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횡령과 뇌물 등 혐의 관련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이 전 대통령, "고생했다" 지지자들과 인사 뒤 구치소로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다스(DAS) 비자금 의혹과 삼성 뇌물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15년형을 선고 받은 이명박(79)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도 징역17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횡령과 뇌물 혐의액을 추가로 인정하며 1심보자 2년 무거운 형량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2시5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2심 선고 공판을 열고 징역17년에 벌금 130억 원, 추징금 57억8000여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질 부분이 명백함에도 반성하지 않고 다스 직원과 청와대 공무원, 삼성그룹 등 여러 사람의 허위진술을 탓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며 "다만 피고인은 보석 석방 뒤 엄격한 보석 조건을 철저히 준수해 보석제도의 가치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2심 재판부는 다스의 실소유주로서 1994년 1월~2006년 3월 비자금을 조성하고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등 형태로 회삿돈 349억 원 상당을 횡령했다는 혐의에 대해 1심보다 늘어난 252억 상당의 횡령이 이뤄졌다고 봤다. 재판부는 "1심은 횡령 혐의 중 선거캠프 직원 허위 급여 4억여 원과 5000만원 상당의 승용차 구입은 공소시효 완성으로 면소했다. 하지만 이같은 범행은 피해와 보호법익, 범행방법의 동일성과 계속성이 인정돼 포괄해 일죄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익명 제보로 추가기소 됐던 삼성 뇌물 혐의 역시 1심보다 혐의액이 늘어났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11월~2011년 3월 삼성전자 본사에서 자문료 형식으로 월 12만5000달러씩 56억 원 상당을 건네 받았다. 재판부는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공여자와 수수자의 뇌물수수 의사 합치가 있어야 하고 직무와 대가 관계에서 금품과 이익이 오간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삼성은 이 두 가지를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증거에 따르면 피고인은 대통령 취임 후인 2008년 4월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 경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며 삼성의 뇌물 공여를 보고받고 승낙한 것으로 인정된다. 혐의액 중 51억 원은 뇌물죄로 성립된다"고 판시했다.
2008년 4월~2011년 12월 삼성 미국 법인이 다스의 미국 소송을 지원한 미국 로펌 에이킨 검프(Akin Gump)에 62억여 원의 소송 비용을 대납한 혐의에 대해서는 "국제형사 사법공조 등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인보이스(invoice, 청구서) 자료대료 해당 금액이 오간 객관적 사실관계는 인정된다"면서도 "2009년 10월27일 피고인이 'VIP 보고 문건'을 받기 전에는 송금 사실을 인식하고 승낙한 증거가 없다. 당시 문건을 보고한 김백준 전 청와대 기획관은 검찰에서도 관련 진술을 하지 않았고 법정에 출석하지도 않아 송금액 중 38억 만이 뇌물죄로 성립된다"고 말했다.
공직 인사 청탁을 대가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이팔성(76) 전 우리금융 회장과 김소남 옛 새누리당 의원에게 받은 약 23억 원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과 달리 "피고인에게 구체적 청탁이 전달된 증거가 없다"며 19억 원 줄어든 4억여 원만을 인정했다.
국가정보원에서 넘어온 특수활동비 7억 중 4억 원의 국고손실 혐의만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다스 미국 소송 과정에서 공무원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대해서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직무 권한에 김백준 등 청와대 소속 공무원에게 미국 소송을 지시할 일반적 직무 권한이 없고 이로 인해 공무원이 의무없는 일을 했다고 볼 수 없어 직권남용 범죄서 성립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대법원 판례와 증거를 검토한 결과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문건 3000여건을 무단으로 반출해 서울 서초구 소재 영포빌딩에 보관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역시 1심과 같이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배했다며 검찰의 공소를 기각했다. 다스 직원의 횡령금을 돌려받으며 다스 법인세 31억 원대를 포탈한 혐의 역시 무죄를 선고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3월22일 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더팩트EB |
2018년 10월 1심 재판부는 징역15년·벌금 130억 원에 추징금 약 82억 원을 선고했다.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된 이 전 대통령은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석방되면서 지난해 3월 6일부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 왔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월8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23년에 벌금 320억 원, 추징금 163억 원을 선고해야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재판에 넘겨진 뒤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비롯한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해 왔다.
이 전 대통령은 1992~2007년 다스를 실소유한 채 비자금 약 339억 원을 조성하고(횡령) 삼성에 BBK 투자금 회수와 관련해 다스 소송비 67억7천여만 원을 대납하게 하는 등(뇌물수수) 총 110억 원에 달하는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2018년 4월 구속기소됐다.
1심은 이 전 대통령을 다스 실소유자라 인정하고 비자금 조성을 위해 다스 법인자금 241억 원을 횡령했다고 인정했다. △다스 미국 소송비로 대납받은 금액 중 61억여 원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과 김소남 옛 새누리당 의원에게 받은 23억여 원 등 85억 원 상당의 뇌물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 모두 항소해 2018년 12월부터 항소심 재판 절차를 받아왔다
검찰은 항소심 절차 중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제보를 받아 삼성이 다스 미국 소송비 명목으로 이 전 대통령 측에 건넨 뇌물 51억여 원을 공소사실에 추가했다. 이 전 대통령이 삼성 뇌물 혐의액은 119억 여원으로 늘어났고, 이날 선고 공판에서 89억 원이 인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선고 공판이 끝난 뒤 5분 남짓 허공만을 응시했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서 지지자들과 "고생했다" 등의 인사를 나눈 뒤 수용자 전용 출입구로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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