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신종 코로나에 텅 빈 거리…'영화세트장'된 평택
입력: 2020.01.30 05:00 / 수정: 2020.01.30 05:00
29일 낮 경기도 평택시 송탄로 365 의원 앞 거리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 때문인지 한산하다./ 윤용민 기자
29일 낮 경기도 평택시 송탄로 365 의원 앞 거리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 때문인지 한산하다./ 윤용민 기자

5년 전 메르스 이어 시민들 충격…바닷길도 끊겨

[더팩트ㅣ평택=윤용민 기자] "또 평택이고 또 저 병원이네요. 좀 이상하지 않아요?"

29일 낮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폐렴)' 국내 네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경기도 평택시 송탄로 365연합의원 앞.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숙이고 바삐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만 간혹 눈에 띌 뿐 인근 가게들은 점심때인데도 텅텅 비었다. 이 곳은 평소 주차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파가 몰리는 평택의 몇 안되는 번화가 중 하나다.

병원이 입주한 건물은 사람의 그림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고요했다. 병원 출입문에 '병원 사정으로 인하여 당분간 휴진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글이 덩그러니 붙어 적막감을 더욱 도드라지게 했다.

29일 낮 경기도 평택시 송탄로에 위치한 365연합의원이 문을 닫은 모습. / 윤용민 기자
29일 낮 경기도 평택시 송탄로에 위치한 365연합의원이 문을 닫은 모습. / 윤용민 기자

이 건물 2층에 있는 치과병원 의사는 "99% 예약취소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평소라면 유치원 쉬는 날에 병원이 붐비는데 보시다시피 오늘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건물도 거리도 텅 비어있는 모습이 흡사 영화 세트장을 방불케 했다.

주민들의 반응을 듣기 위해 20여분을 기다리다 마스크를 착용한 20대 커플을 만났다. '이 곳 분위는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남자는 "저번에도 평택이었고 저 병원이었는데 이번에도 그렇다"고 했고, 여자는 "근데 우연치곤 좀 이상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들은 "메르스 당시에는 언론에서 엄청 떠들었는데 이번에는 뭔가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라 더 불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평택 시민들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첫 환자가 나온 것에 이어 이번에 우한폐렴 확진자까지 발생하자 불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모두 마스크를 한 상태였고, 병원 근처 편의점에서 파는 마스크와 손 소독제는 동이 난지 오래다.

마스크를 사러 집 밖으로 이틀만에 나왔다는 주부 조진영(30·여) 씨는 "아이들 방학이 이제 곧 끝나는데 개학을 연기했으면 좋겠다"며 "평택에 혹시라도 지역사회 감염자가 나올까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29일 오후 경기 평택시 안중읍에 위치한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이 텅 비어있다./ 윤용민 기자
29일 오후 경기 평택시 안중읍에 위치한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이 텅 비어있다./ 윤용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기어이 평택과 중국을 잇는 바닷길까지 끊어버렸다.

이날 오후 3시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 안.

승객은 단 한명도 없었고, 오직 8명의 보안요원들과 항만청 직원들만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평소와 달리 취재진의 신분까지 철저히 확인하는 다소 삼엄한 분위기였다.

중국을 오가는 4개 노선 선사들은 화물을 제외한 여객 운송을 다음달 7일까지 잠정 중단하기로 한 상태다.

이에 따라 오는 31일까지 평택항으로 입국할 예정이었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 4000여명의 예약도 취소됐다.

항만청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 당시와 비슷하게 화물선만 오고 간다"며 "여객 노선이 정확히 언제 복구될 지는 우리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항만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51)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게를 열었는데 이제 문을 닫아야겠다"며 "평택은 메르스나 우한폐렴이나 하는 이런 전염병으로만 늘 1등을 하는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평택시와 교육청은 31일까지 어린이집과 유치원 500여곳 2만2823명에 휴업명령을 내렸다. 확진 판정을 받고 분당서울대병원에 격리된 50대 남성과 접촉한 96명은 전담 공무원을 지정해 관리 중이다.

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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