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토 다쓰야 재판 개입' 임성근 무죄…'사법농단' 법관 잇따라
입력: 2020.02.14 13:02 / 수정: 2020.02.14 13:02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임성근 부장판사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사진은 서울중앙지방법원 / 남용희 기자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임성근 부장판사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사진은 서울중앙지방법원 / 남용희 기자

"징계 사유지만 범죄 아니다"…검찰 구형량은 징역2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법원이 재판에 개입해 박근혜 정부 의견을 반영하려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임성근(56·사법연수원 27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 담당 재판부 판단에 간섭한 행위는 잘못이지만 법리적 측면에서 직권남용 범죄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서울중앙지법 제25형사부(송인권 부장판사)는 14일 오전 10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부장판사의 선고 공판을 열고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의 행위가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볼 수 있는지 판단에 앞서, 사법행정권에 재판 개입이 포함되는지를 살폈다. 재판부는 "사법행정권 중 재판 업무에 대한 직무감독권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법관의 직무 활동을 감시하고 잘못을 교정하는 권한으로써 법관의 독립성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와의 사이에 긴장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사법행정권자는 법관 독립을 헤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직무감독을 할 수 있고 개별 사건을 맡은 법관에 대해 특정한 방향으로 직무 처리를 요구한 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행위로, (법관의 판단에) 오류가 있더라도 사후 신속제도를 통해 바로잡는 것이 옳다"고 설명했다.

또 "법원조직법상 사법행정권자인 대법원장은 각극 법원장에게 직무를 대리하게 할 수 있다. 또한 각급 법원장은 직무 수행을 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 형사수석 부장판사에게 권한을 일임할 수 있다"며 "하지만 피고인이 형사수석 부장판사로 재직할 당시 법원장이 이러한 권한을 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 설령 그렇더라도 재판 개입 업무는 형법에서 규정하는 직무 권한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공소장에 기재된 임 부장판사의 재판 개입은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한 행위로서 징계 사유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찰 제출 증거에 따르면 피고인은 2015년 2~3월경 대법원 측 요청으로 가토 다쓰야 사건을 담당한 재판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되 가토 다쓰야 행위는 잘못됐다'는 취지를 분명히 밝히라고 말한 사실 등은 그 자체로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한 행위로 위헌적"이라며 "또한 이미 담당 재판부가 기소 판단을 내린 사건에 대해 재판장을 불러 주변 판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라 하고, 재판장이 이미 상의했다고 하자 더 들어보라고 말한 의미 역시 재판부의 독립된 결정을 철회하고 간섭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각 행위는 징계 사유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임 부장판사의 행위가 다른 사람이 직무에서 벗어난 일을 하게 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봤다. 형법 123조에서 규정하는 직권남용죄 법리인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죄"라는 범죄 성립 요건 중 '의무없는 일'을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의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인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기소로 결론난 사건을 약식명령 발부로 번복하는 과정에서 담당 실무관에게 관련 직무를 집행하게 한 행위는 판사 결정 내용에 따른 후속 절차 및 직무 집행을 담당하는 실무관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시와 같이 피고인 행위가 위헌적 행위란 이유로 처벌하는 건 범죄 구성 요건을 확장하는 것으로 죄형법정주의(범죄와 형벌은 법률로써 규정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부장판사로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지만 직권남용 범죄로 볼 수 없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 증명이 없으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했다.

14일 법원은 박근혜의 잃어버린 7시간 관련 보도를 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해-. 사진은 지난 2015년 12월17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회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무죄를 선고받은 가토 전 지국장이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는 모습. /뉴시스
14일 법원은 '박근혜의 잃어버린 7시간' 관련 보도를 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해-. 사진은 지난 2015년 12월17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회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무죄를 선고받은 가토 전 지국장이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는 모습. /뉴시스

임 부장판사는 2015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할 당시 박근혜(68) 대통령의 '세월호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한 기사를 써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1심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임 부장판사는 당시 상고법원 도입 등 양승태(72·2기) 전 대법원장의 숙원 사업 추진을 위해 청와대의 도움을 받기 위해 해당 사건 재판에 청와대 입장을 반영하려 했던 걸로 보인다.

검찰은 임종헌(61·16기)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 임 부장판사와 공모해 가토 전 지국장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에게 판결 이유와 판결문 요약본을 미리 보고하게 하고, 그 뒤 내용 수정을 지시했다고 본다.

같은 해 임 부장판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의 판결 내용을 일부 수정·삭제하도록 재판부에 지시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이외에도 원정도박 사건에 연루된 프로야구 선수 임창용·오승환 씨를 정식 재판에 넘기려 한 재판부 판단을 뒤집고 벌금형 약식기소로 사건을 종결하도록 한 혐의가 있다.

지난해 12월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범행의 중대성과 법관의 재판 독립이 사법행정권에 의해 침해된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임 부장판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임 부장판사 측은 재판 내내 무죄를 주장해왔다. 임 부장판사 측은 결심 공판에서 "형사수석 부장판사는 법원 재판에 관여할 직무감독권이 없다. 피고인이 지위를 이용한 행위를 했다고 볼 여지도 있지만, 형법상 직권남용 범죄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들 중 1심 판단을 받은 이들 모두 범죄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1월13일 유해용(54·19기)전 대법원 수석 재판 연구관을 시작으로 13일 신광렬(55·사법연수원 19기).성창호(48·25기).조의연((54·24기) 부장판사가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검찰 항소로 2심 재판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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