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코로나 온상 지목' 신천지…"혐오·가짜뉴스 그만"
입력: 2020.02.23 00:00 / 수정: 2020.02.23 00:00
21일 오후 폐쇄된 과천 신천지예수교회 예배당 안을 문 틈 사이로 들여다본 모습. /과쳔=윤용민 기자
21일 오후 폐쇄된 과천 신천지예수교회 예배당 안을 문 틈 사이로 들여다본 모습. /과쳔=윤용민 기자

"당연히 당국에 협력할 것"…"두 달도 못버텨" 주변 상인들 울상

[더팩트ㅣ과천=윤용민 기자] "개인의 잘못을 조직 전체로 확대시켜서 우리(신천지)를 악마화하는 것이 맞습니까? 대한민국에 종교의 자유는 없습니까?"(신천지교회 신자 A 씨)

"수요일하고 일요일에는 그래도 그 사람들(신천지교인) 덕분에 장사를 잘 했는데, 이제는 일반 손님도 없고 신천지 교인도 없네요."(신천지교회 인근 식당주인)

대규모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된 21일 오후 과천 정부청사 인근 한 건물 9~10층에 위치한 신천지예수교회 예배당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불이 꺼진 출입문에 '당분간 성전에서 예배와 모임을 금지합니다. 성도님들은 돌아가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안내글 두 장만 덩그러니 붙었다.

예배당 문 틈 사이를 들여다보니 한쪽으로 치워진 긴 의자들이 보였다. 한 낮에도 워낙 깜깜해 순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교회 예배당은 물론 인근 건물에 있는 신천지 총회본부에도 '당분간 모든 근무자들이 재택근무 합니다'는 글이 입구에 나붙었다. 신천지교회 시설이 입주한 건물 곳곳엔 시설폐쇄를 알리는 알림 글이 게시됐다. 총회본부에 불이 켜져 있어 기자가 벨을 눌렀지만 응답은 없었다.

31번 환자(62세 여성)를 시작으로 신천지 교인들이 연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감염되자 전국에 있는 모든 신천지 관련 시설을 자체적으로 폐쇄한 것이다.

21일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건물에는 신천지교회 예배당이 있다. /과천=윤용민 기자
21일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건물에는 신천지교회 예배당이 있다. /과천=윤용민 기자

현장을 둘러보던 <더팩트> 취재진은 교회 인근에서 우연히 교인들을 만났다.

자신을 전(前) 섭외부 소속이라고 소개한 A 씨는 대뜸 "에이즈가 퍼지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우리나라 동성애자 명단을 전부 만들어 제출하라고 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경기도가 교인 명단을 받아 전수조사를 통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조사하기로 한 데 대한 불만의 표현이다.

그는 "물론 그 분(31번 환자)이 분명 부주의했던 면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개인의 잘못을 조직 전체로 확대시켜서 우리(신천지)를 악마화하는 것이 맞느냐. 대한민국에 종교의 자유는 없느냐"고 했다.

이어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에서 돌았던 '섭외부 공지'니 '31번 환자 난동'이니 하는 '찌라시'들은 전부 가짜뉴스로 판명됐다"며 "우리도 하나님 믿는 사람이다. 지금 직면한 위기에 우리 신자들도 당연히 (방역당국에)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신자 B 씨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솔직히 정부는 확진자 치료나 방역에 신경쓰고 있는 것 같은데, 일부 정치인들이 우리들에 대한 '혐오정서'를 만들어 퍼트리고 있다"며 "언론도 문제가 많다. 기독교 계열의 언론사들이 앞장 서고 이후에 모든 언론들이 우리를 마녀사냥한다"고 말했다.

'신천지는 치료보다 예배를 우선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모든 교회에서 코로나 초기부터 감기 증상만 있어도 절대 예배에 나오지 말라고 공지했다"고 답했다.

21일 오후 찾은 과천 신천지예수교회 문이 굳게 닫혀 있다. /과천=윤용민 기자
21일 오후 찾은 과천 신천지예수교회 문이 굳게 닫혀 있다. /과천=윤용민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인근 상인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오가는 손님이 너무 없어 금요일이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코로나19 보다 무서운 생활고 걱정을 떠안은 상인들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일대에서 10여년간 요식업을 운영했다는 이모(53)씨는 "사스나 메르스 때보다 더 힘든 것 같다. 수요일하고 일요일에는 그래도 그 사람들(신천지교인) 덕분에 어느정도 매상이 나왔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신천지교회와 같은 건물에 입주한 상가 상인들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더팩트> 취재진이 다가가 신분을 밝히면, 대부분 손짓으로 밖으로 내몰았다.

같은 건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C 씨는 "아마 장사가 너무 안 되니까 사람들이 날카로워진 것 같다"며 "보면 알겠지만 금요일까지 이렇게 텅 비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수요일에 (신천지) 교회 예배가 취소되는 바람에 미리 준비한 샌드위치를 전부 버렸다. 이렇게 가면 두 달도 버티기 힘들다"고 푸념했다.

실제 이 일대의 적막한 풍경은 낮부터 저녁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한편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31번 확진자(62세 여성)를 포함해 신천지 관련자 14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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