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무법지대 블록체인②] 헌재로 간 암호화폐…법제화 이정표 될까
입력: 2020.01.26 00:00 / 수정: 2020.01.27 16:22
유남석 헌법재판소 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16일 대심판정에서 열린 정부의 가상통화 관련 긴급 대책 등에 대한 위헌 확인 변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유남석 헌법재판소 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16일 대심판정에서 열린 정부의 가상통화 관련 긴급 대책 등에 대한 위헌 확인 변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들어 '인공지능(AI) 일등 국가'로 도약을 강조하는 등 AI와 빅데이터,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산업이 화두다. 이와 함께 법령 제도화 등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기가 과열됐던 2017년 말 정부는 '가상통화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기술 연구개발이 확산되고 관련 시장 성장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관련 법규 정비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피해자들이 늘고있다. 투자자 뿐 아니라 관련 비지니스 종사자까지 범위도 다양하다. 이에 따라 <더팩트>는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따른 가상화폐 등에 대한 국내 법률 규제 현황 및 이슈 등을 살펴보고 어떤 대책들이 필요한지 등을 <무법지대 블록체인> 2부로 알아봤다. 2부에는 헌법재판소가 지난 16일 열었던 정부의 암호화폐 관련 긴급 대책 등에 대한 위헌 확인 공개변론에서 나온 양측의 공방 내용을 정리하고, 헌재의 결정에 따른 향후 산업에 미칠 영향 등을 전망해 봤다. <편집자주>

정부 규제대책 심판대에…'위헌'이면 제도권 편입 가속화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정부의 암호화폐에 대한 고강도 규제는 국민 기본권 침해다." (암호화폐 투자자측)

"정부의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 수립은 각종 폐해를 막기 위한 정당한 조치였다." (정부 측)

문재인 정부가 암호화폐 투기 과열에 따른 각종 폐해를 막겠다며 내놓은 '암호화폐 규제 대책'이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다. 정부가 암호화폐 시장 과열로 투기가 우려되자 경우에 따라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까지 가능한 강경책을 빼들었기 때문이다.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 실시는 물론 가상계좌 개설 서비스 금지도 뼈대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정부의 대책이 암호화폐 거래를 투기로 단정짓고 전면규제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반 민주주의적 조치로 본다. 이밖에 정부의 암호화폐공개(ICO) 전면금지 조치도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이에 따른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앞으로 암호화폐 법·제도 수립 방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법적 공백 상태를 시급히 해소하는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도 나온다.

지난 1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공개변론은 크게 주목을 받았다. 347명을 대리해 헌법소원을 청구한 정희찬 법률사무소 안국 변호사의 주장은 정부의 대책이 재산권과 행복 추구권, 평등권 등이 침해한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행정 편의주의로 투자를 제약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지난 2017년 12월 당시 과열되는 암호화폐 투기 근절을 위해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어 긴급 대책을 논의하고 '암호화폐 투기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신규 가상계좌 발급 중단 및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 실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후 2018년 1월 정부는 본인의 실명 확인을 거친 은행 계좌와 암호화폐 거래소의 동일은행 계좌 간에만 입출금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조치로 미성년자와 외국인 계좌 개설 등이 막혔고, 비트코인 폭락 등 암호화폐 시장이 받은 충격은 매우 컸다.

거래실명제 도입 과정도 쟁점이다. 정부 대책 이후 은행이 가장계좌 발급을 금지한 것은 정부의 눈치를 본 비자발적 조치였다는 주장이다. 인가권과 인가취소권, 감독권 등의 권한을 갖고 있는 금융위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다는 '암묵적 권력행사'로 본다.

정 변호사는 "정부는 거래소 입금 및 출금 계좌가 서로 다를 경우 자금세탁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지만, 차명계좌는 기존 금융실명제 현행법상에서도 해결이 어려운 금융시스템의 일반적 한계이지 암호화폐만의 차별화된 위험성이 아니다"라며 "헌재가 정부의 규제를 합헌으로 판단할 경우 국민의 경제적 자유가 금융당국에 유린당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대책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쪽은 암호화폐 규제를 무작정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통 금융시장에 버금가는 암호화폐에 대한 규율이나 정책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암호화폐 시장에서 필요한 조치는 거래소 인가나 허가 조건을 규율하는 것이라고 제안한다. 해킹을 가장한 거래소 내부 관계자의 암호화폐 유출 및 시세조작 등 암호화폐 폐해를 막기 위해서다.

반면 정부 역시 고민이 있다. 신규 가상통화 투자자의 무분별한 진입에 따른 투기과열을 막고, 거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려면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재산권 보호도 중요하지만 가상계좌서비스 특성상 사기와 마약거래, 자금세탁 등 악용 및 폐해 우려가 크다는 점도 정부 입장에서는 간과할 수 없다.

1월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전광판에 1000만원을 돌파한 비트코인 시세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1월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전광판에 1000만원을 돌파한 비트코인 시세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헌재 최종 결론은 이르면 올 상반기에 나올 전망이다. 어떤 결론을 내리든 가상화폐 산업과 규제 제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를 비롯한 업계,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특히 위헌으로 결론이 나면 법률 제정 작업이 본격 추진돼 암호화폐가 제도권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섣부르게 시장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동시에 커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공개변론에서도 이선애 재판관을 포함한 헌재 재판관들을 정부 측 대리인에 정부 조치가 이뤄진 법률적 근거 등을 집중 질문했다. 정부 측 대리인은 정부 조치에 법률적 근거가 부족했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한 스타트업도 정부의 암호화폐 대책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정부는 2017년 9월 암호화폐 공개(ICO)를 전면금지했다. ICO는 암호화폐를 발행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투기가 과열되자 정부가 아예 전면금지라는 초강수를 던진 것이다. 새로운 산업이 출현해 부작용이 나타나면 무조건 전면금지로 대처하는 정부 정책은 잘못됐다는 게 이들의 헌법소원 심판청구 취지다. 업계에서는 헌재가 어떤 판단을 내리든 암호화폐 법·제도 마련에 물꼬를 틀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암호화폐 관계자들은 헌재 논의로 공론장이 마련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앞으로 이런 자리들이 계속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진환 영산대 블록체인연구소장은 "블록체인 기술의 체계적 정립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 및 개발도 중요하지만 관련 논의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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