로 때려 살해한 뒤 흉기로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해 11월 1심 재판부는 "피해자와 사법부까지 조롱한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적으로 격리하는 것만이 죄책에 합당하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후 결심 공판에서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봤던 검찰과 양형 부당을 주장한 장 씨 측 모두 항소해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넘어왔다.
장 씨의 3차 공판은 3월19일 오전 10시40분이다.
ilrao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