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국정농단' 사태로 기소된 박근혜(68) 전 대통령의 재판이 공전됐다. 사진은 지난해 5월 8일 형 집행정지 신청이 불허된 뒤 서울 서초구 성모병원에서 처음으로 외부 진료를 받고 휠체어를 탄 채 나오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 /남용희 기자 |
"대통령, 삼일절에는 석방" 지지자들 욕설·난동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국정농단' 사태로 기소돼 파기환송심에 이른 박근혜(68) 전 대통령의 결심 공판이 공전됐다. 재판부는 30일 대법원이 박 전 대통령과 같은 직권남용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81)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사건을 되돌려 보낸 만큼 재심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는 31일 오후 5시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는 박 전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을 열었으나 "30일 관련 사건 대법원 판결이 있었던 만큼 오늘 결심을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15일 상고심 첫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건강상 이유를 들어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7년 10월 이후 모든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파기환송이 우리 사건에 관한 것은 아니지만, 피고인 공소사실 중 직권남용죄로 기소된 부분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공소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하급자들이 한 행위들이 종전에는 안하던 일이었는지, 업무 처리 방식이 달랐는지 등에 대해 입장을 정리하고 필요하다면 추가 증거도 내주셔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전 실장은 2014~2015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작성한 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의 기금 지원 심사 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대법원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피고인들이 직무 권한을 남용한 행위에 해당하는 지시를 해 예술위 등 소속 직원들이 배제 지시 전달, 사업 진행 절차 중단 등 행위를 하게 한 것은 법령상 의무에 위배돼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직원은 상관의 지시를 수행해야 하는 지위라 의무없는 일을 했다고만 단정할 수 없고, 종전에 해오던 일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고 판시했다.
형법 123조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인데, 대법원은 '의무없는 일'에 대해 더 면밀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 역시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행위'를 중심으로 재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속행 공판은 3월 25일 오후 4시10분 진행될 예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8년 5월 23일 왼쪽 옷깃에 수인번호 '503번'을 달고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3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지 53일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공동취재단 |
법정에 자리한 20여 명의 지지자들은 박 전 대통령의 공판이 속행되자 "박근혜 대통령을 석방하라. 삼일절에는 나오셔야 한다"고 소리쳐 법원 경위들의 제지를 받았다. 복도에 나와서도 박 전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하며 경위들에게 욕설을 하고 호통을 치는 등 소란을 피웠다.
지난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원심 재판부 특가법상 뇌물, 직권남용, 강요 혐의 등을 모두 합쳐 판결을 선고해 공직선거법에 어긋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심 재판부는 2018년 8월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25년에 벌금 200억 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2부는 박 전 대통령이 2013년 5월~2016년 9월 국정원장들에게 받은 특활비 36억5000만 원 중 34억5000만 원에 대해 특가법상 국고손실 혐의, 나머지 2억 원에 대해서는 뇌물 혐의가 인정돼 2심 재판을 다시해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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