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검찰 구형보다 센 '엄벌 선고'...위기의 김기식·은수미
입력: 2020.02.15 00:00 / 수정: 2020.02.15 00:00
최근 법원이 정치인들에 대해 검찰 구형 보다 높은 엄벌을 선고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남부지방법원 청사. /더팩트 DB
최근 법원이 정치인들에 대해 검찰 구형 보다 높은 엄벌을 선고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남부지방법원 청사. /더팩트 DB

"사회적 기준에 따른 엄벌 기조"...'지나친 재량권' 우려도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최근 법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치인들에게 검찰 구형보다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정치인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높아짐에 따라 법원이 '엄중 처벌' 기조로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법관들이 정무적 판단이나 예단을 가지고 재판에 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정진원 판사는 전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던 김 전 원장은 19대 국회 임기 만료를 열흘 앞둔 2016년 5월 정치후원금 5000만원을 자신이 속한 민주당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에 기부해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 판사는 "피고인이 기부한 금액의 일부를 임금과 퇴직금의 형태로 돌려받았다"면서 "이는 정치자금법이 금지한 '가계에 대한 지원'과 같아 '부정한 용도의 지출'로 볼 수 있다"고 판단, 검찰이 구형한 벌금 300만원보다 무거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김 전 원장은 집행유예가 끝나도 향후 5년간 선거에 나올 수 없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애초 약식사건을 법원이 정식재판에 회부하더니 심지어 검찰 구형량보다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김 전 원장이 반성을 하지 않고 무죄를 주장해 '괘씸죄'가 추가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물론 이번 판결이 대법원 양형 기준에 어긋나지는 않지만 검찰 구형보다 강한 형량을 선고하는 것은 피의자 인권보호의 차원에서 신중해야 한다"며 "법관은 법정에서 검사가 공소 사실로 제기한 문제의 진위만을 따지면 된다. 누군가의 영혼이나 양심을 판단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 사건은 지난해 초 검찰이 김 전 원장을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서울남부지법이 사건을 자세히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정식재판에 회부됐다.

은수미 성남시장이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은수미 성남시장이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은수미 성남시장의 재판을 두고도 법조계에선 뒷말이 무성하다. 1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은 은 시장은 항소심에서 검찰의 구형보다 높은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수원고법 형사1부(노경필 부장판사)는 지난 6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은 시장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검찰이 구형한 벌금 150만원보다 두 배 높은 벌금형을 선고한 것은 이례적이다. 은 시장은 이대로 형이 최종 확정되면 직을 잃는다.

경찰 출신 한 변호사는 "이번 항소심에서 검찰은 1심과 마찬가지로 150만원을 구형했는데 재판부는 검찰의 항소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벌금을 두배나 올렸다"며 "정치인의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며 엄벌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재판부는 당시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은 시장이 성남시장으로 당선됐다는 이유로 계속 공직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막대한 부담을 고려하더라도 준법의식이나 윤리의식에 비춰 국민 눈높이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다.

수원의 한 변호사는 "명확한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심증을 가지고 개인의 정치 생명을 위협하는 사법권의 남용"이라며 "이런 식으로 법관의 예단이 허용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의 자유라는 것은 법정 내에서 판사들이 '꼬마 독재자'가 되더라도 괜찮다는 면죄부는 아니다"며 "세간의 이목을 끄는 사건의 경우 검찰의 구형보다 높은 선고가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 '멋있는 척'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보편심리는 법봉을 쥔 판사들은 늘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률 선진국'들은 형사사건에서 법관의 재량권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형사사건에서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으면 항소심에서 형량을 올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유무죄를 따질 때 반드시 배심원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프랑스는 피고인의 항소권만을 인정해 1심에서 무죄가 나올 경우 그대로 판결이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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