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오토바이 사고로 아들 잃었는데…보험금 못 준다는 보험사
입력: 2020.02.09 09:00 / 수정: 2020.02.09 09:00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A씨의 아버지 천 모씨가 메리츠화재상해보험을 상대로 보험금 5억 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인 천 씨 승소 판결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더팩트 DB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A씨의 아버지 천 모씨가 메리츠화재상해보험을 상대로 "보험금 5억 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인 천 씨 승소 판결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더팩트 DB

대법, 5억여원 지급 판결…"약관 설명 안 한 보험사 책임"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보험가입 시 소비자의 고지의무와 보험설계사의 설명의무가 충돌했을 때 보험사 책임을 더 무겁게 판단한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계약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했더라도 보험사가 상품 내용 등을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다면 보험금을 줘야 한다는 취지다. 소비자 고지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일방적 계약 해지 등을 일삼는 보험업계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A씨의 아버지 천 모씨가 메리츠화재상해보험을 상대로 "보험금 5억 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천 씨는 보험계약에 따른 사망보험금 5억 50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받게 됐다.

천 씨는 2015년 아들 A씨를 피보험자로 메리츠화재가 판매하는 질병보험 등 2개 상품에 가입했다. 각각 5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보험의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오토바이를 주기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특별약관을 부가하고 보험인수가 이뤄진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보험 가입 당시 천 씨는 아들이 아르바이트로 치킨배달을 하며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사실을 알았다. 다만 '오토바이 운전 중 상해 부보장 특별약관'에 가입하지 않는 등 해당 사실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았다.

1년여 뒤 2016년 3월 4일 새벽 천 씨 아들 A씨는 빗길에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천 씨는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메리츠화재는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에 따른 계약 해지 및 보험금 부지급 안내'를 통보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천 씨는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고 1·2심 모두 천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 과정에서 천 씨는 "2015년 11월 계약한 보험은 오토바이 사고에 대비해 가입했다"며 "당시 보험설계사도 아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사실을 알았지만 약관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보험에 가입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메리츠화재는 보험자에 고지의무 대상과 위반 효과 등을 설명할 의무가 없다며 맞섰다. 설계사가 피보험자의 오토바이 운전 사실을 알았고 관련 약관을 설명하지 않았지만 계약을 해지하는데는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1·2심 재판부는 "천 씨가 아들의 '주기적 오토바이 운전 사실'에 관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 하더라도 보험사가 '오토바이 운전 관련 사항'에 대한 명시 및 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한 이상,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며 메리츠화재의 주장을 전면 부정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의 경우 '주기적 오토바이 운전사실'이 계약 인수조건 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으로 고지돼야 한다"며 "이를 어길 시 계약이 해지돼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 등까지 설명해 계약자가 이를 충분히 납득·이해하고, 해당 보험에 가입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대법 역시 보험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보험상품이 날로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비전문가인 소비자에게만 과중한 고지의무를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취지"라며 "이번 판결은 보험계약에서 소비자보다 전문가인 보험사의 설명의무를 더 무겁게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서초구 대법원 전경. / 더팩트 DB
사진은 서초구 대법원 전경. / 더팩트 DB

상법 제651조는 '보험계약 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거나 부실의 고지를 한 때에는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내,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는 3년 내에 한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다만 상법 제655조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라도 보험자가 같은 법 651조 등에 따라 계약을 해지했을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했다. 이미 지급한 보험금의 반환도 청구할 수 있도록하는 등 비교적 보험사의 면책을 폭넓게 인정하는 편이다. 이 때문에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happ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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