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3일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의혹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 중 강요죄 성립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더팩트 DB이 |
대법 "자금지원, 강요죄 성립될 만큼 협박으로 인정되지 않아"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사건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원심 판결 중 '강요죄' 성립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에따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은 항소심 재판을 다시 받게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의 상고심에서 강요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판단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김 전 실장 등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해 30개가 넘는 친정부 성향의 보수단체에 69억원을 지원하도록 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1·2심은 김 전 실장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 조 전 수석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직권남용죄를 인정하지 않았던 1심과 달리 항소심은 직권남용죄와 강요죄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직권남용죄 등은 원심과 같이 유죄로 봤지만, 강요죄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자금지원 요구가 강요죄가 성립될 만큼의 협박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무죄 취지로 판단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대통령비서실 소속 공무원이 자신들의 지위에 기초해 어떠한 이익 등을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고 해서 그 요구를 협박으로 평가할 수 없고, 전경력 관계자들의 진술은 주관적이거나 부담감 및 압박감을 느꼈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부연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 사진은 세월호 사건 관련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이 2019년 12월 1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림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김세정 기자 |
직권남용 혐의 등과 관련해선 지난해(2019년) 8월 '국정농단' 사건과 지난달(1월)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법리에 따른 판결이라고 밝혔다.
당시 전원합의체는 '직권남용죄'의 범위를 직권을 남용한 것인지뿐 아니라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인지'에 해당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김 전 실장 등의 전경련에 대한 자금 요구는 직권남용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전경련에 특정 정치성향의 시민단체에 대한 자금지원을 요구한 행위는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비서관실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으로 직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하고, 전경련 부회장은 이 같은 직권남용 행위로 인해 해당 보수 시민단체에 대한 자금지원 결정이라는 '의무없는 일'을 했다는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 오해 등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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