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법원이 '정운호 게이트'가 불거질 당시 검찰 수사 기록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부장판사·성창호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조의연 전 서울중앙지접 영장전담 부장판사 등 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사진은 지난 8월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는 성 부장판사의 모습. /뉴시스 |
'사법농단' 현직 판사들 첫 법원 판결…"재판부에 경의"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법원이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 수사기록 등을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법관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제23형사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3일 오전 10시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55·사법연수원 19기)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부장판사·성창호(48·25기)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조의연(54·24기)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선고 공판을 열고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운호 게이트 사건에 법관이 연루되자 수사에 대응하고 검찰을 압박해 법관의 비리 의혹을 덮기 위해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자료를 유출했다는게 공소사실 요지"라며 "법원행정처는 법관 비리·전관예우 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공소사실상 이러한 목적이 실행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임종헌(61·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 지시로 수사자료를 수집·보고한 신 부장판사를 놓고는 "수사기록 등은 영장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법원 내부에서만 공유돼야 하고, 외부에 유출해서는 안될 공무상 비밀이 맞다"면서도 "수사를 담당한 부·차장 검사가 언론에 수사 내용을 공개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검찰이 대법원 측에 수사 진행 상황을 알려주는 경우도 많아 비밀로 유지할 가치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신 부장판사 지시로 수사정보 등을 수집한 성창호, 조의연 부장판사도 "영장전담 판사로서 수석 부장판사에게 통상적인 처리 결과를 보고한 것으로, 이들은 신 부장판사가 문건을 작성해 대법원에 보고한다는 사정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 사전에 범행을 공모했다고 인정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보고한 내용과 당시 나온 언론보도, 보도가 예정돼 있던 기사 내용이 대부분 유사해 수사나 재판 기능에 장애를 발생하게 했다고 볼 수도 없다"며 "피고인들에게 각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신 부장판사는 "현명한 판단을 해주신 재판부께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성 부장판사 측 변호인은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아 현직 법관으로서 입장을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법리와 사실관계에 비춰봐도 무리한 기소였다는 사실은 재판 과정에서 밝혀 왔다"고 말했다.
신 부장판사 등은 2016년 검찰이 '정운호 게이트' 사건을 수사할 당시 법관이 연루되자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영장청구서와 법관 비리 수사진행 상황, 향후 수사계획이 기재된 수사보고서 등 수사기밀을 수집해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누설한 혐의로 지난해 3월 기소됐다.
이들은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된 대법원 지시를 받거나 공모한 사실이 없고 수사기록을 유출하지도 않았다며 사실관계부터 부인해왔다.
특히 신 부장판사의 지시로 자료를 수집.보고한 성 부장판사와 조 부장판사는 형사수석부장판사나 법원행정처 등 법관 비위와 관련 수사상황을 보고한 건 정당한 내부 보고라 범죄로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신 부장판사에게 징역 2년, 조 부장판사와 성 부장판사에게는 각각 징역1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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